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선동열도 2번 실패한 대기록' KBO 최초 K쇼에도 담담했다 "팀이 이겨 더 좋다"
조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KBO 42년 역사상 구원 투수가 연속 타자 삼진을 잡은 건 9타자가 한계였다. 10타자 연속 탈삼진은 전설적인 투수 선동열(61) 전 국가대표 감독조차 그 한계를 넘기 위해 두 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한 대기록. 그 기록에 도달했건만, 군 복무 후 돌아온 예비역 1년 차 투수는 한없이 담담했다.
SSG 랜더스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두산 베어스에 3-1로 승리했다. 치열한 4위 다툼에서 위닝시리즈에 성공한 5위 SSG는 41승 1무 40패로 4위 두산(44승 2무 39패)을 2경기 차로 추격했다.
총력전을 예고한 두산은 득점권마다 아쉬운 모습을 보이면서 5회가 넘어서까지 끌려갔다. 가장 아쉬운 장면이 7회 말이었다. 7회 말 등판한 이로운을 상대로 정수빈이 안타, 대타 전다민과 양의지가 연속 볼넷을 걸어 나가 1사 만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SSG는 필승조 조병현 카드를 일찍 꺼내 들었다. 첫 상대는 규정타석을 소화하지 못했음에도 39도루로 도루왕을 노리고 있는 조수행. 하지만 조수행은 한복판으로 들어오는 직구와 포크를 건드리지도 못하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다음 타자는 통산 140홈런의 거포 양석환. 한 번 맞으면 멀리 나가는 장타자인 만큼 공 두 개는 떨어트려 헛스윙을 유도했다. 꿈쩍하지 않는 양석환을 상대로 과감하게 몸쪽 높은 곳을 노려 헛스윙을 유도했고 바깥쪽 낮은 곳으로 포크를 던져 끝내 헛스윙을 끌어냈다. 떨어진 공을 포수 이지영이 잡아 1루로 송구하면서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
위력적인 피칭은 계속됐다. 8회 말에도 등판한 조병현은 포크와 커브를 활용해 헨리 라모스를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낙차 큰 변화구에 라모스는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3번 모두 헛방망이를 휘둘렀다. 강승호 역시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에 파울 타구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끝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조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
KBO 역사를 다시 쓰는 순간이었다. 지난 26일 인천 KT전 7회 초 정준영에게 삼진을 솎아냈던 조병현은 이날 8회 말 강승호까지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구원 투수 최초 10타자 연속 삼진에 성공했다. 종전 기록은 선동열 전 감독이 해태 시절 두 차례 기록한 9타자 연속이었다. 선동열 전 감독은 1995년 8월 23일 광주 쌍방울전 8회 초 백인수를 시작으로 1995년 8월 27일 대전 한화전 9회 초 강인권 현 NC 감독까지 9타자 연속 탈삼진을 기록했다.
10타자 연속 기록에 도전할 기회가 같은 해 한 번 더 찾아왔다. 선동열 전 감독은 1995년 9월 7일 대구 삼성전 8회 초 류중일 현 국가대표 감독에게 삼진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 1995년 9월 12일 광주 한화전 조경택까지 또 한 번 9타자 연속 탈삼진에 성공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다음 타자를 삼진으로 잡는 데는 실패했다.
최다 연속 탈삼진 기록은 1998년 5월 14일 인천 현대전에서 해태 시절 이대진 현 한화 퓨처스팀 감독이 1회 초 스캇 쿨바를 시작으로 4회 초 쿨바를 다시 삼진으로 잡으며 기록한 10타자 연속이었다. 조병현이 김기연을 잡았다면 KBO 연속 탈삼진 기록에 새 장을 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기연이 2구째 커브를 건드려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조병현은 KBO 구원 투수 최다 연속 타자 탈삼진 기록에 만족해야 했다.
조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
하지만 경기 후 만난 그의 태도에는 후회 한 점 보이지 않았다. 조병현은 "연속해서 삼진을 잡고 있는 걸 알았는데 그게 기록인지는 몰랐다. 마지막 타자도 삼진으로 잡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땅볼로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어 좋았다. 기록보다는 팀이 이겨서 더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병현은 온양온천초-온양중-세광고 졸업 후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8순위로 SK(현 SSG)에 입단했다. 2021년 3경기를 치른 뒤 국군체육부대(상무)를 통해 병역 문제를 먼저 해결했다. 상무 박치왕 감독의 권유에 따라 불펜으로 전격 전향한 그는 올 시즌 추격조를 거쳐 현재는 팀에 없어선 안 될 필승조가 됐다. 전반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44경기 42⅔이닝으로 팀 내 두 번째, 리그 네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조병현은 "힘든 점은 없다. 감독님, 수석코치님, 트레이너 등 많은 분이 잘 관리해주셔서 힘이 떨어지는 건 없다. 잘 먹고 잘 자는 게 비결"이라면서 "후반기에도 지금처럼 자신감 넘치고 마운드에서 도망 다니지 않고 타자와 맞붙는 투수로 보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