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정해영 공백이 KIA에 심어준 위기의식…꽃범호 뚝심의 불펜 1이닝 책임제, 1위사수 ‘핵심 키워드’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불펜 안정화가 가장 중요하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지난달 28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 대패 이후 구단의 동의를 얻어 1군 진갑용 수석코치와 2군 손승락 감독의 보직을 맞바꿨다. 1군에 투수 출신 지도자를 한 명 더 불러 불펜 운영의 난맥상을 바로잡겠다는 의도였다.
이미 이범호 감독은 지난달 2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패배 직후 코칭스태프 회의를 소집해 불펜 운영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했다. 그 결과 데이터, 컨디션에 따른 ‘~공백 메우기’를 탈피해 되도록 이닝 마무리와 투수교체를 같은 타이밍에 하기로 했다. 시즌 초반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편의상 1이닝 책임제라고 하는데, 1이닝을 맡기겠다는 의도보다 이닝을 마무리할 때 투수를 교체하겠다는 의도가 좀 더 강하다. 정해영이 없으니 8~9회를 최지민과 전상현이 맡고, 그 앞을 장현식이 맡는다. 임기영이 상황에 따라 양념을 치고, 경험이 많지 않은 곽도규와 김도현이 이들을 돕되, 과도한 책임감을 주지 않기로 했다.
그런 점에서 지난 2~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을 돌아보면 이범호 감독의 달라진, 깔끔한 불펜 운영이 돋보였다. 우선 2일의 경우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5회까지 던진 뒤 1-4로 뒤진 6회와 7회 장현식과 최지민을 투입, 무실점으로 흐름을 바꿨다. 그러자 타선이 8회 추격을 시작했고, 곽도규와 임기영도 9회까지 실점하지 않았다. 그 사이 타선이 동점을 만들었다. 전상현이 9회 2사에 등판해 4아웃 구원승을 챙겼다.
3일의 경우 선발 캠 알드레드를 5회 2사에 빼는 강수를 뒀다. 올스타브레이크를 의식, 조금 무리해도 이 경기를 무조건 잡고 가겠다는 의지였다. 여기서 장현식이 기대 이상으로 2⅓이닝을 버텼다. 덕분에 8~9회를 임기영, 최지민, 전상현으로 갈 수 있었다.
8회에 좌타자 김지찬과 구자욱이 나오는 걸 감안, 우선 최지민을 쓴 뒤 임기영을 올렸으나 2사 만루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여기서 다시 한번 전상현이 올라와 4아웃 세이브를 해냈다. 8회 대타 윤정빈의 타구를 우익수 최원준이 기 막히게 걷어내기도 했다. 9회는 편안한 마무리.
공교롭게도 정해영이 빠지면서 불펜 세팅을 처음부터 다시 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삼성전 위닝시리즈 확보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정해영이 빠져서 수동적으로 움직인 건 아니었다. 이범호 감독도 6월부터 불펜 운영이 힘겨운 걸 직감하고 전체적으로 정비해야 되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정해영은 9일부터 시작하는 LG 트윈스와의 후반기 첫 3연전서 복귀 가능하다는 게 이범호 감독 시선이다. 정해영이 돌아와도 지금 다시 세팅한 불펜 운영의 틀을 흔들 이유가 없다. 8~9회를 맡은 전상현과 최지민을 7~8회로 돌리면 끝이다. 임기영과 곽도규를 양념처럼 쓰고, 장현식은 전상현과 최지민 앞이다.
현재 KIA 1군에 손승락 수석코치를 비롯해 정재훈 투수코치, 이동걸 불펜코치까지 투수 출신 지도자가 3명이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위기를 타파하려는 전략은 일단 통했다. 후반기에도 위기가 찾아오면 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물론 투수 개개인이 최대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제일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