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라슨에서 스키너로, 주 팅에서 리 잉잉으로’ 한 시대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카토커]‘라슨에서 스키너로, 주 팅에서 리 잉잉으로’ 한 시대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촐싹녀 0 66

 


한 경기 안에, 자연스러우면서도 숭고한 시대의 변화가 담겼다.

한국 시간 30일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1에서 치러진 미국과 중국의 2024 파리올림픽 여자배구 A조 1경기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은 빅 매치였다. 2016 리우올림픽 챔피언인 중국과 2020 도쿄올림픽 챔피언인 미국의 ‘챔피언 VS 챔피언’ 매치인데다, A조의 1위를 노릴만한 전력을 갖춘 팀 간의 승점 6점짜리 경기이기도 했다.

결과는 중국의 3-2(25-20, 25-19, 17-25, 20-25, 15-13) 승리였다. 손에 땀을 쥐는 접전 속에서, 두 팀의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서 상징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양상이 나란히 전개된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미국의 조던 라슨과 에이버리 스키너, 중국의 주 팅과 리 잉잉이 그 주인공이었다.



먼저 미국의 날개를 살펴보자면, 라슨은 이날 선발 아웃사이드 히터로 출격했다. 1986년생의 베테랑 라슨은 2020 도쿄올림픽의 MVP로 선정된 뒤 한동안 대표팀을 떠나 있었다. 그 사이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코치로 활동하기도 한 라슨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표팀의 올림픽 2연패를 위해 대표팀에 전격 복귀했다. 

라슨의 기량은 여전히 좋았다. 그러나 3년 전, 또 자신의 최전성기와 비교했을 때는 내리막을 걷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실제로 중국전에서도 라슨의 경기 영향력은 크지 않았고, 미국은 중국에 내리 두 세트를 내주며 셧아웃 패배의 위기에 놓였다. 그러자 카치 키랄리 감독은 베테랑 아웃사이드 히터 듀오 라슨과 켈시 로빈슨-쿡을 빼고 젊은 피 스키너와 캐슬린 플러머를 투입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스키너와 플러머가 선발로 나선 3세트부터 미국의 공격이 활기를 띄었다. 특히 1999년생 젊은 피 스키너의 활약이 대단했다. 빼어난 운동 능력을 기반으로 경쾌하게 공격을 이어갔다.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때보다 훨씬 좋은 공격력을 발휘한 스키너의 활약 속에 미국은 두 세트를 따내며 경기를 5세트로 끌고 갔다.

그러나 미국의 젊은 피 스키너의 폭주를 중국의 젊은 피 리 잉잉이 막아섰다. 스키너와는 달리 베테랑 주 팅과 선발로 호흡을 맞춘 리 잉잉은 주 팅의 활약이 다소 미진했음에도 4세트까지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운명의 5세트에는 그야말로 가공할만한 활약을 펼쳤다. 무려 9점을 터뜨렸고, 절체절명의 순간 14-15점째를 직접 책임지며 중국의 승리를 견인했다.



VNL에서는 그리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스키너와 달리, 리 잉잉은 이미 최근 2년 사이에 중국 대표팀의 기둥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2000년생의 젊은 나이에 정상급 공격력을 가졌고, 왼손잡이 아웃사이드 히터라는 희소성까지 갖춘 리 잉잉은 1994년생으로 그리 나이가 많진 않지만 잦은 부상 등을 이유로 대표팀과 물리적‧심리적 거리가 멀어진 주 팅을 이미 훌륭하게 대체하기 시작했다.

물론 라슨과 주 팅의 기량은 아직 건재하다. 이 경기에서도 두 선수는 결정적인 순간 노련미를 뽐내며 활약했다. 그러나 라슨은 나이, 주 팅은 상술한 대표팀과의 거리감으로 인해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두 선수를 대신해 스키너와 리 잉잉이 펼친 맹활약은 상징적이었다. 중국과 미국을 이끌었던 한 시대의 끝과, 그들의 뒤를 이을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듯한 모습이 한 경기 안에서 나온 것이다.

시간의 흐름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영원히 시대를 지배할 것 같았던 선수에게도 끝이 있고, 풋내기 유망주에게도 팀의 기둥으로 거듭나는 날이 온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이 미국과 중국의 경기 속에 상징적으로 새겨져 있었다. 스포츠는 인생의 축소판이기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팬들에게, 시대의 전환이 고스란히 담긴 경기는 오랫동안 기억될 경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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