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고교 후배와 함께 쓴 역사, 알고보니 '투수 재능러', "전력 피칭 145㎞ 정도…타자로 꼭 성공하고파…
지난달 31일 마운드에 선 박정우. 사진제공=KIA 타이거즈[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70% 정도로 던졌어요."
지난달 31일. KIA 타이거즈는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6대30으로 패배했다. 역대 최다 점수 차 및 최다 실점 경기.
9회초. KIA팬의 환호성을 이끈 장면 하나가 나왔다. 마운드에 외야수 박정우(26)가 올라왔다.
이범호 KIA 감독은 "투수코치가 9회에는 야수가 한 명 던져야할 거 같다고 했다. (전)상현이나 (임)기영이가 던질 수 있다고는 했는데 다음 경기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넘어간 경기는 넘어갔다고 생각했다"고 등판 배경을 설명했다.
박정우는 기대 이상의 피칭을 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30㎞ 중반에 머물렀지만, 투수라고 봐도 손색없을 정도로 투구폼 등이 좋았다. 몇몇 현장 관계자는 다음날 박정우 이야기에 "투수 출신인가"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두산 타자 역시 100%로 상대하지 않았지만, 박정우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이날 홈런이 있는 김재환과 강승호를 각각 2루수 땅볼과 삼진으로 잡아냈고, 마지막 투수로 타석에 선 권휘도 삼진으로 잡았다.
박정우는 "8회부터 준비를 했다"라며 "10~11년 만에 마운드에 올라온 거 같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타석에 선 투수 권휘는 박정우의 덕수고 2년 후배. 고교 시절 1년을 함께 보낸 사이. 그런데 야수와 투수의 역할이 바뀌었으니 웃음이 날 법도 했다.
박정우는 "권휘가 타석에 오면서 말렸다. 장갑도 안 끼고 나오더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