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의 와인과 한 장의 편지...포스테코글루 감독과 팬의 '마지막 만남'

사진=디 애슬레틱
경질 일주일 전, 그리스의 한 호텔에서 토트넘 훗스퍼의 팬과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토트넘은 7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은 성적에 대한 검토 및 심도 깊은 논의 끝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경질했다. 그의 헌신과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결국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팀을 떠난다. 어쩌면 당연했던 결과다. 리그에서 17위를 기록했기 때문.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여전히 불안함은 남아 있었다. 심지어 UEL에서도 엄청난 퍼포먼스로 우승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토트넘은 더 나은 미래를 택하고자 이별을 고했다.
이번 구단의 결정으로 선수들은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모든 비판을 선수들이 아닌 본인이 받기를 원했다. 특히 '부주장'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스페인 라리가행을 원한다고 했을 때도 감싸주었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감독을 넘어 마치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고 말할 정도였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분노를 표출했다. 현재 토트넘 관련 모든 소셜 미디어에 "LEVY OUT"이라며 회장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팬들 입장도 이해가 된다. 17년 만에 트로피를 안겨준 감독이기 때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조세 무리뉴, 안토니오 콘테 등 수많은 명감독을 거쳤지만, 우승을 따내지 못했다. 그만큼 팬들에게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존재는 남달랐다.
경질 발표가 있기 일주일 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리스로 휴가를 떠났다. 이 곳에 위치한 한 호텔에서 토트넘 팬과 만남을 가졌다. 매우 감동스러운 만남이었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대부분의 토트넘 팬들은 마지막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본 건 리그 최종전일 것이다. 그러나 한 팬은 달랐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평생 토트넘을 응원해온 제레미 콘라드는 휴가 차 그리스로 떠났다. 그리고 우연히 포스테코글루 가족이 자신과 같은 호텔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콘라드는 포스테코글루 가족에게 와인 한 병과 편지를 전달했다.사진=디 애슬레틱
편지의 내용을 최대한 축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콘라드는 "이렇게 다소 형식적인 방식으로 인사를 전하게 되어 매우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와 토트넘 팬 친구들은 감독님께 얼마나 깊은 감사와 존경, 애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며 운을 띄었다.
이어 "지난 빌바오의 밤은 모두의 기억에 영원히 새겨질 것입니다. 그날 이후 우리는 더 활짝 웃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은 우리가 클럽을 바라보는 방식과 세상이 토트넘을 바라보는 시선을 완전히 바꿔놓으셨습니다. 무엇보다도, 감독님은 우리가 사랑하는 팀에 대해 다시금 깊은 자부심과 유대감을 느끼게 해주셨습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감독님은 자주 '가족'에 대해 말씀하시고, 그것이 동기 부여와 삶의 의미에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하셨습니다. 또한 믿음을 잃지 않으셨고, 우리 클럽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싸우셨습니다. 그 점에 대해 우리는 영원히 감사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뷔페에서 감독님은 와인까지 보낼 필요 없다고 하셨지만, 꼭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단지 저희의 감사한 마음을 담은 작은 표시일 뿐입니다"고 덧붙였다.
팬의 진심어린 마음이 통한 것일까? 다음 날 콘라드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바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그는 편지에 감동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기 위해 직접 찾아왔다. 또한 팬에게 토트넘 홈 유니폼을 선물했다. 그리고 유니폼에는 "TO Jez. Ange. COYS!" 친필 사인이 적혀 있었다.
아쉽게도 이 만남은 마지막이었다. 정확히 일주일 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 감독직에서 경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