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FA시장은 어떻게 흐를까
KIA 타이거즈의 우승으로 2024시즌이 막을 내렸지만, KBO리그는 멈추지 않는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곧바로 '스토브리그'라 불리는 비공식 리그가 시작된다. 매년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까지 이어지는 이 리그에 우승 트로피나 상금은 없다. 하지만 각 구단의 성적표가 다음 시즌 성적으로 직결되기에 그 중요성이 크다.
스토브리그는 한국시리즈 종료 5일 후 KBO의 FA(프리에이전트) 자격 선수 공시로 막을 올린다. 올해는 한국시리즈가 10월 28일에 종료되어 FA 자격 공시는 11월 2일에 이뤄질 예정이다. 공시 다음 날부터 이틀간 FA 신청서 제출 기간이 주어지며 여기서 권리 행사를 선택한 선수들은 11월 5일경 FA 신분으로 전환된다. FA 자격을 얻은 선수는 이때부터 원소속팀을 비롯한 모든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게 된다. 늦어도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스토브리그의 열기가 고조될 전망이다.
SSG와 최정간 협상이 FA시장 핵심
지난 겨울 FA 시장의 스토브는 켜자마자 뜨겁게 달아올랐다. 구단과 야구 관계자 사이에서 '시장이 미쳐 돌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대형 계약이 쏟아져 나왔다. 시장이 열리자마자 전준우(롯데)가 4년 총액 47억원에 잔류 계약을 맺었고, 안치홍이 4+2년 총액 72억원 조건으로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뒤이어 삼성 김재윤(4년 58억원), 두산 양석환(4+2년 78억원), LG 임찬규(4년 50억원), LG 오지환(6년 124억원) 등의 거액 계약이 연달아 터졌다.
그렇다면 올겨울 FA 시장은 어떨까. 일각에서는 이번 겨울 시장 분위기도 예년 못지않게 뜨거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4시즌 KBO리그가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고, 굿즈와 유니폼 판매도 호황을 이루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구단들의 숨통이 트였다. 여기에 KBO 이사회가 지난 7월 샐러리캡 상한액을 20% 증액하면서 선수단 연봉 총액에 20억원 이상의 여유가 생겼다는 점도 활기찬 스토브리그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에이전시 대표 A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샐러리캡이 꽉 차서 선수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구단들이 올겨울에는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프런트 출신 야구 관계자 B씨는 "4년 기준으로 보면 샐러리캡에 100억원 이상의 여유 공간이 생긴 셈이다. 이 여유분을 바탕으로 A급 FA 선수 영입에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겨울 예비 FA 중에서 최정(SSG)을 제외하면 S급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에이전트 C씨는 "대형 FA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고영표(비FA 다년계약), 고우석(미국 진출) 등이 시장에서 제외되면서 올겨울 시장에 S급 FA는 최정만 남았다"고 설명했다. 에이전시 대표 D씨는 "올해보다는 내년 시즌 이후 등장할 FA 중에 대어급 선수가 많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형 계약보다는 내부 FA 잔류, 중소형 FA 계약 등으로 '합리적'인 지출을 선호하는 구단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구단 관계자는 "모기업 상황도 좋지 않고, 내부 분위기도 외부 영입에 거액을 투자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털어놨다. 소속 구단과 다년계약 협상 중인 SSG와 최정이 FA 공시 전 합의에 도달하면, 이번 FA 시장은 'S급 선수 없는' 시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FA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시장이 열려봐야 알 수 있다.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후 일부 구단이 파격적인 투자를 하며 분위기를 주도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주력 선수를 놓친 구단이 타 구단 선수에게 웃돈을 주고 영입하면서 같은 포지션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우도 빈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