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전방십자인대 파열→9개월 만에 복귀전 "이 순간,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카토커] 전방십자인대 파열→9개월 만에 복귀전 "이 순간,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촐싹녀 0 57

 


무릎 부상을 딛고 일어선 서명진이 9개월여 만에 실전에 나섰다.

그는 "자신감은 싹 사라지고 살기 위해서 뛰었다"며 웃어보이면서도 "좋은 선수가 다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31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체육관에서 비시즌 첫 연습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필리핀 NU 대학 팀. 좋은 피지컬을 가진 까다로운 팀이었지만 현대모비스는 1쿼터에만 27점을 몰아치는 등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72-53으로 완승했다.

이날 현대모비스는 총 13명의 선수가 코트를 밟았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단연 서명진.

서명진은 2023-2024시즌 초반이었던 지난해 10월 29일에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다.

프로 데뷔 후 큰 부상은 처음이었던 터라 충격이 클 법도 했지만 수술 후 주변에서도 놀랄 정도로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고, 이미 비시즌 팀 훈련을 제한 없이 소화하고 있다.

비시즌 첫 연습경기였던 이날 경기는 서명진이 약 9개월 만에 코트로 돌아온 비공식 복귀전이었다.

이날 3쿼터에 스타팅 멤버로 투입된 서명진은 총 15분 26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8점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3점슛은 3개를 던져 2개를 성공, 녹슬지 않은 득점 감각을 보여줬다.

서명진은 "경기는 10월 이후로 처음이다. 이 순간을 오래 기다린 것 같다. 경기에 뛰는 게 낯선 건 아니었는데 뭐랄까 감회가 새로웠다"며 "코트에 들어가면 이럴 것 같은데, 저럴 것 같은데 상상은 했었다. 다만 막상 투입돼서 코트를 한 번 왕복하니 너무 힘들어서 자신감 같은 건 싹 사라지고 그냥 살기 위해서 뛰어다녔던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회복이 무척 빠른 편이지만 아직 방심은 금물. 현재는 신중한 마음가짐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부상 이후 트라우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서명진은 "저는 사실 잘 모르겠는데 밖에서 보는 사람들은 그런 게 좀 보인다고 하기도 한다. 다만 아직은 몸을 끌어올리는 단계다.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하면 저 스스로 주눅이 들 것이다. 그래서 코트에서 더 과감하게 부딪히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명진은 "이제는 다치면 다치는 거지 이런 마인드로 운동하고 지내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더 격렬하게 운동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더 안 다치는 것 같다. 회복도 빠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 상태도 많이 좋아서 운동을 딱히 안 쉬고 다 소화하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9개월 만의 실전이었지만 코트에서 어색함이나 두려움은 찾아보이기 힘들었던 서명진이다. 이제는 옥존, 박무빈, 한호빈, 김지완 등 다른 가드들과 호흡을 맞추는 기회가 많아질 터.

서명진은 "앞선에 워낙 선수도 많고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저도 그렇고 선수들이 다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는데 모든 가드들이 서로의 단점을 메워주는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호흡이 좋은 것 같고 서로 배우면서 경쟁하는 부분이 좋다"고 말했다.

서명진은 190cm의 장신이다. 때문에 다른 가드들과 함께 뛸 때 슈팅가드로 뛰는 상황이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서명진은 "솔직히 밖에서 보면 1번과 2번으로 포지션을 나눈다고 하는데, 막상 안에서 뛰면 그렇게 나눌 게 없는 것 같다"며 "제가 볼을 잡으면 (박)무빈이가 2번이 되는 거고, 무빈이가 볼을 잡으면 제가 2번이 되는 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건 다들 볼 핸들러와 공격이 가능하다는 점 덕분인 것 같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공격과 포지션을 분배하면서 잘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명진에게 다가오는 시즌은 또 다른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본격적인 성장기였던 2020-2021시즌에 함께 했던 외국선수 숀 롱이 팀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당시 현대모비스는 리빌딩에 돌입했던 상황. 만 21살의 고졸 유망주였던 서명진에게 자연스럽게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이 시즌 숀 롱은 리그 최고의 외국선수였다. 둘이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당시 현대모비스는 정규리그 2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서명진은 "숀 롱이 다시 와서 너무 기쁘다"며 "제 농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 중 한 명이 숀 롱이었다. 숀 롱 덕분에 이렇게 코트에서 함께 뛸 수 있는 선수가 됐었기 때문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다시 현대모비스에 와줘서 너무 고맙고, 저도 숀 롱도 이제 경험을 많이 쌓았으니 더 좋은 시너지를 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20일 소노전에서 서명진은 마침내 정규리그 복귀전을 치른다. 이날 경기는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리는 홈 경기이기도 하다.

서명진은 "요즘 울산에 가면 팬들이 저를 몰라보신다"며 웃어보인 뒤 "복귀하면서 제가 코트에서 욕심을 부려봤자 좋을 것도 없고 10번 공격할 때 그걸 제가 다 할 수 있는 선수도 아니다. 동료들과 서로 양보하면서 욕심 안 부리면서 플레이하면 팬분들도 좋은 선수가 다시 돌아왔다고 말씀해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무엇보다 다시 부상을 안 당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며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지난 시즌에 뼈저리게 느꼈다. 진짜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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