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그만해야 하나" 은퇴 고민했는데…롯데→KT 트레이드가 인생을 바꾼다

[스포티비뉴스=대전, 윤욱재 기자] "솔직히 올해 많이 힘들었다"
방망이 하나 만큼은 이미 인정을 받은지 오래. 하지만 늘 "수비가 좋지 않다"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는 여전히 쓸만한 방망이를 갖고도 1군에서 철저히 외면 당했고 괴로움의 나날은 계속됐다. "이제는 야구를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바로 트레이드 소식이었다.
인생이 바뀔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 것일까. 롯데에서 2군에 머무르고 있던 이정훈(31)은 지난 2일 KT로 트레이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용실에 있었는데 계속 휴대폰이 울리더라"고 당시를 회상한 이정훈은 "사실 트레이드가 될 것이라는 예감은 없었다"라고 전했다.
이정훈은 지난 해만 해도 1군에서 65경기에 나와 타율 .300에 타점 18개를 기록하면서 대타 요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올해는 트레이드가 되기 전까지 2군에서만 뛰어야 했다.
이정훈은 "솔직히 올해 많이 힘들었다. 기회도 많이 없었고 많이 힘들어서 '이제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도 '그냥 포기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2군에 있으면서도 성실하게 묵묵히 운동을 계속했다"라면서 "타격은 항상 자신감이 있다. 지금도 타격감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롯데에서 뛰었던 2년 동안 방망이 실력을 검증 받으면서 트레이드라는 새 출발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정훈도 "롯데는 나에게 기회를 준 팀이었고 1군에서 팬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야구할 수 있었던 것은 롯데에서 뛰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롯데와 롯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정훈이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하자마자 1군으로 콜업했고 3일 대전 한화전에 2번타자 1루수로 내보내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이정훈과 첫 인사를 나눈 이강철 감독은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 수비는 신경쓰지 않아도 돼"라고 격려했다. 이정훈은 "솔직히 그렇게 말씀해주신 감독님은 처음이었다. 마음이 너무 편해지더라"면서 "내가 수비를 못 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솔직히 모든 선수가 수비를 하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항상 내가 뭔가 실수를 하면 일이 커지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나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다"라며 새로운 팀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다짐도 더했다.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이정훈은 9회초 중전 안타를 터뜨리면서 이적 첫 경기에 첫 안타까지 신고했다. KT는 강백호가 발목 부상으로 공백을 보이고 있고 문상철도 타율 .214로 부진하면서 2군으로 내려갔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는 주전으로 쓰려고 데려왔다"라며 당분간 이정훈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임을 이야기했다. 한때 은퇴까지 고민했던 이정훈은 그렇게 새로운 야구 인생의 출발점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