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안양의 새로운 프랜차이즈
양희종(은퇴)과 오세근(현 서울 SK)의 공통점이 있다. ‘안양을 상징하는 선수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 모두 안양을 떠났다. 그래서 안양은 박지훈과의 재계약을 중요하게 여겼다. 박지훈은 안양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프랜차이즈 스타이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그리고 ‘성장’
박지훈은 2016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6순위로 부산 KT(현 수원 KT)의 부름을 받았다. 6순위만 놓고 보면, 그렇게 높은 순번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종현(현 안양 정관장)과 최준용(현 부산 KCC), 강상재(현 원주 DB) 등 황금 세대가 등장한 드래프트였기에, 박지훈의 가치는 꽤 높았다.
박지훈은 2016~2017시즌부터 2018~2019시즌 중반까지 KT 소속으로 뛰었다. 그러나 2018~2019시즌 중 트레이드로 안양 KGC인삼공사(현 안양 정관장)에 입단했다. 급작스런 트레이드였지만, 김승기 감독과 손규완 코치(이상 현 고양 소노)의 지도 하에 더 성장했다. 공수 밸런스를 갖춘 믿음직한 가드로 자리매김했다.
2018~2019시즌 중 트레이드 통보를 받았습니다.
KT 소속으로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전날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박)재한이한테 연락을 받았어요. “너 우리 팀(KGC인삼공사)으로 온다고 하더라. 알고 있었어?”라고 하더라고요.
트레이드될 걸 알고 있었나요?
아니요.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다른 팀원들은 다 알고 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그걸 신경 쓸 수 없었어요. 다음 날 KCC전을 치러야 해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 밖에 없었거든요. 열심히 뛰었고, 수훈 선수 자격으로 인터뷰도 했어요.(박지훈은 그때 32분 9초 동안 15점 7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저희가 이겼음에도, 라커룸 분위기가 너무 무거웠어요. 같이 뛰었던 형들이 너무 슬퍼했고, 저 역시 많이 섭섭했거든요.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려고 했어요. ‘KGC인삼공사가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내가 KGC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된다’라고요. 또,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잘된 트레이드였어요. 트레이드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새롭게 합류한 팀은 KGC인삼공사였습니다. 첫 인상은 어떠셨나요?
(양)희종이형을 중심으로, 확 짜여져 있었습니다. 끈끈함이 느껴졌죠. 어떤 상황에서든 서로를 북돋아주고, 어떤 상황에든 상대와 맞서려는 에너지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팀을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라고 느꼈죠. 많은 걸 배웠습니다.
김승기 감독님께서는 어떤 주문을 하셨나요?
저를 향한 기대치가 많이 높으셨어요.(웃음) 공수 모두 그러셨던 것 같아요. 다만, 공격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어요. “찬스에서는 자신 있게 쏴라. 볼 운반과 돌파도 마찬가지다”라고요. 또, 트레이드 후 첫 경기에서 생각보다 잘했어요. 팀도 이겨서, 기억에 더 많이 남았어요.
(박지훈은 2019년 12월 7일 KGC인삼공사 소속으로 첫 경기를 치렀다. 해당 경기에서 35분 24초 동안, 19점 9어시스트 3리바운드 3스틸을 기록했다. KGC인삼공사도 이때 LG를 100-92로 이겼다)
KGC인삼공사에서의 첫 시즌은 어떠셨나요?
(박지훈은 2018~2019시즌 KGC인삼공사에서 35경기를 소화했다. 경기당 26분 17초를 소화했고, 평균 8.6점 3.9어시스트 2.6리바운드에 2.0개의 스틸로 맹활약했다. 이는 데뷔 후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저를 성장하게 한 첫 번째 계단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계기였죠. 그래서 2018~2019시즌은 저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어요.
