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한화의 아쉬운 연패... 한발 더 멀어진 가을야구

[카토커] 한화의 아쉬운 연패... 한발 더 멀어진 가을야구

모찌아빠 0 48
▲  4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한화 김경문 감독과 코치진이 연장 10회끝에 5-4로 승리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지만 야구에서도 '승부처에 강해야 진짜 강팀'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만큼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상황에서 감독·코칭스태프의 결정 하나가 매우 중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팽팽하게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경기 후반 투수교체 타이밍이나 대타 투입 여부 등은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곤 한다.

하지만 승부처는 한 경기에서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긴 시즌을 치르다 보면 전력을 쏟아 부어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할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특히 가을야구 진출을 노리는 중위권 팀들은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시즌 후반이 중요한 승부처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보면 한화 이글스에게 지난 주말은 한 해 농사의 운명을 결정할 수도 있었던 매우 중요한 승부처였다. 7일 두산 베어스에게 2-12로 패하며 5위로 내려 앉은 kt 위즈가 8일에는 경기가 없었기 때문에 한화가 주말 2경기에서 연승을 했다면 단숨에 반 경기 차이로 추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는 지난 주말 LG트윈스를 상대로 연패를 당했고 kt와의 승차는 오히려 2.5경기로 벌어지고 말았다.

9-10-10-10-9위... 한화의 암흑기

한화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건 한용덕 감독이 팀을 이끌었던 2018년이다. 당시 한화는 이성열(kt 육성·재활군 타격코치)이 34홈런102타점, 제라드 호잉이 30홈런110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고 마운드에서는 키버스 샘슨이 13승, 정우람이 35세이브로 맹활약했다. 이 밖에 박상원과 송은범(삼성 라이온즈),이태양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3인방'의 활약도 눈부셨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게 1승3패로 패했고 이후 5년 동안 한 번도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지 못했다. 김태균(KBS N 스포츠 해설위원)과 이성열, 정근우, 송광민, 안영명, 윤규진(한화 불펜코치), 송창식 등 투타의 주력 선수들이 대거 은퇴를 했다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흐른 것은 10개 구단이 모두 마찬가지였다. 반면한화는 5년 동안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한화는 다른 구단들처럼 리그를 지배하는 외국인 선수가 없었다. 그러나 2019년 외국인 듀오 워릭 서폴드와 채드 벨이 23승을 합작했고 2021년에는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가 27번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314이닝을 합작하기도 했다. 2022년 한화에서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289 166안타12홈런43타점88득점을 기록했던 마이크 터크먼(시카고 컵스)은 현재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2019년 9위, 2020년 최하위로 추락한 한화는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진흥고의 괴물투수 문동주를 1차 지명으로 데려왔다(당시 하위 3개 팀은 전국단위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여기에 2023년 신인 드래프트부터 지역 연고제가 폐지되면서 한화는 2년 연속으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했다. 한화는 서울고의 강속구 투수 김서현과 장충고의 좌완 황준서를 1차 지명으로 선택했다.

한화는 2023 시즌을 앞두고 FA시장에서 채은성을 영입했고 애지중지 키운 문동주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신인왕에 선정되면서 한화에게도 봄날이 찾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노시환이 홈런왕과 타점왕을 휩쓸고 문동주가 차세대 국가대표 에이스로 떠올랐던 지난해에도 10개 구단 중 9위에 머물렀다. 그렇게 한화는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9-10-10-10-9위'라는 최악의 암흑기에 빠졌다.

0.5경기로 줄일 기회, 2.5경기로 벌어졌다

물론 암흑기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한화의 노력은 계속 됐다. 한화는 FA시장에서 4+2년 최대 72억 원에 안치홍을 영입했고 2차 드래프트에서는 강속구 투수 이상규와 백전노장 김강민을 지명했다. 여기에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8년 총액 170억 원의 조건에 비FA다년계약을 체결하면서 가을야구 복귀를 위한 '화룡점정'을 찍은 듯 했다.

개막전 패배 이후 7연승을 내달리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던 한화는 4월 한 달 동안 6승17패를 기록하며 거짓말처럼 8위로 추락했다. 5월에는 새 외국인 투수 하이메 바리아를 영입했고 6월 초에는 김경문 감독이 부임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전반기가 끝날 무렵 롯데 자이언츠, 키움 히어로즈와 하위권 다툼을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후반기 엄청난 반전이 없다면 올해도 가을야구는 힘들어 보였다.

한화는 8월에 열린 24경기에서 두 번의 시리즈 스윕을 비롯해 14승10패를 기록하며 드디어 반전에 성공했다. 9위까지 떨어졌던 팀 순위도 어느덧 6위까지 오르며 와일드카드 티켓을 노릴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섰다.

9월에 열린 6경기에서 3승3패를 기록했지만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하는 시즌 전체의 '승부처'임을 고려하면 만족하기 힘든 결과를 보여줬다.

특히 지난 주말 루징 시리즈로 막을 내린 LG와의 잠실 3연전은 한화에게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6일 경기에서 에이스 류현진을 내세워 3-1 승리로 기분 좋게 시작한 한화는 7일 경기에서 이상규를 선발로 내세웠지만 디트릭 엔스가 등판한 LG에게 3-9로 패했다. 한화는 8일에도 루키 조동욱이 선발 등판했고 불펜 투수들이 차례로 무너지면서 3-14로 대패를 당하고 말았다.

5위 kt에게 2.5경기 차로 뒤져 있는 상태에서 잔여 16경기가 남은 한화가 아직 가을야구를 포기하기에는 지나치게 이른 시기다. 하지만 승차를 바짝 줄이며 4, 5위를 동시에 압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서 연패를 당해 또다시 힘든 여정을 걸어야 한다. 한화가 남은 시즌 어떤 경기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양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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