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5G 3BSV ERA 20.25' 믿었던 마무리 마저…'꺼져가는 희망' 불펜 걱정 없었던 롯데, 돌파구가 안 보인…
맛돌이김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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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 13:00
2023년 10월 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김원중이 9회초 구원등판해 1실점 하며 동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에는 지난겨울 큰 변화가 생겼다. 일단 2023시즌 중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 놓은 래리 서튼의 지휘봉을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무대를 밟았던 김태형 감독에게 맡겼고, 성민규 단장을 경질하고 박준혁 신임단장을 선임하면서 팀을 정비하고 새로운 출발을 끊었다.
지금 당장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릴 정도로 전력이 탄탄한 편은 아니었지만, 포스트시즌에는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만큼 김태형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의 목표를 가을야구로 잡았다. 그리고 미국 괌 스프링캠프를 통해 본격 2024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했다. 당시 사령탑의 가장 큰 고민은 야수진이었다. 유강남, 윤동희, 전준우를 제외하면 '주전'이라고 못박을 선수가 마땅치 않았던 까닭이다.
반면 마운드에 대한 고민은 크지 않았다. 선발진의 경우 찰리 반즈-애런 윌커슨-박세웅-나균안으로 이어지는 확고한 4선발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현희와 이인복, 김진욱 등의 경쟁을 통해 5선발만 결정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불펜 또한 마찬가지. 베테랑 김상수를 비롯해 최준용, 구승민, 김원중까지 확실한 필승조 까지 구축이 돼 있었다. 특히 계투의 경우 '플러스' 요소까지도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마운드로 돌아오는 박진형,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통해 영입한 '특급유망주' 전미르의 합류,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는 '뉴페이스' 진해수, 임준섭까지 가세했다. 게다가 2022시즌 혜성같이 등장해 필승조로서 가능성을 보였던 김도규가 부활한다면, 롯데의 불펜은 더욱 강력해 질 수밖에 없었다. 넘쳐나는 불펜 자원에 김태형 감독은 오히려 제한된 엔트리에 대한 고민을 가질 정도였다.
물론 뚜겅을 열어볼 필요는 있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까닭.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쳐왔던 필승조에 대한 믿음 만큼은 확실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첫 경기부터 롯데가 그린 청사진은 없었다. '믿을맨' 구승민이 개막전을 시작으로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필승조에 대한 구상이 어긋났다.
2024년 5월 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이 역투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4월 1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키움의 경기. 롯데 김상수가 7회말 구원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7월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최이준이 3회말 2사 후 오태곤 타석 때 어깨 부상으로 교체되고 있다./마이데일리
선발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5선발로 시즌을 출발한 이인복이 좀처럼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고, 4선발 나균안 또한 부진을 거듭하던 중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면서 결국 자리를 비우게 됐다. 선발진 붕괴의 스노우볼은 불펜으로도 번졌고, 필승조로 활약하던 최준용과 전미르가 6월부터 모두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하게 됐다. 이 또한 선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군 복무를 마친 박진형, 새롭게 롯데 유니폼을 입은 진해수, 임준섭 등이 시즌 초반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영향도 적지 않았다.
롯데는 나균안과 이인복에 이어 '에이스' 찰리 반즈까지 부상으로 빠진 기간을 대체 자원들로 훌륭하게 메웠지만, 불펜 고민까지 완벽하게 털어내진 못했다. 그래도 베테랑 김상수가 팀이 이기고 있든, 비기고 있든, 언제든 필요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며 한 몸을 불사 질렀고, 구승민이 조금씩 폼을 찾아가면서 한현희까지 불펜에 합류해 최준용과 전미르의 공백을 최소화시켰다. 하지만 전반기에 누적된 피로 등의 여파는 컸다. 후반기가 시작된 후 하나둘씩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춰가는 중이다.
가장 먼저 김상수가 7월 1승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5.68로 부침을 겪어가던 중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끝으로 휴식 차원에서 2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지난달 30일에는 '롱릴리프'로 궂은 역할을 도맡았던 최이준이 SSG전에서 투구를 하던 중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는 일이 발생했다. 검진 결과 오른쪽 어깨 연골이 손상되는 부상을 당했고, 김태형 감독은 31일 경기에 앞서 최이준의 '시즌아웃'을 공식화했다. 게다가 2군에서 복귀를 준비하던 최준용이 통증 재발로 훈련을 중단했고, 팔꿈치에 피로가 쌓인 전미르 또한 아직 복귀에 시동을 걸지 못했다.
더욱 최악인 것은 마무리 김원중까지 무너졌다는 것이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을 앞두고 있는 김원중은 올해 몇 안 되게 롯데 불펜에서 '제 몫'을 해주던 선수였는데, 지난달 2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⅔이닝 2실점(2자책)으로 패전을 떠안더니, 23일 LG 트윈스와 맞대결에서 ⅓이닝 1실점(1자책) 패전, 25일 LG전에서 1이닝 1실점으로 매우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2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반등의 계기를 만드는 듯했으나, 31일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2023년 10월 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렸다. 롯데 김원중이 9회초 구원등판해 1실점 하며 동점을 허용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마이데일리
롯데가 10-5로 크게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원중은 첫 타자를 잘 잡아내며 경기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2개만을 남겨뒀다. 그런데 안타-볼넷-안타를 허용하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정준재에게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후 박지환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으면서 10-7까지 추격을 당했다. 그리고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발생했다.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1개가 남은 2사 1, 2루에서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동점 스리런홈런을 허용하게 된 것.
대체 불가한 부동의 마무리 투수가 5점차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여파는 매우 컸다. 롯데는 엔트리에 있는 모든 투수를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으나, 연장 12회말 현도훈이 오태곤에게 역전 끝내기 투런홈런을 허용하면서 4시간 48분 혈투 속에서 그 어떠한 성과도 손에 넣지 못하게 됐다.
롯데는 전반기 막판까지 상승세를 그리며 5강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후반기가 시작된 이후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포스트시즌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중. 1승, 1승이 중요한 상황에서 5점차 역전패는 충격적이었다. 더 큰 문제는 2군에서 선수를 수급하는 것조차 여의치 않다는 점. 이렇다 할 돌파구가 없는 셈이다. 가뜩이나 불펜 고민이 큰 롯데, 믿었던 김원중 마저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