‘우승 반지’ 그리고 ‘정규리그 전 경기’
성장한 박지훈은 2019~2020시즌에도 맹활약했다. 이재도(현 고양 소노)와 변준형(현 국군체육부대) 등 기라성 같은 가드들 사이에서도 제 몫을 했다. 40경기 평균 27분 14초 출전에, 경기당 7.6점 4.2어시스트 3.5리바운드와 1.5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특히, 어시스트는 커리어 하이였다.
그리고 박지훈은 상무로 입대했다. 2021~2022시즌 중 돌아왔지만, 부침을 겪었다. 본연의 공격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이유로, 박지훈 역시 본인의 퍼포먼스에 실망했다.
하지만 2022~2023시즌에 새로운 코칭스태프(김상식 감독-최승태 수석코치-조성민 코치)와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 생애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기록했고,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했다. 데뷔 처음으로 정규리그 전 경기(54경기)에 나선 것. 그랬기 때문에, 박지훈은 2022~2023시즌을 더 의미 있게 여겼다.
2019~2020시즌에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줬습니다.
득점은 많지 않았지만, 경기 운영 능력이 이전보다 향상된 것 같아요. 동료들도 잘해줬고요. 그래서 제가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2021~2022시즌 중 KGC인삼공사로 복귀했습니다. 그렇지만 경기 감각을 좀처럼 찾지 못했어요.
(박지훈은 해당 시즌 37경기 평균 14분 4초를 뛰는데 그쳤다)
2019~2020시즌의 퍼포먼스 때문에, 군 제대 직후에도 자신감을 갖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쉽지 않았어요. 근육량이 너무 많았고, 실전 감각도 부족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몸이 너무 무거웠어요. 게다가 제가 합류한 후, 팀이 연패를 기록했어요. 모든 게 저 때문인 것 같아, 더 위축됐던 것 같아요.
하지만 2022~2023시즌에는 데뷔 처음으로 통합 우승을 경험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농구를 시작한 후,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프로에서 처음으로 우승했어요. 그것도 통합 우승으로요.
또, (양)희종이형의 은퇴와 EASL 우승 등 여러 성과가 있었어요. 2021~2022시즌의 준우승 역시 만회할 수 있었죠. 그래서 기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리고 KCC가 2023~2024시즌에 우승했잖아요. 그걸 지켜보는데, 저희 팀이 우승했을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저 스스로 ‘또 한 번 우승하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데뷔 처음으로 ‘정규리그 전 경기’를 소화했어요.
2021~2022시즌에는 자신감을 잃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눈치도 봤죠. 그렇지만 새롭게 부임하신 김상식 감독님께서 저를 편하게 해주셨어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김상식 감독님께서 자유롭게 풀어주셨죠. 그러다 보니, 제가 자신감을 회복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정규리그 전 경기 출전’은 자신감과 다른 문제예요. 모든 선수가 꿈꾸는 목표지만, 부상과 선수 기용 등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또, 트레이너 형들도 저를 잘 돌봐줘서, 제가 정규리그 전 경기에 나섰던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2023~2024시즌에는 1경기 차이로 ‘정규리그 전 경기 출전’을 실패했어요.
네, 맞습니다. 독감 때문에, 1경기를 빠졌어요. 너무 아쉽더라고요. 다음 시즌에는 ‘정규리그 전 경기 출전’을 또 한 번 해내고 싶어요.
“너무 많이 부족했습니다”
KGC인삼공사는 2022~2023시즌에 많은 걸 누렸다. 그러나 2022~2023시즌 종료 후 주축 전력을 모두 잃었다. 우선 정신적 지주였던 양희종이 선수 유니폼을 벗었다. 그리고 오세근과 문성곤 등 우승의 주역들이 팀을 떠났다. FA(자유계약)를 취득한 오세근과 문성곤은 각각 서울 SK와 수원 KT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게다가 백 코트 핵심이었던 변준형이 군으로 향했다. 백업 빅맨으로 활약했던 한승희도 변준형과 함께 국군체육부대로 향했다. 정효근과 이종현, 최성원 등이 새롭게 합류했지만, ‘전력 약화’는 박지훈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그렇지만 박지훈은 달라진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에이스’로 한 시즌을 보낼 수 있었다. 그 결과, 53경기 평균 28분 59초 동안, 경기당 12.1점 4.4어시스트 3.6리바운드에 1.4개의 스틸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주축 선수들이 2022~2023시즌 종료 후 팀을 떠났습니다.
