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코트 그리웠던 대한항공 강승일, U20대표팀서 아쉬움 씻는다..."어떤 공이든 다 받아낼 것"
"어떤 공이든 다 받아내겠다."
강승일(대한항공)은 코트가 그리웠다. 2005년 출생한 그는 만 17세 나이로 프로 데뷔했다. 속초고 3년이던 2022년 한국배구연맹(KOVO)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로 대한항공 부름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연령별 대표팀을 꾸준히 거치며 동 나이대 최고 리베로 평가를 받은 그다. 프로 무대서도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그러나 고졸 신인이 첫 시즌부터 활약하기란 쉽지 않았다. 더구나 대한항공은 리그서 뎁스가 가장 좋은 팀. 당시 팀 주전 리베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던 오은렬(현대캐피탈) 외에도 정성민 등 쟁쟁한 경쟁자가 많았다. 결국 강승일은 데뷔 시즌인 2022-23시즌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고, 다음 시즌도 3경기 3세트 출전에 그쳐야 했다.
그러다 최근 20세 이하(U20) 대표팀에 승선하면서 강승일은 오랜만에 마음껏 코트를 누빌 기회를 얻었다. 실전 감각이 다시 올라오는 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지난 5일 경희대와 연습경기서 리시브 효율 71%(리시브 시도 31회)를 기록하며 팀의 셧아웃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강승일은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는 적었지만, 항상 경기에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브리시브와 디그 훈련을 매일같이 정말 열심히 했다. 또 소속팀 형들의 수준이 워낙 높다 보니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됐다. 많은 연습 덕에 부족한 실전 경험에도 불구하고 기량을 잘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경희대 선수들 대부분이 내 또래다 보니 긴장을 덜해서 경기가 잘 풀린 것도 있다"고 밝혔다.
강승일은 연령별 대표팀서 좋은 기억이 많다. 지난해 U19 국가대표로 참가한 세계유스선수권대회서 '30년 만의 동메달'을 캐기도 했다. 아울러 대회 베스트 리시버 부문 1위에 오르는 기쁨도 함께 누렸다.
한 가지 아쉬움도 있었다. 강승일의 '꿈'은 세계대회서 베스트7 리베로상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우승국 이란의 세예드 모르테자 타바타바이에게 밀려 아쉽게 이루지 못했다. 그가 다시 한번 목표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오는 23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제22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4강 안에 들어 이듬해 있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따내야 한다.
강승일은 "세계대회에서 베스트7 리베로상을 받아보는 게 예전부터 목표였다. 지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때 베스트 리시버 부문에서는 1위를 했지만, 끝내 베스트7 리베로상은 못 받아 못내 아쉬웠다. 이번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내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행 티켓을 따낸 뒤 한 번 더 (베스트7 리베로상을) 노리려 한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지난 세계유스선수권대회 당시 강승일은 팀의 유일한 프로선수였다. 자신에게 쏠리는 관심이 반가운 한편 잘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올해는 이우진(몬자), 윤서진(KB손해보험)과 함께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 나선다.
강승일은 "지난 세계유스선수권대회 때 부담감이 되게 컸다. 혼자 프로다 보니 못하면 팬들을 실망시킬까 신경이 많이 쓰였다.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쳐서 다행"이라며 "올해는 (이)우진이, (윤)서진이도 프로로 대회에 나선다. 하지만 부담이 줄긴커녕 오히려 커졌다. 작년에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팬들의 기대가 전보다 더 높을 것 같다"고 옅게 웃었다.
강승일은 이번 대회서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한국은 대회 8강 조별리그서 중국, 이란과 한 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강팀과 맞대결서 승리하려면 단단한 리시브가 필수다.
강승일은 "다른 포지션도 정말 중요하지만, 리베로는 상대 공을 처음 받는 걸 전담하는 선수다. 공을 잘 받아내면 점수를 잃지 않으면서도 공격의 출발이 될 수 있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게끔 뒤에서 최선을 다해 어떤 공이든 다 받아내겠다"고 각오했다.
끝으로 오는 2024-25시즌 목표도 물었다. 그는 "(오)은렬이 형이 얼마 전에 현대캐피탈로 떠나면서 팀 주전 리베로 자리가 공석이 됐다. 개인적으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서브리시브인데, 이 점을 앞세워 다른 형들과 같이 선의의 주전 경쟁을 해보고 싶다. 잘은 모르지만, 감독님이 9월 KOVO컵 때 선수들을 한 번씩 다 써보시고 다음 시즌 계획을 확정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만의 역할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는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서 강승일이 '꿈'을 향한 활주로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