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키 157㎝, V리그서 제일 작지만 코트에선 가장 큰 선수가 될래요”
오선예가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페퍼저축은행의 지명을 받은 뒤 환하게 웃고 있다.
■ KOVO 여자부 페퍼저축銀에 지명된 리베로 오선예
수비전문… 선수 등록땐 최단신
“발 빠르고 하체 힘도 좋아 민첩
드래프트 리베로중 내가 최고”
장소연 감독 “경기 리딩 인상적”
글·사진=오해원 기자 ohwwho@munhwa.com
“코트 위에서 제일 큰 선수 될래요.”
부산 남성여고의 리베로 오선예(18)는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4∼2025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5순위로 페퍼저축은행의 지명을 받았다.
페퍼저축은행은 과거 GS칼텍스와 트레이드로 올해 1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이에 전체 12순위로 뽑은 2라운드 5순위 지명권이 사실상 첫 지명이다.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감독이 오선예의 이름을 호명하자 행사장 한쪽에 부모님, 관계자가 앉아있던 자리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오선예의 키였다.
수비전문선수인 리베로 포지션의 오선예는 키가 157㎝로 함께 드래프트에 참가한 또래 선수보다 키가 한참 작았다. 올해 드래프트에 참가한 멀티 플레이어를 포함한 리베로 선수 15명 중에서도 가장 작은 선수였다. 오선예는 KOVO 역사상 가장 키가 작았던 선수인 같은 포지션의 김해빈(전 페퍼저축은행·156㎝)보다 불과 1㎝ 더 크다. 오선예가 선수 등록을 마치면 V리그 현역 선수 중에는 최단신 선수가 된다. 오선예는 지명을 받은 뒤 185㎝인 장소연 감독과 함께 사진을 찍을 때도 상반된 이미지로 눈길을 끌었다.
지명 이후 문화일보와 만난 오선예는 “큰 기대 없이 왔는데 지명돼 기분이 좋다. 프로에 가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윤정혜 남성여고 감독은 “선예는 ‘내가 프로에 갈 거라고 자신했다. 내가 안 되면 누가 프로에 가냐’고 할 만큼 자신감이 남달랐다”고 귀띔했다.
초등학교 때 클럽활동으로 배구를 접한 오선예는 중학교에 진학하며 엘리트 배구에 정식으로 입문했다. 사실상 6년의 경력만으로 프로에 입성했을 만큼 남다른 배구 센스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장소연 페퍼저축은행 감독도 “키는 작아도 발이 굉장히 빠르다. 경기 리딩도 인상 깊다”면서 “성실한 선수라 프로에 와서도 선배들에게 빠르게 배울 것”이라고 지명 배경을 소개했다.
오선예는 “발이 빠른 것이 내 장점이다. 하체 힘도 좋은 편이라 민첩하기도 하다. 올해 드래프트에 나왔던 리베로 중에는 내가 최고”라며 “코트에서 키는 가장 작아도 가장 크게 보이는 선수가 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이어 “프로에 가면 몸으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선배들의 훈련 모습이나 경기를 눈으로 보는 것도 배구라고 생각한다. 프로에 가서 열심히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창단 후 V리그 여자부 최초로 3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쳤던 페퍼저축은행은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국가대표 출신 리베로 한다혜를 GS칼텍스에서 데려온 데 이어 오선예를 영입해 리베로 구성을 개편했다. 여기에 수비력이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 채선아까지 더하면 창단 후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됐던 리시브 등의 수비 고민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