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정말 재능이 있다, 오히려 나보다 나을 때도…” 강소휘는 놀랐다, ‘OH 전향 4년차’ 정지윤의 대담함에
“지윤이는 정말 재능이 있어요. 오히려 저보다 나을 때가 있어요.”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가 열리기 전까지 한국 여자배구는 추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VNL 27연패, 아시안게임 17년 만에 노메달, 끝없는 세계랭킹 추락. 런던, 도쿄 4강 신화는 이미 오래전 일이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김연경(흥국생명), 양효진(현대건설) 등이 은퇴한 후 경쟁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모양새였다.
그런 상황에서 2024 VNL은 한국 여자배구의 새로운 희망을 볼 수 있는 대회였다.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2024 VNL에서 ‘할 수 있다’라는 힘을 얻었다. 1주차 태국전에서 VNL 30연패를 탈출했고, 3주차 프랑스를 만나 승리를 거두며 대회 2승을 챙겼다. 15위에 머물렀지만 이전 두 대회 전패 수모에서 벗어난 건 큰 의미가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사진=FIVB 제공이번 대회에서 눈에 띄었던 선수는 모두가 알다시피 정지윤(현대건설), 강소휘(한국도로공사)다.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하며 팀에 힘을 더했다. 세자르 체제와는 다르게, 두 선수가 확실한 주전으로 활약했다.
먼저 강소휘는 김연경의 뒤를 이어 97번이 아닌 10번을 달고 뛰었다. 한국이 승리를 거둔 태국과 프랑스전에서 각각 22점, 18점으로 맹활약했다. 불가리아전에서는 공격으로만 23점을 올렸다.
강소휘는 “국가대표 10번은 연경 언니의 것 아니었나, 언젠가는 대표팀 10번을 한 번 달아보고 싶었다”라며 “이번에 달았는데 생각보다 번호의 무게감이 크더라. 확실히 압박감이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전까지만 해도 매년, 아니 매 경기 스타팅 라인업이 바뀌었다. 팀워크 맞추는 것도 힘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잘했다. 어느 누구도 우리가 2승을 올릴 거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말 했다.
강소휘의 활약도 뛰어났지만, 많은 팬들이 놀랐던 건 정지윤의 활약. 모두가 알다시피 정지윤은 지난 2021년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바꿨다. 공격은 V-리그 내에서도 인정을 받는 선수지만, 리시브는 아니다. 기복이 있었다. 2021-22시즌 237점 공격 성공률 43.68% 리시브 효율 26.41%, 2022-23시즌 36경기 337점 공격 성공률 38.64% 리시브 효율 33.52%, 2023-24시즌 31경기 254점 공격 성공률 34.09% 리시브 효율 30.65%를 기록했다.
사진=FIVB 제공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물론 리시브에서 안정감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래도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강소휘와 리베로 한다혜(페퍼저축은행)의 도움 속에 버텼다. 버티니 장점인 공격이 돋보였다. 12경기 가운데 7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프랑스전에서는 20점, 태국전에서 16점을 올리며 팀 승리에 기여했다.
8일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강소휘는 “처음에 지윤이가 리시브를 피하려고 하더라. 머뭇머뭇 거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너 충분히 재능 있으니까, 범실 해도 괜찮으니까, 우리 자신 있게 하자’라고 했다. 그 뒤로 자신감이 생겼는지, 오히려 나를 더 많이 도와주더라”라고 웃었다.
또한 강소휘는 “이번에 지윤이를 보면서 ‘정말 재능 있는 아이구나’라고 감탄했다. 옆에서 보면서 나보다 더 나을 때도 있다고 봤다. 마인드도 배울 점도 있고, 서로 의지하면서 잘 이겨내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사진=FIVB 제공사진=FIVB 제공정지윤과 강소휘는 당분간 한국 여자배구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로 활약할 전망. 배구여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두 선수의 활약을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