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정)우영이는 주자 깔아두고 막는 투수" 그래서 불안했던 염갈량, '이젠 언제든 믿고 맡긴다'
LG 정우영이 26일 삼성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불과 2년 전 홀드왕에 올랐지만 지난해엔 부침을 겪었다. 정우영(25·LG 트윈스)이 올 시즌 2군에서 시작했고 부상도 겪었으나 최근 빼어난 투구를 펼치고 있다.
올 시즌 9경기에 나선 정우영은 8⅔이닝 동안 1홀드 평균자책점(ERA) 1.04로 활약 중이다.
2019년부터 꾸준히 LG의 믿을맨으로 활약한 정우영은 지난해 부침을 겪었다. 불안한 제구와 주자가 루상에 있을 때 투구 동작이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달라진 면모로 염경엽 감독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지난 18일 1군에 다시 복귀한 뒤 3경기에 나섰는데 지난 21일 KT 위즈전엔 5회초 등판해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23일 KT전에선 7회에 등판해 안타 하나를 맞은 뒤에도 도루 견제 아웃에 이어 연속 범타로 이닝을 마쳤다.
26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선 양 팀이 0-0으로 맞선 7회초에 등판해 2사에서 강민호에게 2루타를 맞고도 이성규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3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날 전까지만 해도 확실한 믿음을 보이지 못했지만 이제 정우영은 염경엽 감독이 믿고 쓸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됐다. 2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염경엽 감독은 "우영이가 올라와서 다른 걸 다 떠나서 슬라이드 스텝이 1초 30 안에 되고 있다. 어제 2루 주자 있는데도 재보니 1초 30 안에 들어오면서도 자기 스피드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투구하는 정우영. /사진=김진경 대기자염경엽 감독은 공격 때나 수비 때나 도루에 중점을 두는 타입이다. 공격 때는 어떻게든 한 베이스를 더 가도록 해 득점을 쉽게 만들고 반대로 수비에선 도루를 저지해 상대를 어렵게 만든다.
그렇기에 정우영에 대한 고민이 컸다. 2019년 입단해 첫 시즌부터 16홀드를 잡아냈고 이듬해 20홀드, 2021년 27홀드를 기록하더니 2022년엔 35홀드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염 감독 부임과 함께 고전했다. 염 감독이 슬라이스 스텝을 강조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밸런스를 제대로 잡지 못하며 흔들렸다.
이젠 완벽히 적응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염 감독은 "와인드업 때와 똑같은 스피드가 나온다는 건 밸런스를 잡았다는 것"이라며 "작년 한해 그것 때문에 엄청 고생을 했으면 당연히 고쳐야 한다. 그것과 밸런스는 애초에 상관이 없다. 그럼 와인드업을 할 때는 스피드가 안 떨어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자에 대한 끈질긴 요구가 결국 성과로 이어졌다. 염 감독은 왜 그렇게 슬라이스 스텝을 강조했는지를 설명했다. "결국 그게 돼야 한다. 지금껏 해왔던 게(방식이) 있기 때문에 WHIP(이닝당 출루 허용)는 높은 스타일이다. 제구력이 약점인 투수"라면서도 "홀드왕을 할 때도 WHIP는 높았다. 주자를 깔아놓고도 실점을 면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고 있었다. 주자들이 나가면 다 뛸 정도로 야구가 바뀌었지 않냐. 평균자책점(ERA)이 확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G 정우영.그렇기에 지난해 ERA가 4.70까지 2점 이상 높아졌다는 것. 염 감독은 "2루, 3루 한 베이스 씩을 그냥 줘버리니까 ERA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그러니 1점 차 승부에서 어떻게 스겠냐. 작년에 항상 5회, 6회에, 선발이 빨리 무너지면 4회, 5회에서 밖에 쓸 수 없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약점을 고치자 상황이 급변했다. "그런데 이제 슬라이스 스탭이 되니까 아무 데나 쓸 수 있는 것"이라며 "8회에도 쓸 수 있고 세이브 상황에서도 내보낼 수 있다. (박)동원이를 (포수로) 앉혀놓고 1조 30이면 어떤 주자나 다 잡을 수 있다. 어차피 야구는 초 싸움이다. 야구는 과학이지 않나. 이제부터 자기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독려했다.
김진성이 맹활약해주고 있지만 결국엔 구위가 뛰어난 투수들이 올라와야 야구가 한층 더 안정화된다는 게 염 감독의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정우영의 발전은 LG에 더 없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