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역시 ‘이·손’이 해결사네
모찌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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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2 00:36
한국 축구의 해결사는 결국 ‘이-손’이었다.
축구대표팀 공격의 두 기둥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손흥민(토트넘)이 벼랑 끝에 몰린 홍명보 감독에게 취임 후 첫 승을 선사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의 주춧돌을 놨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11일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스타디움에서 끝난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원정 2차전에서 홈팀 오만(76위)을 3-1로 꺾었다. 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96위)과의 1차전 무승부(0-0)의 부진을 씻고 첫 승을 거뒀다.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본선 이후 10년 만에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은 홍명보 감독의 복귀 후 첫 승리이기도 했다.
팔레스타인전 졸전 여파로 궁지에 몰린 홍명보호를 오만전 승리로 이끈 두 주인공은 손흥민과 이강인이었다. 전반 10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선제골과 전반 추가시간 자책골을 묶어 1-1로 맞선 후반 37분, 두 선수의 콤비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이강인이 상대 아크 외곽에서 에워싸는 수비수 세 명 사이로 패스를 찔러 넣었고, 볼을 받은 손흥민이 수비수 다섯 명의 견제를 뚫고 아크 정면에서 날카로운 왼발 슈팅으로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강인이 ‘찔러 넣고’ 손흥민이 ‘마무리하는’ 한국 축구의 득점 공식을 활용해 추가 골을 터뜨린 한국은 후반 추가 시간 주민규(울산)의 쐐기 골을 더해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은 황희찬의 첫 골과 주민규의 세 번째 골을 어시스트하며 오만전 3골에 모두 관여(1골 2도움)했다. 129번째 A매치에서 49호 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출전 횟수 역대 4위, 득점 수 부문에선 역대 3위를 달렸다.
축구대표팀에 합류한 직후 손흥민의 기상도는 ‘흐림’이었다. 올 시즌 초반 소속 팀인 토트넘에서 들쭉날쭉한 기량을 보였기 때문이다. 골을 터뜨릴 땐 감탄사를 연발하던 영국 현지 언론이 무득점일 땐 ‘에이징 커브(aging curve·전성기를 넘겨 나타나는 기량 저하)’까지 거론하며 노골적으로 손흥민의 신경을 자극했다. 최근 토트넘과의 계약 연장 협상이 미뤄지면서 내년 여름 사우디아라비아행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에이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요인이다.
이강인의 상황도 엇비슷했다. 소속 팀에서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쾌조의 골 감각을 과시했지만, 대표팀 합류 직전 2경기 연속 벤치 멤버로 출발하는 등 팀 내 입지는 탄탄하지 않았다. 오만전 직전엔 느닷없이 열애설이 터져 나와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어수선한 주변 상황을 잊고 오직 경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나란히 상대의 집중 견제를 뚫고 결승 골을 합작해냈다. 손흥민은 경기 후 “승리는 언제나 좋다. 팬들에게 매번 인생 최고의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강인은 “(손)흥민이 형뿐만 아니라 누가 내 볼을 받더라도 잘 마무리해줄 거라 생각하며 패스를 찔러 넣겠다”고 다짐했다.
홍명보 감독은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기간 본선 이후까지 내다보고 세대교체 및 주축 멤버 개편 작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3차 예선에 돌입하기 전 상당 부분 마무리 지었어야 할 일이지만,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감독 선임에 6개월 넘는 시간을 소비한 탓에 일정이 미뤄졌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구성을 어떻게 바꾸더라도 ‘이강인 패스-손흥민 마무리’의 공격 전술은 흔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새 얼굴이 많이 들어올수록 공격 전술의 두 핵심인 손흥민-이강인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의 ESPN은 “오만전에 나선 손흥민이 월드클래스 골 결정력을 뽐내며 한국에 승리를 안겼다. 그는 이전에도 위기에 빠진 한국을 여러 차례 구한 이력이 있다”면서 “한국 축구 레전드 홍명보 감독이 팬들의 비난에 휩싸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손흥민과 이강인 등 간판급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준다면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