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보름 만에 배운 이것, 타이거즈 전설을 소환하다… 로망 일으킨 짜릿한 폭풍 탈삼진쇼

[카토커] 보름 만에 배운 이것, 타이거즈 전설을 소환하다… 로망 일으킨 짜릿한 폭풍 탈삼진쇼

조아라 0 107
▲ 6월 30일 잠실 두산전에서 4개의 탈삼진을 추가한 조병현은 KBO리그 역대 두 번째 10타자 연속 탈삼진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SSG랜더스
▲ 높은 타점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포크볼은 올해 조병현의 1군 성공에 큰 도움이 된 구종으로 평가된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송신영 SSG 투수코치는 지난 2월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 당시 한 선수의 가능성에 큰 점수를 줬다. 가지고 있는 구위 자체가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더 욕심이 났다. 이 구종이 하나 있으면 기존의 것들이 더 빛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광고를 졸업하고 2021년 팀의 2차 3라운드(전체 28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조병현(22·SSG)은 일찌감치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전역했다. 올해 팀의 큰 기대를 받으며 플로리다 캠프에서 집중 테스트를 거쳤다. 조병현은 군에서 구속이 부쩍 늘어 돌아왔다. 시속 150㎞ 이상을 담보할 수 있는 패스트볼이었다. 게다가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수직무브먼트가 어마어마했다. 상대 중심 타자를 상대로 하이볼 승부가 가능한 구위였다. 리그에서도 극소수 선수만 가진 장점이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변화구는 가짓수와 완성도 모두 부족했다. 조병현은 커브를 잘 던지는 선수다. 하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겼다. 그래서 송 코치는 포크볼을 배워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다. 기본적으로 빠른 공을 가지고 있었기에 빠르게 떨어지는 변화구 하나가 있으면 패스트볼과 커브의 위력도 같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제3 구종에 목이 말랐던 조병현도 흔쾌히 달라붙었다. 현역 시절 포크볼을 잘 던졌던 송 코치로부터 그립을 배웠다.

구종을 장착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그립만 잡아 던진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팔과 손의 감각도 익혀야 하고, 제구까지 잡으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그런데 다행히 포크볼은 조병현의 손에 맞는 구종이었다. 이리저리 던져본 결과 갓 그립을 잡은 것치고는 위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보름쯤 지난 뒤, 조병현은 플로리다 캠프 첫 자체 연습 경기에서 포크볼로 삼진을 잡아냈다. 코칭스태프들은 한목소리로 "됐다"고 외쳤다.

한 시즌 정도는 시행착오가 있을 줄 알았지만 조병현의 포크볼은 금세 실전 전력화됐다. 그리고 그 포크볼이 만든 기록이 KBO리그 역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조병현은 6월 26일 인천 kt전부터 탈삼진 행진을 이어 갔다. kt전 마지막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고, 6월 29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1이닝 세 타자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조병현의 기세는 30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이어졌다. 조병현은 팀이 1-1로 맞선 7회 1사 만루에서 등판했다. 한 점이라도 더 주면 경기가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인플레이타구를 주지 않는 게 중요했고, 결론은 삼진이었다. 조병현은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최고 시속 152.2㎞(트랙맨 기준)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더불어 포크볼을 던지며 위기를 헤쳐 나갔다.

1사 만루에서는 조수행을 상대로 포크볼을 끈질기게 던진 끝에 결국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이어 양석환 역시 2B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포크볼과 커브로 2B-2S를 만들었고, 5구째 포크볼이 날카롭게 떨어지며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 올해 팀의 필승조로 자리매김한 조병현은 리그 정상급 구위를 선보이며 리그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SSG랜더스



조병현은 8회 라모스를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역시 결정구는 포크볼이었다. 이어 강승호도 삼진으로 잡아냈다. 포크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두산 타자들의 패스트볼 대처가 늦었고, 강승호의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것을 간파한 조병현은 거침없는 패스트볼을 가운데 보고 꽂아 넣어 또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kt전부터 이날까지 10타자 연속 탈삼진. 이 부문 KBO리그 역대 타이기록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종전 기록은 이대진 현 코치가 1998년 5월 14일 인천 현대전에서 세운 것이었다. 당시 이대진은 선발 투수였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조병현의 기록이 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조병현의 경우 세 경기에 나눠 걸친 기록이다. 세 경기 모두 좋은 구위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크볼이 큰 공헌을 했다. 10타자 연속 탈삼진 중 4개가 포크볼로 잡아낸 삼진이었다. 모두 헛스윙이었다. 커브는 물론 2S 이후 꽤 높은 확률로 던지는 포크볼이 있다 보니 타자들이 하이존에 들어오는 패스트볼만 보고 있기는 어려워졌다. 포심을 노리고 있으면 포크볼이 들어오고, 포크볼을 보고 타이밍을 조금 늦추면 강력한 포심이 존 상단에 꽂혔다. 게다가 타점이 워낙 높은 선수라 포크볼의 낙차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커브만 가지고 있었다면, 어쩌면 불가능한 기록이었다.

대업을 세운 조병현은 올해 44경기에서 42⅔이닝을 던지며 3승3패10홀드 평균자책점 3.80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 경기별로 기복이 있어 평균자책점 관리가 잘 안 된 측면이 있지만, 피안타율(.209)과 이닝당출루허용수(1.13)는 안정감이 있다. 42⅔이닝 동안 52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9이닝당 10.97개) 구위 자체는 이미 리그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 관건은 관리다. 지금까지는 구위를 꾸준하게 유지하며 왔지만 등판이 거듭되면서 체력 부담이 심할 수밖에 없다. 올해 불펜 투수 중 네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경기 수로는 리그에서 가장 많다. 제구보다는 구위가 더 강점인 선수인 만큼 체력이 떨어지면 경기력이 흔들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이기는 경기에서 안 쓸 수는 없는 노릇인 만큼 올해 남은 이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게 중요해졌다. 지금 조병현의 모습이라면 그렇게 관리를 해줄 충분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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