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올스타전) 상상도 못했죠, 아내가 저보다 더…” 누군가에겐 감동의 무대, 공룡들 ERA 1.93 셋업맨 성공시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너무 축하한다고. 저보다 더 기뻐해요.”
올스타전은 누군가에겐 단골무대다. 팬들의 찐사랑이 감사하지만, 그래서 내색은 하지 않지만 ‘귀차니즘’을 갖고 있는 선수들도 솔직히 있다. 또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 퍼포먼스가 일상화된 요즘 올스타전서, 텐션이 강하지 않은 선수들은 유독 부담을 갖기도 한다.
그런데 또 누군가에게 올스타전은 참가 자체로 영광이자, 감동이다. 지난 5~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성황리에 끝난 올스타전서도 생애 첫 출전자가 꽤 있었다. 이들 중에선 정말 깜짝 스타도 있다. 올해 야구를 잘 해서, 팬들에게 당당히 인정받고 올스타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다.
NC 다이노스 우완 셋업맨 김재열(28)도 이 부류에 속한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1군 무대를 밟을 수 없었고, 사회인야구에 몸 담아야 했으며, KIA 타이거즈에서도 1군 추격조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2차 드래프트로 NC로 옮긴 뒤, 야구인생이 바뀌었다.
김재열은 전반기 46경기서 1승2패11홀드 평균자책점 1.93으로 맹활약했다. 피안타율 0.205, WHIP 1.11이었다. 46.2이닝을 소화하면서 사사구 20개에 탈삼진 48개. KIA 시절과 달리 포크볼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성공시대를 열었다. 각도가 확연히 커졌다. 여기에 포심과 커브를 섞는다.
김재열은 나눔올스타 소속으로 네 번째 투수로 등판, 1이닝 2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2실점했다. 데이비드 맥키넌(삼성 라이온즈)에게 146km 패스트볼을 바깥쪽 높은 코스로 뺐지만, 맥키넌이 그걸 밀어 우측 담장을 살짝 넘겼다. 비거리 100m. 인천이 아니었으면 홈런이 될 타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김재열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생애 첫 올스타전을 즐겼다. 남들처럼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하지 않았지만, 김재열에겐 축제의 주인공이라는 의미가 더욱 컸다. 그는 “아내와 장인어른이 나보다 더 기뻐한다. 축하하고 즐기다 오라고. 체력을 조금 걱정하는 분도 있는데, 아내와 부모님이 뜻깊은 자리인데 즐기다 오라고 그랬다”라고 했다.
정말 올스타전은 자신의 무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김재열은 “상상도 못했다. 솔직히 (올스타전에)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 자체만 생각했다. 그냥 그런 생각만 했는데 이렇게 오니까 너무 좋다. 이것 말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라고 했다.
특별한 퍼포먼스는 없었다. 김재열은 “정신이 없어서 아무 것도 준비 못했다. 오늘은 맛보기로 어떤 분위기인지 한번 보려고 한다. 올스타 유니폼을 입고 다른 선수들에게 인사도 하고 그랬는데, 그조차도 영광이다”라고 했다.
강인권 감독의 추천이 있었다. 김재열은 “그냥 전반기에 결과가 좋았고, 중요한 순간에 잘 해왔기 때문에 감독님이 추천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런 것도 경험해보라고”라고 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올스타전은 끝났다.
이제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다. 후반기가 9일 시작된다. NC는 SSG 랜더스 등과 치열한 5강 싸움을 펼칠 예정이다. 메인 셋업맨 김재열의 몫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그는 “부족한 부분도 많고,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앞으로 남은 경기가 중요하다. 우리 팀 승률이 5할인데, 더 높은 곳을 향해 갈 수 있도록,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