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하던 적, 편먹고 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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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허수봉-레오가 그리는 통합 우승의 꿈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주역 레오(왼쪽)와 허수봉이 구단 훈련장에서 이뤄진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팀 선두 질주 쌍끌이 활약
“적일 때 만난 허수봉은 마치 외인”
“레오, 승부욕 대단해…믿고 경기”
함께 뛰니 편안~하게 ‘시너지 효과’
정규리그·챔프전 우승하고
MVP도 우리가

트레블 달성 땐?
허 “단체 세리머니”
레오 “메시처럼 침대서
트로피 셀카”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지난 5일 아쉽게 연승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날 KB손해보험에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하면서 17연승 달성에 실패했다. 18연승에 성공하면 V리그 남자부 단일시즌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아쉽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다음날 천안에 있는 현대캐피탈 숙소에서 만난 아포짓 스파이커 허수봉과 레오는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된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허수봉은 “지금까지 세 번 밖에 지지 않았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한 경기 졌다고 분위기가 처질 팀이 아니다”라고 했다. 레오도 “한 경기 졌다고 고개를 숙일 순 없다. 계속해서 좋은 모습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승 신기록보다 현대캐피탈이 더 간절히 바라는 게 있기 때문이다. 바로 통합 우승이다. 현대캐피탈은 11일 현재 24승3패 승점70으로 정규리그 1위 확정에 가까워지고 있다.

2024~2025시즌 개막 전부터 현대캐피탈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프랑스 출신의 필립 블랑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남자배구 최다 MVP 수상 기록을 보유한 레오가 합류하면서 전력이 상승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개막 전 열린 프로배구 컵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현대캐피탈은 정규시즌에서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규시즌 우승은 물론 챔피언결정전까지 제패하는 것이 현대캐피탈의 이번 시즌 목표다.

현대캐피탈의 가장 최근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2018~2019시즌이고 통합 우승은 2005~2006시즌이었다.

이번 시즌 선전에 대해 허수봉은 “컵대회 때에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합이 더 좋아졌고 레오라는 좋은 선수가 있었기 때문에 어려운 경기도 많이 이겼다.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 치고 나가는 힘이 많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레오는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을 때까지만해도 이정도의 성적을 낼 줄 몰랐다. 그는 “좋은 팀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연승가도를 달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줄 몰랐다. 이런 팀에 소속되어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레오는 지난 시즌까지 OK저축은행 소속이었다. 허수봉과 레오는 상대팀 선수로 마주하면서 서로를 까다롭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같은 팀이 되니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레오는 득점 2위, 공격 종합 2위, 오픈 공격 1위 등을 기록하고 있고 허수봉도 득점 4위, 공격 종합 4위, 시간차 공격 1위 등 각종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을 기록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현대캐피탈 허수봉(왼쪽)과 레오 I 정지윤 선임기자

레오는 “지난 시즌에 현대캐피탈과 경기를 할 때면 허수봉이 외국인 선수같이 느껴졌을 정도”라고 떠올렸다. 허수봉은 “함께 뛰니 굉장히 편하다. 모든 선수들이 까다롭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결을 잘 해주니까 쉽게 경기가 풀린다. 같은 팀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행복하다”고 했다.

서로의 실력에 대한 신뢰도 두텁다. 레오는 “지금까지 많은 한국 선수들과 뛰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선수 중에서는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그런데 허수봉은 재능이 보였다”라며 “허수봉과 공격에서 책임을 나눠지고 있는데 그런 점이 나를 편하게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도 평가를 받아봤으면 좋겠다”며 극찬했다.

허수봉 역시 레오를 보며 배우는 점이 많다. 그는 “승부욕이 대단한 것 같다. 경기를 리드하는 모습도 있고 워낙 확실하게 실력으로 보여주니까 다른 선수들도 믿고 경기한다”고 화답했다.

이번 시즌 우승을 바라는 이유도 명확하다. 레오는 V리그에 처음 발을 들였던 2012~2013시즌 삼성화재 소속으로 두시즌 연속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끄는데 기여했다.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거머쥐었다. 레오에게도 오랜만의 우승 도전이다. 그는 “한국에서 명문팀을 꼽으라고 하면 삼성화재과 현대캐피탈이라고 생각한다”며 “삼성화재 시절에 우승하면서 배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면 이번 우승은 두번째 전성기로서 두번째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시즌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허수봉은 자신이 주역으로 우승을 일궈내는 그림을 꿈꾼다. 그는 컵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우승하는 ‘트레블’ 달성이 목표다. 2018~2019시즌에는 백업 멤버였던 허수봉은 “당시에는 주전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해서 형들을 믿고 즐겼다”며 “이제는 후배들도 많고 내 역할을 해야 경기에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규시즌 우승을 눈 앞에 둔 현대캐피탈은 최대한 빨리 우승을 확정지은 뒤 챔피언 결정전 준비에 돌입해야한다.

허수봉은 “가장 중요한 건 자만하지 않는 것이다. 남은 시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면서 경기에 임해야할 것 같다. 만약 부상 선수가 나와서 분위기가 처지면 안 되기 때문에 부상 방지에 주의하면서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통합 우승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오는 “우리는 시즌을 치르면서 서로를 너무 잘 알게 되었다. 한 명, 한 명 모두 책임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 서로 신뢰하고 있어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명 모두 개인적인 기록은 중요치 않다. 오로지 팀의 우승을 향해 달려간다. 정규시즌 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 허수봉은 “내가 된다면 좋겠지만 개인적인 기록이나 상에 대한 생각은 없다. 우리가 우승을 하고, 우리 팀에서 MVP가 꼭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레오는 아직도 대한항공을 향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그는 “챔피언결정전에서 어떤 팀을 만나든 준비를 잘 해야할 것”이라면서도 “대한항공이 최근 몇 년간 계속 우승해 왔고 경험도 많기 때문에 가장 경계해야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규시즌, 그리고 챔피언 결정전 우승까지 차지하는 날을 상상하면 마냥 행복하기만하다.

레오는 “우승을 하면 하고 싶은게 한 가지 있다. 컵대회 트로피와 정규시즌 1위 트로피, 그리고 챔피언결정전 트로피를 모두 가지고 가서 침대에 누워서 셀카를 찍고 싶다. 리오넬 메시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트로피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것처럼 말이다”라며 바람을 표했다.

허수봉은 “다같이 만든 결과니까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순간, 동료들과 상의해 멋진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싶다”라면서도 “아직 김칫국부터 마시지는 않겠다”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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