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병마 딛고 코트 돌아온 201cm 국대 출신 미들 블로커, '강훈에도 하루하루 행복해'
삼성화재 배구단 제공
[OSEN=손찬익 기자] 삼성화재 베테랑 미들블로커 김재휘(31)는 남다른 공격 센스와 201㎝ 신장에서 나오는 블로킹 능력으로 아마추어 시절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V리그 여러 팀이 관심을 가졌으나 2015년 10월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지명됐다.
김재휘는 2년차부터 주전급 미들블로커로 발돋움했다. 34경기 87세트를 소화했고 68점을 뽑아 확실히 팀에 정착했고, 대표팀에도 뽑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도 경험했다.
김재휘는 2020~2021시즌을 앞두고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고, 2021~2022시즌 도중 우리카드로 팀을 옮겼다. 그러나 아쉬움이 더 짙은 시간이었다. KB손해보험에선 20경기에 그쳤고, 우리카드에선 두 시즌 동안 37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뜻하지 않은 악재가 찾아와서다. 2022~2023시즌이 진행 중이던 2022년 11월 대표팀에서 입은 무릎 부상으로 우연히 받은 검진에서 대동맥류가 발견됐다. 혈관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병으로 상태가 좋지 않아 수술이 불가피했다.
체중과 근육량이 크게 줄었다. 우리카드 훈련장에 복귀한 무렵에는 15㎏이나 빠져있었다. 걱정과 고민이 가득했으나 5월 현역 은퇴한 박철우(은퇴)가 병을 극복하고 성공리에 복귀한 사례가 있어 배구를 다시 할 수 있으리란 믿음은 분명히 있었다.
현 소속팀 삼성화재가 2024~2025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 중인 일본 시즈오카에서 12일 만난 김재휘는 당시를 떠올리며 “복귀 과정은 혹독했어도 다시 운동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참 감사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배구단 제공
2022~2023시즌을 통째로 날린 김재휘는 지난 시즌 우리카드로 돌아왔고, 정규리그 5라운드를 지날 무렵부터 몸이 조금씩 돌아온다는 걸 느꼈으나 설 자리가 없었다. 변화가 필요한 우리카드를 이해했다. 아파도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어디든 뛸 수 있다는 생각만 했다.” 다행히 금세 새 둥지를 찾았다. 개인 훈련에 매진하던 그에게 김상우 삼성화재 감독이 5월 연락해왔다. “함께 하자.” 식사와 차 한잔을 나눈 뒤 결정을 내렸다. “잘 부탁합니다.”
삼성화재는 7월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김재휘를 영입했다. ‘명가 재건’을 기치로 내건 삼성화재는 치열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혹독한 팀 훈련에 체력 프로그램까지 추가돼 지칠 법도 한데, 김재휘에겐 행복한 하루하루다.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삼성화재는 가능성이 충분한 팀이었다. 현실적 어려움이 적지 않아도 미래가 있다고 봤다. “모두가 간절하다. 잠재력이 무한하다. 내일을 향하는 팀은 발전한다”는 것이 강한 멘탈리티를 가진 김재휘의 이야기다.
김재휘는 최근 지인으로부터 “다시 심장이 뛰는 남자가 됐다”는 따스한 메시지를 접했다. 자신도 부정하지 않는다. “‘뛰는 심장’이란 표현이 나를 채워줬다. 늘 흔들리지 않는, 포기를 참 싫어한 선수로 기억되려 한다. 중요한 건 자세다. 나를 통해 아픔을 겪는 선수들이 버텨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