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아무 죄 없는 중동고 아이스하키 선수들, 누가 책임질 것인가
아무 죄 없는 학생 선수들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78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동고등학교 아이스하키부가 해체 위기에 처했다. 해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어 보여 학생 선수들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고는 지난해부터 아이스하키부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아이스하키 관계자, 학부모 등에 따르면, 중동고는 아이스하키부를 단계별로 해체하는 방향으로 학교 행정을 진행하고 있다. 단 번에 해체할 경우, 재학생들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연도별로 신입생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팀이 자연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게 골자로 보인다. 중동고 아이스하키 학생 선수 학부모는 최근 “학교가 대안을 내놓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도 학교를 방문해 설득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학교 운동부 창단 및 해체는 전적으로 학교장, 학교 결정에 따른다. 교육청, 학부모, 경기 단체도 이를 제어하거나 제동을 걸 법적 근거가 없다. 중동고가 해체되면 아이스하키 고교 팀은 전국 4개(경기고·경복고·경성고·광성고)로 줄게 된다.
학교는 아이스하키팀 운영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아동학대에 대한 학부모 민원, 부모와 지도자 간 금품 거래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학교 명예가 실추됐다는 게 해체 이유다. 아동학대와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은 경찰 수사까지 받았다. 중동고 이사회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교장, 교감, 운동 부장, 감독 등 관계자를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이후 학교는 아이스하키부 해체 결정을 내린 뒤 단계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중동고는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다.
학교는 내년도 아이스하키부 신입생을 뽑지 않는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천명했다. 내년도 신입생을 받지 않으면 아이스하키부는 파행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 지금 3학년이 내년초 졸업하면 아이스하키부는 10명 정도 남는다. 아이스하키는 6명이 뛰지만, 경기 도중 선수 교체가 잦아 15명 정도가 필요하다.
중동고 아이스하키부는 올해 1차 대회는 이미 치렀다. 오는 7월에는 2차 대회, 8월에는 3차 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 대회를 모두 치러야 고교 3학년생들이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갈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만일 2,3차 대회를 뛰지 못하면 체육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하는 데는 큰 문제가 생긴다. 현재 1,2학년생들은 더 고민이 많다. 만일 내년도 신입생이 들어오지 못해 내년부터 대회에 정상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 체육특기자로 대학교에 갈 수 있는 길이 사실상 닫히기 때문이다.
1,2학년생들로서는 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다른 학교로 전학갈 지, 중동고에 다니면서 운동을 그만둘지를 결정해야 한다. 학부모는 “현실적으로 다른 학교로 전학가는 것은 쉽지 않다”며 “다른 학교에서 전학을 받아주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학을 받아줘도 해당 학교의 기존 선수, 학부모, 지도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외부 선수가 도중에 끼어들어 선수 생활을 원만하게 이어가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계 관계자는 “부모, 지도자의 잘못, 학생 선수를 너무 쉽게 대하는 학교 행정 때문에 애꿎은 어린 선수들이 피해를 볼 위기에 몰렸다”며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는 학생 선수들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교육계, 체육계가 함께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