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볼넷 남발하자 승리 자격 박탈…독해진 국민타자, 왜 154km 에이스 가차없이 내렸을까
두산 곽빈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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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이후광 기자] “볼넷은 안 된다. 볼넷을 자꾸 내주면 경기가 루즈해지며 야수진의 피로감도 커진다.”
2022년 10월 취임식 때부터 그렇게 볼넷을 안 된다고 강조했 건만 한 팀의 토종 에이스라는 투수가 4⅓이닝 만에 볼넷 6개를 남발하며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2개를 남긴 상황에서 교체를 당했다. 이승엽 감독은 곽빈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일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토종 에이스 곽빈은 지난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11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⅓이닝 4피안타 6볼넷 6탈삼진 4실점(3자책) 104구 노 디시전에 그쳤다.
곽빈은 2회초 라이벌 LG에 선취점을 내줬다. 선두타자 오지환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김현수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지만, 포일로 이어진 득점권 위기에서 박동원을 만나 좌측 깊숙한 곳으로 1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이후 구본혁마저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1, 2루에 처했으나 폭투를 틈 타 3루로 내달린 2루주자 박동원이 태그아웃되는 행운이 따랐다.
3회초 10구 삼자범퇴의 기쁨도 잠시 5-1로 앞선 4회초 선두타자 문보경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김현수, 박동원을 연달아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박동원 상대로는 무려 8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박해민에게 초구에 1타점 우전 적시타를 헌납했다. 계속된 1사 만루 위기는 구본혁, 홍창기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극복.
곽빈은 7-2로 앞선 상황에서 승리 요건의 분수령이 되는 5회초를 맞이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볼넷에 앞길이 제대로 막혔다. 선두타자 신민재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1사 1루에서 문보경 상대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맞은 것.
두산 곽빈 / OSEN DB
실점에도 스코어는 7-3으로 여유가 있었고, 승리 요건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불과 2개였다. 그러나 “볼넷은 절대 안 된다”라고 말한 사령탑은 더 이상 곽빈을 신뢰하지 않았다. 110구 이상의 투구도 가능한 곽빈이었지만, 이승엽 감독은 7-3으로 리드한 5회초 1사 2루에서 104구의 곽빈을 내리고 이병헌을 투입하는 이른바 ‘독한 야구’를 시전했다.
이병헌은 첫 타자 오지환에게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맞았지만, 김현수를 초구에 좌익수 뜬공, 박동원을 루킹 삼진 처리, 급한 불을 껐다.
두산 토종 에이스 곽빈의 경기 전 성적은 21경기 10승 7패 평균자책점 3.75로, 최근 등판이었던 7월 30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었다.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및 승리로 감이 좋은 상황이었지만, 이날은 영점 조절에 실패하며 리그 볼넷 1위(59개)로 다시 올라서는 불명예를 안았다. 곽빈이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건 7월 12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 3⅓이닝 6실점(5자책) 이후 4경기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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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사령탑의 독한 야구는 성공으로 마무리됐다. 이른바 불펜의 벌떼야구를 앞세워 7-6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거두면서 최근 2연패 및 LG전 5연패에서 탈출했다. 이제 2위 LG와의 승차는 2경기다.
이승엽 감독은 동시에 시즌 종료까지 35경기밖에 남지 않은 선수들에게 임전무퇴의 정신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과감한 퀵후크를 통해 볼넷 남발에 이은 교체에 있어서는 에이스도 예외가 없다는 메시지를 벤치에 앉은 모든 두산 선수단에 제대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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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지형준 기자] 2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이날 두산은 우완 곽빈, 키움은 우완 하영민을 각각 선발로 내세웠다.7회초 두산 이승엽 감독이 권명철 코치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4.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