당연히 남을 거라고 생각했던 형들이 팀을 떠났어요. 그렇지만 FA는 복합적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형들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여러 FA를 보면서, 한 팀에만 계속 있는 선수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이로 인해,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가세했습니다.
선수들이 거의 바뀌어서, 걱정이 됐어요.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손발을 맞춰야 하는 일도 많았거든요. 게다가 비시즌 훈련 기간이 짧았습니다. 준비 기간도 부족했어요. 그렇지만 걱정했던 것과 달리, 저희 팀은 시즌 초반에 잘 나갔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박지훈 선수의 위치가 달라졌습니다. 시즌을 준비하는 방법이 달랐을 것 같아요.
책임감이 더 커졌고, 부담감도 많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방향으로 증명하고 싶었어요. 팀을 높은 곳으로 이끌고 싶었죠. 그런 마음으로 비시즌을 준비했어요.
시즌 내내 에이스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전과는 어떤 게 달랐나요?
너무 많이 부족했습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한 경기도 많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에게 화가 많이 났어요. ‘내가 이것 밖에 안 되나? 내가 못해서, 팀이 졌어’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좋은 동료들이 많이 가세했습니다. 저도 끝까지 잘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시즌 종료 후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도 나왔고요. 그렇지만 다가오는 시즌에는 잘하고 싶어요. 다음 시즌에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싶어요.
프랜차이즈 스타
박지훈은 2023~2024시즌 종료 후 FA를 취득했다. FA가 된 박지훈은 꽤 많은 시선을 받았다. 박지훈의 소속 팀인 정관장이 2023년 여름 내부 FA를 거의 놓쳤기 때문. 그런 이유로, ‘박지훈도 떠날 수 있다’는 시선이 존재했다.
그러나 박지훈은 정관장에 남았다. ‘계약 기간 3년’에 ‘2024~2025 보수 총액 5억 5천만 원(연봉 : 4억 4천만 원, 인센티브 : 1억 1천만 원)’의 조건으로 정관장과 재계약했다. 정관장 그리고 박지훈 팬들은 ‘정관장 박지훈’을 계속 지켜볼 수 있다. 박지훈 또한 ‘정관장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FA 기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박지훈이 팀을 옮긴다”는 소문을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2023~2024시즌을 마치기 전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죠. 그렇지만 저는 이적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최종 행선지는 ‘정관장’이었습니다.
국장님과 감독님께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죠. 그래서 저도 FA 기간 동안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고요. 무엇보다 ‘정관장’이라는 팀이 저에게 1순위였습니다.
‘정관장’을 ‘1순위’로 생각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코칭스태프와의 조화도 좋고, 팀 분위기에 많이 녹아들었어요. 저에게 힘을 실어준 지원스태프와도 오랜 시간 교감했고요. 또, 희종이형의 은퇴식도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무엇보다 안양 팬 분들께서 저를 많이 사랑해주셨어요. 그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프랜차이즈 스타’는 박지훈 선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저는 KT에서 트레이드로 정관장에 합류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 클럽 플레이어’나 ‘프랜차이즈 스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국장님께서는 “KT는 너를 드래프트에서 지명했고, 너는 KT에 어쩔 수 없이 입단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를 원해서 영입했다. 그리고 너는 안양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또, 너가 원한다면, 정관장에 계속 남을 수 있다. 너가 우리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기 때문이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정관장이라는 팀이 저를 높이 평가해주는 것 같아, 저는 너무 감사했습니다. 또, 팬 분들께서도 “안양에서 은퇴해주세요”라며 저를 인정해주셨습니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거듭나려면, 앞으로의 시간이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해요. 저 역시 정관장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요. 더 노력해서, 정관장의 리더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