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65세 老코치 강력추천→명장의 결단! '돌고돌아 2루' 제자리 찾은 1m89 거인 "리그 톱클래스 수비…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 4회 KIA 네일 상대 만루홈런을 날린 롯데 고승민.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6.25/롯데 김태형 감독과 김광수 코치가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6.20/[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3점차 대추격전의 기폭제가 된 만루홈런, 이튿날 역전극의 선두에서 이끈 3안타 맹활약.
타율 3할1푼6리 6홈런 4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60. 빈틈없는 기록이 가치를 증명한다. 24세의 젊은 나이에 군복무도 이미 마쳤다.
그런데 포지션이 2루수다. 돌고돌아 프로 첫 데뷔 포지션인 2루에서 자신의 '톱클래스' 재능을 뽐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24) 이야기다. 2019년 2차 1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을 때 이미 뜨거운 기대를 받던 확실한 재능픽이었다.
한동희(25)와 더불어 리그에서 가장 빠른 타구를 날리는 듀오로 유명했다. 2년차인 2020년 군입대를 선택, 빠르게 병역을 해결한 점은 달랐다.
롯데는 고승민의 재능을 보다 빠르게 꽃피우기 위해 포지션 전환을 시도했다. 우익수로의 이동이 이뤄졌다. 당시 황무지였던 외야로 보내 1군 무대에 뛸 자리를 만들고, 많은 타석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우익수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2022년 후반기 4할타자라는 커리어를 이뤄냈다. 하지만 1루까지 겸하는 멀티 플레이어로의 활용은 부담감을 가중시켰고, 지난해 최악의 슬럼프에 직면했다.
작년 마무리캠프부터 2루수 훈련을 병행했다. 수년간 툴가이의 외야수 변신을 노크해온 터라, 팀내에 내야수 출신인 젊은 외야수는 고승민 외에도 여럿 있다. 선수 본인은 불만이 있을 법도 했지만, 묵묵히 훈련에 열중했다. 모처럼 자기 자리에 돌아온 기쁨이었을까..
고승민이 올시즌 빛을 발한 뒤에야 김태형 롯데 감독은 슬며시 감춰뒀던 속내를 전했다. 고승민을 꼭 쓰고 싶었던 그의 진심이었다.
"주전 2루수를 맡길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머리 싸매고 생각해도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김광수 (벤치)코치가 '고승민 2루 한번 박고 써보시죠. 괜찮던데'라고 추천하더라. 그떄만 해도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
2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롯데와 SSG의 경기. 선수들 훈련 돕는 롯데 김광수 코치.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4.24/1m89의 큰 키로 2루를 맡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몸을 낮춘채 수비에 임하고, 강습타구에 대처해야하는 포지션 특성 때문. 외야수와 달리 키큰 내야수에게 '대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유다.
하지만 현역 시절 도루왕이자 명2루수였던 김광수 코치는 고승민의 재능과 운동신경이면 2루도 문제없다고 꿰뚫어본 것. 김태형 감독은 "지금 2루 수비는 10개 구단 전체에서 거의 톱니다. 정말 부드럽다. 깜짝 놀랐다"며 극찬을 거듭했다. "그때 고승민 2루 훈련 안시켜뒀으면 정말, 감독이 정말 잘한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클린업트리오의 한 축으로 뛸 만큼 타격에서의 활약상도 대단하다. 15대15로 비긴 첫날 2안타 6타점을 몰아쳤다. 그 6타점이 7-14로 따라가는 만루포, 그리고 14-14 동점을 만든 2타점 적시타였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둘째날도 3안타 1타점을 적립했다. 2-4로 뒤진 7회말 곽도규를 상대로 2루 옆쪽 1타점 내야안타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1루에 온몸을 던진 투혼도 빛났다. 롯데는 레이예스의 동점타, 나승엽의 희생플라이로 승부를 뒤집고, 김상수-김원중이 뒷문을 지켜내며 승리를 완성했다.
경기 후 만난 고승민은 슬라이딩 과정에서 다친 손가락에 대해서도 "괜찮다"며 웃었다. 13점차를 따라붙은 첫날 경기에 대해선 "만루포 치고도 이길 것 같지 않았는데, 아무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정말 만족스러운 경기"라며 웃었다.
서두르지 않는게 비결이었다. 고승민은 "우리끼리 '하나하나 작전'이라고 하는데, 타자들이 각자 역할을 다 잘한다. 단숨에 역전하려고 욕심내지 않고 번트 대고, 진루타 쳐주고, 희생플라이 치고, 1점1점 따라가니까 일단 1점 내기도 쉽고, 그러다보면 뒤집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롯데 고승민. 부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이날 고승민은 5회 수비에서도 타구를 피해 멈칫한 1루주자의 움직임을 보고 1,2루간에서 공을 잡자마자 역동작으로 돌아 2루를 먼저 아웃시키는 멋진 수비도 선보였다. "그는 어디든 나가면 좋다. 다 준비돼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간 약점으로 지목된 좌완투수 대처에 대해서도 "(좌투수 상대로도)자주 나가다보니 괜찮아졌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