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집 가는데 전화가 왔다" 한화 특급 유망주 달랜 김경문 감독 한마디, '46세 차' 사제는 무슨…
한화의 김경문 감독(왼쪽)과 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감독님 번호가 떴을 때 좀 당황했어요."
한화 이글스 특급 유망주 김서현(20)이 김경문(66) 감독과 특별했던 통화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46세 차이의 두 사제를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김서현은 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SOL 뱅크 KBO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집에 가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김경문 감독님이었다"라고 3일 전 대화를 떠올렸다.
서울고 시절 김서현은 최고 시속 155㎞의 빠른 공을 던지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2023 KBO 신인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그러나 특급 유망주는 좀처럼 프로 무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데뷔 시즌인 지난해 20경기 동안 승패 없이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로 부진했다.
올해는 1군과 2군을 오고 가며 7경기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하면서 첫 퓨처스 올스타에 선정됐다. 갈팡질팡하던 김서현의 커리어는 지난달 2일 김경문 감독이 한화의 사령탑으로 부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한국의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끌고 KBO 통산 900승이 넘는 승리를 거둔 명장은 길을 잃은 유망주를 어떻게 바라볼지가 관심사였다.
김경문 감독은 일단 김서현을 직접 보길 원했다. 지난달 30일 더블헤더 특별엔트리로 콜업한 그를 3일 대전 KT전에 올려 투구를 지켜봤다. 김서현은 그 경기에서 1이닝 동안 피안타와 삼진 없이 김상수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화의 김서현이 5일 2024 KBO 퓨처스 올스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그 경기를 마치고 김경문 감독은 귀가하는 김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서현은 "감독님께서 '오늘(7월 3일) 정말 잘해줬다.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 어땠냐?'라고 물어보셨다. 긴장했다고 말씀드리니 '구속도 많이 좋아지고 지금부터는 투구폼은 신경 쓰지 말고 자신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상처받은 김서현의 마음을 달래는 한 통이었다. 김서현은 프로에 온 후 투구폼을 여러 차례 수정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있는 가운데 김 감독은 주위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직접 보고 판단하는 쪽을 선택했다.
김서현은 "마음이 되게 넓으신 분 같다. 선수를 이해하려고 하신다. 오히려 나한테 더 도움을 주려고 하시고, 계속 도와주려고 하셔서 감사했다"며 "사실 더블헤더 때문에 올라온 거라 바로 서산(한화 퓨처스 구장)으로 갈 줄 알았다. 하지만 감독님이 직접 내가 경기를 못 뛰었고 전반기 다 끝나가니까 같이 가서 내가 운동하고 피칭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하셨다. 이렇게 해주실 줄은 몰랐는데 첫날 내 피칭을 보시고 등록하셔서 나도 보답하려 했던 것 같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첫 퓨처스 올스타에 선정된 김서현은 이날 팬들과 직접 만나 외부 광장에 마련된 팬 페스트 존에서 투수에 대한 원포인트 레슨을 진행했다. 팬심을 고백하는 팬들에게 김서현은 밝은 미소를 보이며 따뜻한 팬서비스도 보였다. 그는 "남을 가르치는 게 처음이라 잘 몰랐다. 많은 분이 응원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평소보다 더 힘을 많이 얻었다"고 미소 지었다.
이번 1군 등판과 퓨처스 올스타전을 계기로 더 밝은 미래를 꿈꿨다. 김서현은 "난 아직 1군 선수는 아니라 생각한다. 일단 퓨처스 올스타전에 처음 뛰게 됐는데 다음부터는 더 큰 올스타전에서 팬들께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전반기 때 기량이 많이 떨어졌던 걸 보완해서 후반기에는 더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서현.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