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항명 파동’의 책임 소재를 다 떠나 제 잘못… 행동이나 말 신중하지 못했다”

[카토커] “‘항명 파동’의 책임 소재를 다 떠나 제 잘못… 행동이나 말 신중하지 못했다”

촐싹녀 0 55

인터뷰가 무르익었고, 결국 그 이야기를를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김사니의 IBK기업은행 코치 2년차 때 일어났던 ‘항명 파동’ 얘기였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2021~2022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2021년 11월 세터 코치였던 김사니가 담당한 선수였던 당시 IBK기업은행의 주전 세터 조송화의 무단이탈이 있었고, 서남원 감독이 이를 질책하는 과정이 있었다. 이에 김사니도 코치직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IBK기업은행 프런트의 선택은 윤재섭 단장과 서남원 감독의 동시 경질이었다. 이후 공석이 된 감독 자리를 IBK기업은행 프런트는 김사니 코치에게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여러 번의 고사 끝에 김사니 코치는 감독대행 자리를 맡게 됐다.

IBK 기업은행 전 코치 김사니. 허정호 선임기자

사실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가장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은 IBK기업은행 프런트였다. 갈등을 봉합해 서 전 감독과 김 전 코치가 함께 다시 팀을 이끄는 그림을 만들었거나 둘 다를 내보내고 새 판을 짰어야 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 프런트는 김사니에게 감독대행직을 요청했고, 끝까지 고사하던 김사니 코치는 감독대행을 맡게 됐다. 결국 모양새가 김사니 감독대행이 서 감독을 밀어낸 게 되면서 모든 비난은 김사니에게 쏠렸다.

당시를 돌이켜보던 김사니는 “어떤 책임 소재를 다 떠나서 그때 당시 저의 행동이나 말 등이 너무 조심스럽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다 제 잘못”이라면서 “좀 더 신중하게 어휘를 선택하고 행동을 했어야 하는데, 너무 궁지로 몰린데다 제가 하지 않은 행동들도 제가 한 것으로 덮어지다 보니 억울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부분이 가장 후회스럽고 죄송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초중고, 그리고 프로를 거치며 선수로서, 해설위원으로서, 그리고 코치까지 항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프라이드랄까, 자존심 같은 게 높아졌던 것 같다. 그래서 다치기가 싫었던 것 같다. 제 잘못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잘못한 만큼만 혼나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라면서 “그 시간은 나를 둥글둥글하게 깎는 시간이 됐던 것 같다. 이후엔 누구를 대할 때도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하게 되고, 다시는 후회할 행동을 하지 말자라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그 일을 겪은 뒤 이젠 나이에 맞게 행동을 하고 성숙해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스포츠부를 떠나 경제부 출입을 하던 본 기자가 이 일련의 사태를 취재 기자가 아닌 배구 팬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의아했던 것은 언젠가 김사니가 감독직을 맡게 될 것이란 것을 배구계 안팎에서 모두 다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본인 역시 착실히 지도자 수업을 받은 뒤엔 언젠가 팀을 이끌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왜 참지 못했을까’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에 대해 묻자 김사니는 “제게 덮씌워진 항명이니 쿠데타 등등은 절대 사실이 아니에요. 제가 진짜 그랬다면 시쳇말로 쪽팔려서라도 다시 배구장에 들어오지 못했을 거에요. 저 역시 솔직히 말하면, 언젠가는 감독직을 맡게 될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는데 제가 왜 감독직 몇 년 더 빨리 하겠다고 그랬겠어요”라면서 “서 감독님이 워낙 베테랑 감독님이셨기 때문에 꽤 오랜 기간 계실 것이란 걸 알았어요. 그래서 서 감독님께 열심히 배우고 잘 보이려고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를 치던 제가 잠잘 시간 쪼개가며 분석 자료도 다 만들고 그랬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꾹 참고 그랬어야 했는데, 선수들 앞에 다시 서기가 부끄러웠던 마음이 커서 나가겠다고 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그림이 그려졌고, 그랬던 제가 감독 대행직을 맡게 되면서 모양새가 그렇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감독 대행직을 떠안게 됐지만, 김사니는 단 세 경기만 지휘하고 감독 대행에서 물러났다. 그는 “선수들만 생각하면서 버텨보려 했는데,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어서 ‘안 하겠다’, ‘못 하겠다’라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죠. 당시 구단에서 많이 힘들어하는 저를 위해 멘탈 관리하는 전문가도 붙여주셨는데, 제가 워낙 힘들어하다 보니 그분도 구단에 ‘지금 상태가 심각하다’라고 진단을 내리기도 했어요. 이전부터 공황장애 증세가 있었는데, 더 심해지면서 결국 그만두게 됐죠”라고 당시를 설명했다.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던 김사니를 버티게 해준 것은 그를 믿어주는 주변의 사람들이었다. 그는 “지인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그리고 그 일 이후 내 사람과 아닌 사람이 구분됐는데, 다행인건 내 주변에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은 나를 믿어줬다. 거의 90%는 제 옆에 남아주셨던 것 같다. 그때 ‘그래도 내가 인생을 헛살진 않았구나’ 생각이 들면서 힘이 많이 되더라고요. 지금도 제가 흔들릴 때마다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어요. 정말 감사하죠. 큰 힘이 되어주고 있어요”라고 감사함을 전했다.

인터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배구인이기 이전에 인간 김사니, 그리고 여성 김사니가 그리고 있는 삶의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선수를 하면서 사랑도 많이 받았고, 혜택도 많이 받았잖아요. 제가 재산이 엄청 많은 건 아니지만, 좀 베풀면서 살고 싶다는 게 제 계획이에요. 그게 행복이라는 것을 좀 느끼고 있어서, 지인들과 가까운 사람들을 챙기면서 지내는 게 저한테 오히려 도파민을 나오게 하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베풀면서 살고 싶다. 이런 게 제 계획이라면 계획이에요”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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