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본단자 OUT' 트럭 시위... V리그 외국인 감독 '기상도'

'아본단자 OUT' 트럭 시위... V리그 외국인 감독 '기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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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초대박' 남자배구 외인 감독 전성시대... 여자배구는 '미흡'

▲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
ⓒ 한국배구연맹


아본단자 감독이 팬들로부터 '감독 교체'를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받았다. 지난해 흥국생명 감독으로 영입될 당시 팬들로부터 열렬한 환대를 받았기에 지금의 상황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또한 V리그 남자배구와 여자배구 외국인 감독의 성과가 큰 차이가 나면서 더욱 대비가 되고 있다.

남자배구는 지금 그야말로 '외국인 감독 전성시대'다. 올 시즌 7개 프로구단 중 무려 5개 구단이 외국인 감독을 영입했다. V리그 21시즌 역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제대회 성적과 V리그 인기 회복세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생겼다.

이렇게 된 건 두말할 것도 없이 대한항공 외국인 감독들의 눈부신 성과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2021시즌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산틸리(59) 감독, 2021-2022시즌부터 현재까지는 핀란드 출신의 토미(37) 감독이 맡고 있다.

그리고 대한항공 외국인 감독들은 '외국인 감독 영입 이유와 필요성'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V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4시즌 연속 통합 우승, 팀 플레이 스타일을 선진 배구, 즉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로의 전환, 국내 선수 육성 부분까지 V리그 남녀 14개 팀 중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한국 남녀 배구가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핵심 이유는 세계 강국들의 플레이 스타일과 V리그 스타일이 정반대여서다. 배구 강국들은 자국 리그에서도 토털 배구와 스피드 배구가 대세지만, V리그는 외국인 선수의 '몰빵 배구'가 대세였다. 그 결과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갈수록 퇴보했고, 그 상태에서 국제대회를 치르니 결과는 뻔한 일이었다.

또한 대한항공 외국인 감독들은 많은 국내 선수들을 외부에서 FA나 트레이드로 영입하지 않고, 팀 자체적으로 주전급 또는 국가대표급으로 키워냈다. 일각에서 대한항공의 대기록은 '국내 선수가 강하기 때문'라고 말한다. 이는 외국인 감독에 대한 '극찬'이나 다름없다. 감독은 결과로 말하고 평가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너무 다른' 남녀 외국인 감독 기상도

남자배구와 달리, 여자배구 외국인 감독들은 아직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의 조 트린지(37) 감독은 '연패 신기록'만 남긴 채 경질됐다.

흥국생명 아본단자(54) 감독도 세계적 명성에 비해 V리그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감독에게 기대했던 팀 성적, 플레이 스타일 변화, 국내 선수 육성 부분 모두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지난해 2월 V리그 시즌 후반기에 흥국생명에 영입됐다. 그리고 2022-2023시즌 정규리그 1위-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2023-2024시즌 정규리그 2위-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각각 기록했다.

성적이 나쁜 건 아니다. 그러나 배구 전문가와 팬들 사이에서는 '배구 황제' 김연경을 보유한 팀이기에 '우승 아니면 실패'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본단자 감독의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 패착으로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을 2번이나 놓쳤다는 비판도 종종 보인다.

팀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는 아본단자 감독이 가장 중점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선진 배구의 최대 강점인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 적극 활용, 토털 배구로 전환 등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세터 포지션이 다른 구단과 비교해 가장 취약하면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김연경만 혹사" 흥국생명 팬들 폭발
 

▲  흥국생명 배구팬들이 지난 7일 서울시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트럭시위 주최측


그런 상황에서 지난 6일 끝난 2024 통영 KOVO컵 대회에서 흥국생명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었다. 오는 19일 개막하는 2024-2025시즌 V리그의 전초전 성격의 대회였기에 팬들의 실망감은 더욱 컸다.


특히 올해 새로 선발한 트라이아웃 투트쿠(25), 아시아쿼터 황루이레이(28) 두 외국인 선수가 모두 우려스러울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투트쿠는 중요한 순간에도 평범한 강도의 공격과 페인트를 구사하면서 상대 팀에게 반격 기회를 자주 허용했다. 황루이레이도 지난 시즌 중국 리그에서 활약상과 동떨어지고 움직임도 전체적으로 엉성해 보였다. 아본단자 감독과 구단 프런트가 이런 외부 평가를 모를 리 없다. 교체와 빠른 실행 등을 놓고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아본단자 감독의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번 KOVO컵 조별 리그 정관장, IBK기업은행전 모두 일부 비주전 선수를 풀로 기용하면서 그 부분에서 발생한 약점 때문에 역전패를 허용했다는 지적도 많기 때문이다. 중요한 시점에서 선수 기용이 역전패로 연결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팬들의 불만과 불신도 커진 상태다.

그런저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흥국생명은 이번 KOVO컵에서 김연경의 맹활약에도 불구하고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김연경은 이번에도 외국인 선수까지 포함해 공격성공률, 공격효울 부문에서 모두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오픈 공격, 퀵 오픈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득점 부분도 전체 4위, 국내 선수 1위였다.

흥국생명은 KOVO컵에서 '김연경이 36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최고'라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 다른 부분은 의문 부호가 많아졌다. 이 부분도 팬들의 불만을 폭발시킨 요소이다. 김연경은 지난 시즌에도 유일하게 전 경기를 풀로 뛰었다.

지금 와서 감독 교체? 우려 목소리도

결국 흥국생명 팬들은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아본단자 감독과 외국인 선수 교체를 요구하며 트럭 시위를 벌였다. 단순히 KOVO컵 2경기 패배 때문만은 아니다. 그동안 쌓인 불만의 둑이 일부 터져 나온 셈이다.

팬들은 7~8일에는 서울 흥국생명 본사, 9일엔 흥국생명 팬 출정식이 열린 인천 삼산월드체육관 앞에서 트럭 시위를 진행했다. 흥국생명 선수단 버스가 트럭 시위 차량 앞을 지나가기도 했다.

트럭 시위 차량 전광판에는 "최초 챔결 역스윕패, 최초 챔결 6연패, 아본단자 OUT", "최악의 용병 선발, 최악의 경기 운영, 최악의 선수 교체, 아본단자 OUT", "감독 교체 지금 당장, 용병 교체 지금 당장" 등의 문구를 내보냈다.

물론 흥국생명 구단이 V리그 개막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감독을 경질하는 건 여러모로 불가능에 가깝다. 시점, 후속 처리 등을 감안하면, 명분과 실리 모두 약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흥국생명은 지난해 1월 팬들의 요구 등을 핑계로 권순찬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가 언론, 배구계,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 후폭풍은 태광그룹 총수의 감독 경질·선수 기용 개입 문제로까지 번졌다.

'팬 경고장' 받은 아본단자... 자기 성찰·성과 필요

그러나 이번 트럭 시위가 아본단자 감독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점을 보여준 측면은 있다. 아본단자 감독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자신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선수 탓할 수 있는 '유효기간'도 이제는 지났기 때문이다.

남자배구 대한항공 외국인 감독들은 한국 배구 현실을 잘 파악하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성과들을 거두면서 연착륙에 성공한 사례다. 그 결과 폐쇄적이었던 한국 남자배구계가 해외 선진 기법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극제가 됐고, 결국 외국인 감독 전성시대를 열었다.

여자배구 외국인 감독들은 아직까지 경착륙을 하는 모습이다. 여자배구도 외국인 감독의 성공 사례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잘 안된다고 V리그의 기존 방식을 계속 고수하면, 국제경쟁력은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팬들로부터 '강력한 경고장'을 받아든 아본단자 감독이 V리그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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