[카토커] 프로 골프 대회 코스 세팅 극과 극

[카토커] 프로 골프 대회 코스 세팅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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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골프 대회의 코스 세팅은 선수들의 기량을 공정하고 미세하게 가려내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는 무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비슷한 위도에 날씨도 나흘 연속 비슷했으나 인천과 강원도에서 열리는 국내 남녀 프로 골프 대회의 코스 세팅이 극과 극 차이를 보였다.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 개막전인 제19회 DB손해보험프로미오픈(총상금 7억원)이 열리는 강원도 춘천 라비에벨CC 올드 코스는 그린 스피드가 빨랐다. 3라운드의 경우 그린스피드 3.8미터에 경도는 ‘다소 딱딱하다(0.25)’고 공지되었다. 하지만 이틀간 경기에서 선수들의 누적된 불평에 경기위원회에서는 홀을 대체로 쉬운 곳에 꽂았다.

본격적인 골프 시즌 전이지만 빠른 그린 스피드는 일부 선수들이 불평을 토로할만 했다. 마스터스의 유리알 그린처럼 몇몇 선수의 퍼트는 홀을 지나 한참 굴렀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핀이 그린 가장자리에 핀이 꽂히는 경우가 흔하지만 이날 핀 위치는 가장자리에서 6야드 이상이었다. 가운데 꽂힌 핀도 많았다. 


 


4번 홀 그린에서 이정윤 대표

대회 코스를 매일 점검하는 이정윤 라비에벨 대표의 말이다. “대회를 여는 코스는 기본적으로 어려워야 선수들의 기량을 제대로 테스트할 수 있고, 선수들도 샷을 더 고민하게 된다. 국내에서 선수들이 이런 빠른 그린의 코스를 경험하고 익숙해져야 해외 큰 대회에 나가 경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날 6언더파 65타를 쳐서 한 타차 선두(12언더파)로 마친 박상현의 말이다. “핀 포지션은 오늘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린이 빠르고 딱딱해서 쉽지 않았다. 이런 코스를 세팅해준 골프장에 고맙다. 디오픈이나 PGA투어를 가면 핀이 오늘보다 훨씬 어려운 곳에 꽂히지만 불평하는 선수는 없고 큰 대회라고 인정한다.”

라비에벨은 무려 6개 홀에서 야디지를 바꿀 수 있게 했다. 지난해 US오픈 코스 LA컨트리클럽보다 전장의 옵션이 더 다양했다. 파3인 4, 7, 17번 홀을 예선과 주말 라운드 다르게 설정하도록 조성했다. 파4 홀인 10번과 13번 홀도 두 개의 티잉구역을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까지 파5였던 11번 홀을 파4 홀로 줄여 세 가지(455, 415, 368미터)를 모두 쓰도록 준비했다. 


 


11번 홀은 파5에서 올해 파4로 당겨지면서 3가지 전장을 쓸 수 있게 세팅됐다.

해외 투어 경험이 많은 고참 선수인 박상현은 골프장에 감사한다면서 말을 이었다. “빠른 그린을 가진 코스를 경험해야 선수들이 큰 해외 무대에 나가서 적응할 수 있다. 그 점에서 골프장에 감사드리고 싶다. 봄에 잔디가 잘 살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런 세팅을 해주는 건 골프장이 그만큼 좋은 대회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배려한다는 의미다.”

반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디힐한국일보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이 열린 영종도 클럽72 하늘 코스는 수많은 디보트 자국으로 인해 첫날부터 4라운드 내내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 룰을 적용했다. 협회의 대회 자료를 보면 그린스피드는 1라운드 기준 3.1미터였다.

대회 규정의 모델 로컬룰(E-3)에 따르면 페어웨이, 칼라 등 등 일반구역에서는 페널티없이 공을 한 클럽 길이 이내 구제 구역에 플레이스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고 공지를 올렸다. 선수는 홀보다 가깝지 않게 플레이스 지점을 선택해야 한다. 위반해 잘못된 장소에서 플레이하면 2벌타를 받는다고 적시했다. 


 



메디힐한국일보챔피언십의 대회 공지

비가 많이 와 공이 지면에 박힌다거나 악천후 등 불가피한 자연 조건에서 선택하는 프리퍼드 라이가 아니라 코스 세팅의 미비로 해석될 수 있는 수많은 디보트 자국 때문에 프로 대회에서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한 건 이해하기 힘들다. 이 대회는 심지어 총상금도 남자대회보다 많다. 경기위원회는 사전에 코스 관계자와 이런 상황을 대비하고 개선했어야 했다.

불의의 피해자가 이미 나왔다. 대회 첫날 장타자 윤이나가 9언더파 63타를 쳐서 클럽72 골프장 코스 레코드 타이 기록을 세웠으나 프리퍼드 라이 룰로 인해 공인 타수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좋은 라이 조건에서 나온 타수라서 그렇다는 논리다. 프로 대회는 기록 집계의 비중이 매우 큰 스포츠다.

박지영이 3라운드까지 보기없이 버디만 6개를 잡고 17언더파 199타로 2타차 1위다. 54홀 노보기로 정윤지에 2타차 선두다. 만약, 마지막날 노보기로 우승한다면 KLPGA 사상 첫 72홀 노보기 우승자 기록을 쓴다고 한다. 하지만 4라운드 내내 프리퍼드 라이 룰에서 나온 것이라면 기록 경신에는 하자가 없나?

1744년에 처음 만들어진 골프룰 13조에서부터 골프의 기본 룰은 ‘공이 있는 그대로 치는 것(Ball Played as it lies)’이었다. 좋은 날씨에도 디보트가 많다는 이유로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해야만 했을까? 그렇다면 18홀 좋은 타수를 낸 코스레코드와 72홀 노보기 규정의 적용은 왜 달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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