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볼볼볼볼'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1⅔이닝 만에 결단 내린 롯데, 선발진 변화 주나? 후보 '나균안'은 있다 [M…
天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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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6 12:05
2024년 9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나균안이 4-3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직전 등판에서 3⅔이닝 노히트 투구를 선보이며 첫 승을 수확했던 퍼포먼스가 두 경기 연속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1승, 1승이 중요한 상황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를 가져가게 될까.
정현수는 5일 부사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15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1⅔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다.
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에 출연해 많은 주목을 받았던 정현수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큰 기대와 달리 정현수는 지난 7월까지 몇 차례 1군의 부름을 받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8월 첫 등판에서 엄청난 임팩트를 남겼다. 선발 이민석이 조기강판된 후 마운드에 올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3⅓이닝 동안 무려 7개의 삼진을 뽑아내며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2군에 머무르고 있을 때부터 정현수를 눈여겨 봤던 김태형 감독은 정현수에게 선발로 다시 한번 기회를 줄 뜻을 밝혔고, 지난달 30일 다시 만난 키움을 상대로 등판해 5이닝 동안 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데뷔 첫 승을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직후 김태형 감독은 "자기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해줬다"며 "제구가 잘 됐다. 특히 꽉찬 코스의 공으로 카운트를 다 잡아내면서 유리하게 갔다. 직구를 비롯해 변화구를 적절하게 잘 섞으면서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들어가는 공들로 카운트를 잘 잡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김태형 감독은 정현수에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선발로서 기회를 줄 뜻을 밝혔다. '적장' 이강철 감독 또한 경기에 앞서 정현수에 대한 물음에 "커브가 굉장히 좋더라. 각이 커서 ABS존이 유리하게 적용되더라. 다만 제구가 들쭉날쭉한데, 치기 어려운 공을 스트라이크로 던진다. 구속에 비해서 직구도 잘 들어온다. 괜찮더라. 제구가 어떻게 되느냐가 문제일 것 같다. 우리 타자들이 얼마나 잘 골라서 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5일 경기의 투구 내용은 직전 등판과 완전히 상반됐다.
그동안 1군에서 자신이 가진 퍼포먼스를 뽐내지 못했을 때와 비슷했다. 이강철 감독도 포인트로 꼽았던 제구가 문제였다. 정현수는 1회 시작부터 선두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볼넷을 내주며 경기를 출발하더니, 후속타자 김민혁에게도 2개의 볼을 연달아 던지며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했다. 이에 주형광 코치가 일찍부터 한차례 마운드를 방문하며 정현수를 다독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민혁에게도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정현수는 장성우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하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만들어낸 뒤 문상철을 137km 직구로 삼진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상대 타자가 강백호라는 것을 의식한 듯 연거푸 볼을 던진 결과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그래도 후속타자 배정대를 상대로는 0B-2S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는데, 3구째 커브를 곧바로 스트라이크존에 집어넣으며 승부를 가져간 결과 좌익수 방면에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됐다. 공격적인 피칭을 펼치는 것은 좋지만, 너무 안일한 승부를 가져갔던 것이다.
그래도 정현수는 이어지는 2사 2, 3루의 위기에서 김상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는데, 결국 2회를 넘기지 못했다. 선두타자 윤준혁에게 2루타를 맞은 뒤 심우준에게 희생번트를 허용하며 만들어진 1사 3루에서 로하스에게 적시타를 내줬고,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민혁의 2루수 땅볼에 선행 주자를 지워낸 2사 1루에서 결국 마운드를 내려갔다. 1회 정현수가 테이블세터에게 볼넷을 내준 순간부터 불펜에 연락을 취했던 롯데 벤치의 판단이었다.
모든 것이 정현수의 탓은 아니었지만, 초반부터 주도권을 빼앗기자 이어 나온 불펜 투수들도 줄줄이 집중타를 맞는 등 고전했고, 수차례 만들어진 득점권 찬스를 놓치면서 번번이 추격에 실패한 결과 2-12로 KT에 무릎을 꿇으며, 2연전에서 나란히 1승씩을 나눠갖는데 만족해야 했다.
2024년 9월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나균안이 4-3으로 승리한 뒤 기뻐하고 있다./마이데일리
김태형 감독은 지난 4일 경기에 앞서 선수단을 단기전처럼 운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셈이다. 현재 롯데는 8위에 머물러 있지만, 5강권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는 10개 구단 중 잔여경기가 가장 많고, 포스트시즌 티켓을 손에 쥘 수 있는 팀들과 격차가 크지 않는 까닭이다. 이러한 가운데 경험이 많지 않은 정현수에게 다시 선발의 기회를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1승, 1승이 소중한 상황에서 변화를 줄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는 그럴만한 자원도 확보가 돼 있다. 사생활 문제로 구단의 징계를 받기전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던 나균안이 복귀한 까닭이다. 나균안은 지난 1일 확장엔트리가 실시된 후 1군의 부름을 받았고,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연장전에 등판해 최고 148km의 빠른 볼을 뿌리는 등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 투수가 됐다. 선발로 투입될 정도로 투구수가 맞춰진 상황은 아니지만, 80구 정도의 한계 투구수를 가진 정현수와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오히려 선발 경험이 풍부한 나균안이 더 안정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선발 로테이션에 변화를 준다면 장단점은 확실하다. 나균안이 선발로 이동하게 되면 정현수보다 더 안정적일 수 있으나, 필승조 또는 롱릴리프로도 활약이 가능한 만큼 불펜에서는 활용폭이 넓은 선수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일단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의 첫 등판 직후 보직을 확정하지 않고 상황에 맞게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금은 개인의 성적보다 팀의 승리가 가장 중요한 상황. 롯데가 과연 어떠한 판단을 내리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