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밤 10시40분, 텅 빈 잠실구장 주차장…‘잠실 예수’는 LG팬들과 마지막 사인, 작별 인사를 나누다

[카토커] 밤 10시40분, 텅 빈 잠실구장 주차장…‘잠실 예수’는 LG팬들과 마지막 사인, 작별 인사를 나누다

맛돌이김선생 0 71

[OSEN=잠실, 조은정 기자]프로야구 LG 외국인 투수 켈리의 고별 경기가 우천 노게임이 됐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 LG가 6-0으로 앞선, 3회초 두산 공격 때 먹구름이 몰려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고별행사에서 켈리의 가족들이 관중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24.07.20 /cej@osen.co.kr

[OSEN=잠실, 한용섭 기자] 6년의 긴 시간 동안 쌓인 정. LG팬들도, 켈리도 아쉬움은 쉽게 떨치지 못했다. 20일 밤 10시 40분, 잠실구장 선수단 주차장. 

LG 선수들은 이미 다들 떠난 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마지막 선수 한 명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켈리였다. 주차장 펜스 너머에서 마지막까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진도 찍으며 떠났다.   

20~30명의 팬들이 끝까지 켈리를 기다린 모양이었다. 팬들은 사인을 마치고 자동차로 향하는 켈리를 향해 "굿바이 켈리", "당신과 가족들을 사랑해" 등 인사를 건네며 떠났다.  

[OSEN=잠실, 한용섭 기자] 20일 밤 10시 40분, 켈리가 잠실구장 주차장에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돌아서고 있다. /orange@osen.co.kr

켈리는 LG 역대 최고 장수 외인이자, KBO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통틀어 손꼽히는 이력을 남겼다. 

켈리는 LG 구단 역사에서 뚜렷한 이정표를 남겼다. 2019년부터 5시즌 반을 뛰면서 163경기(989⅓이닝)에 등판해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5년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2022년에는 27경기 16승 4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하며 다승왕을 수상했다. 2001년 신윤호 이후 21년 만에 LG 투수 다승왕이었다.  

LG 통산 다승 순위에서도 김용수(1985~2000년, 통산 126승), 정삼흠(1985~1996년, 통산 106승), 김태원(1986~1998년, 통산 85승)에 이어 역대 4위에 올라 있다. 5위가 이상훈(1993~2003년, 통산 71승)이다.

또 켈리는 KBO리그 외국인 통산 최다승에서 톱5 안에 든다. 두산과 KT에서 8시즌을 뛴 더스틴 니퍼트가 102승으로 외국인 최다승 1위다. KIA와 두산에서 뛴 다니엘 리오스가 90승으로 2위, 4개팀(KIA-넥센-LG-SK)에서 8시즌을 뛴 헨리 소사가 77승으로 3위다. 켈리는 앤디 밴 헤켄(넥센, 73승)과 공동 4위다. 

[OSEN=잠실, 조은정 기자]프로야구 LG 외국인 투수 켈리의 고별 경기가 우천 노게임이 됐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 LG가 6-0으로 앞선, 3회초 두산 공격 때 먹구름이 몰려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노게임 선언 후 LG 켈리가 염경엽 감독과 포옹을 하고 있다. 2024.07.20 /cej@osen.co.kr

켈리는 퇴출이 결정되고 이후에도 마지막까지 워크에식, 프로의식을 보여줬다. 지난 19일 구단으로부터 방출 결정을 통보받은 켈리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20일 두산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했다.

염경엽 감독은 켈리에게 등판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라고 맡겼는데, 켈리는 아내와 상의하고서 마지막 경기 등판을 준비했다. 잠실구장 홈구장에서, LG팬들 앞에서, 동료들과 마지막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었다. 

켈리 아내는 켈리의 마지막 등판에 대해 "LG를 위한 마지막 경기, (5년 반 동안 함께한) 동료들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팬들을 위해 중요한 일을 하고 싶어 했다”고 전했다. 

켈리는 3회초 2사 2루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는데, 폭우로 인해 오후 6시 50분에 경기가 중단됐다. 중단된 경기는 비가 잦아들자 오후 8시 35분에 재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라운드 정비 작업을 마쳤는데, 또다시 폭우가 쏟아지면서 결국 오후 8시 29분에 노게임이 선언됐다. 

“이닝을 끝까지 막겠다”는 의사를 밝힌 켈리는 1시간 40분 가까이 기다리면서 덕아웃 뒤편에서, 불펜에서 몸을 풀며 다시 등판할 준비를 했으나 하늘의 뜻에 막혀 무산됐다. 

[OSEN=잠실, 조은정 기자]프로야구 LG 외국인 투수 켈리의 고별 경기가 우천 노게임이 됐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 LG가 6-0으로 앞선, 3회초 두산 공격 때 먹구름이 몰려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켈리가 고별행사 도중 관중들을 향해 큰절을 하고 있다. 2024.07.20 /cej@osen.co.kr

20일 밤 고별행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진 켈리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묻는 질문에 "야구 선수 이전에 인간 켈리를 먼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팬 여러분들이 성원을 많이 보내줬다. 처음에 팬심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경험을 하면서 KBO의 팬심에 놀랐고 감명 받았다. 매 경기 최선을 다했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줬다. 팀을 위해 희생을 하게 됐다.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기억되고 싶고, 야구를 잘 했다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LG는 21일 KBO에 켈리의 웨이버 공시를 신청했다. 일주일의 웨이버 기간이 지나면, 켈리는 LG와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 켈리는 일주일 동안 서울 생활을 정리한다. 

켈리는 “딸 카미는 지금 상황을 이해할 나이가 됐다. ‘우리 이제 애리조나로 돌아간다’고 하니까, ‘아빠, 그럼 우리 내일 비행기 타요’ 그러더라. 아들 CJ는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다. 카미가 지금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웨이버 기간까지 유치원을 계속 보내고, 그 다음에 이제 애리조나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알려줘야 한다. 아이들은 기분 좋겠지만, 막상 돌아가면 한국을 떠난 것을 좀 슬퍼할 것 같다”고 말했다. 

[OSEN=잠실, 조은정 기자]프로야구 LG 외국인 투수 켈리의 고별 경기가 우천 노게임이 됐다.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LG의 경기. LG가 6-0으로 앞선, 3회초 두산 공격 때 먹구름이 몰려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노게임 선언 후 열린 고별식에서 LG 켈리가 가족과 사진을 찍고 있다. 2024.07.20 /cej@osen.co.kr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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