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150㎞이 평범하다고? 이게 두산의 혁명,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나

[카토커] 150㎞이 평범하다고? 이게 두산의 혁명,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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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그 최고 위력의 패스트볼을 거침 없이 던지는 신인 김택연은 두산의 구속 혁명을 이끌 대표 주자로 뽑힌다. ⓒ곽혜미 기자
▲ 최지강은 구속을 활용할 줄 아는 경기력의 뚜렷한 업그레이드로 올해 두산 불펜의 현재이자 미래로 자리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여전히 많은 투수들이 '시속 150㎞'을 상징적으로 여기지만, 꿈의 구속이라고 하기에는 KBO리그에도 이 문턱을 넘어선 선수들이 제법 많다. 특히 두산이라면 더 그렇다. 적어도 두산에서 150㎞을 던지는 건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레이더에 구속이 측정된 두산 선수는 2024년 총 24명이다. 이중 절반이 넘는 14명이 올 시즌 최고 구속 150㎞ 이상을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 라울 알칸타라(최고 시속 154.7㎞), 브랜든 와델(152.0㎞)을 빼도 12명이다. 국내 선수 규모로는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절반 이상이 150㎞ 이상을 던졌으니 150㎞가 그렇게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 건 당연하다.

국내 선수로는 곽빈(최고 156.5㎞), 김유성(154.6㎞), 최지강(154.5㎞), 김택연(154.5㎞), 이영하(153.7㎞), 이병헌(153.5㎞), 최준호(151.4㎞), 정철원(151.4㎞), 이교훈(151.1㎞), 홍건희(150.8㎞), 박치국(150.3㎞), 김동주(150.2㎞)까지 총 12명이 올해 150㎞ 이상의 공을 한 번 이상 던졌다. 박정배 두산 투수코치는 "어느 날 기록지를 보니 7명이 나갔는데 7명 모두가 150㎞ 이상을 기록해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미소를 지을 정도다. 7명이 등판했는데 모든 선수들이 최고 150㎞ 이상을 찍을 수 있는 팀은 KBO리그에서 사실상 두산이 유일하다.

물론 구속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그래도 제구가 전제된다는 가정 하에 공은 빨라서 손해 볼 것이 없다. 타자가 대처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장 치기 어려운 공은 제구가 동반된 패스트볼"이라는 메이저리그의 오랜 격언은 다 이유가 있다. 그렇다면 리그 최고의 파이어볼러 군단이 된 두산은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1·2군 사정을 모두 잘 아는 박정배 코치는 여러 가지 요소의 복합이라고 말한다.

우선 스카우트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을 스카우트 팀에서 눈여겨봤다가 잘 뽑았다. 박 코치는 "일단 선수들 대다수가 아마추어 시절 빠른 공을 던져본 적이 있는 선수들이다. 가지고 있는 것들이 워낙 좋다"고 칭찬했다. 그런 선수들이 2군에서 나름대로 체계적인 훈련을 거쳐 구속이 향상되고 있다는 게 박 코치의 진단이다. 2군 시스템도 잘 되어 있고, 지도자들도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 코치는 "바이오 메커닉스 프로그램이 들어오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들어왔다고 해서 당장 그것 때문에 구속이 늘었다고 할 수는 없다. 1군에서 직접적으로 (구속 향상을) 지도하지도 않는다"면서도 "2군에서도 프로그램이 다양화됐다고 할 수 있다. 트레이닝 파트와 데이터 파트가 세분화되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그게 조금씩 효과로 나타난다고 봐야 한다"고 나름의 분석을 내놨다.

박 코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젊은 선수들의 분위기다. 서로서로 분위기를 끌어준다는 것이다. 박 코치는 "젊은 축에 속하는 선수들이 준비들을 엄청 잘 하더라. 작년 가을부터 봤는데 몸을 쓰는 것에 대해 서로 관심도 많고 공유도 많이 한다"면서 "젊은 투수들, 그리고 투수들이라면 그래도 스피드에 욕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니까 서로 자극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서로들 공유를 많이 한다. 같이 운동하면서 운동 방법도 서로 봐준다. 그립도 조금씩 다양하게 해서 던져보고 서로 공을 받아주면서 이야기도 한다. 그냥 지켜만 보고 있어도 그런 게 굉장히 좋더라"고 웃어 보였다.

▲ 리그의 좌완 불펜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이병헌은 구위는 물론 제구까지 잡아가며 지난해보다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곽혜미 기자


이제 두산의 과제는 이 빠른 공이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무리 공이 빨라도 볼만 던진다면 의미가 없다. 실제 두산의 상당수 젊은 투수들이 지난해 그런 과정을 겪었다. 박 코치는 "결과물을 어떻게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도 지난해보다 올해 성적이 좋아진 젊은 투수들이 꽤 많으니 나름대로 진도를 밟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지강이 대표적이다. 공은 빨랐지만 제구가 불안했던 기대주가 올해 제구를 잡으면서 팀의 필승조로 대활약하고 있다. 박 코치는 "지난해보다 구속이 더 빨라졌다. 이병헌도 마찬가지고 원래 공은 빨랐는데 경기력이 더 좋아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유성도 최근 그런 모습들이 보이고 있고, 젊은 투수들이 성공의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것이라는 게 박 코치의 기대다.

박 코치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하면서도 "올해는 퍼포먼스 자체가 조금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있다.제구도 되고, 경기력도 좋아졌다"면서 선수들의 성장을 즐거워했다. 두산의 혁명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결실은 무엇보다 달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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