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이틀 연속 '본헤드'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경기력…'전세계 최초' 13점차 역전패 당할 뻔한 KIA, 롯데만 만나면 …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유독 올해 롯데 자이언츠만 만나면 '대권'에 도전하고 있는 팀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의 경기력이 이어지고 있다. 두 번의 본헤드플레이로 분위기가 바닥을 찍었던 KIA 타이거즈가 또다시 충격적인 결말을 낳았다.
KIA는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9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5시간 20분의 혈투 끝에 15-15 무승부를 기록했다.
KIA는 올해 유독 롯데만 만나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1~23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맞대결에서 KIA는 올 시즌 첫 '스윕패'를 당했다. 10구단 체제가 시작된 이후 1위 팀이 꼴찌에게 스윕패를 당한 것은 KIA가 최초였다. 이에 KIA는 홈에서 롯데를 상대로 설욕을 앞두고 있었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4일 광주 롯데전에 앞서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시즌 첫 홈 개막전에서 우리가 롯데에 이겼지만, 원정에서는 다 졌다. 올 시즌 첫 스윕패였기 때문에 당시 미팅에서도 이야기를 했다. 선수들이 그 부분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그런데 KIA의 경기력은 분명 기대 이하였다. KIA는 지난 4일 홈에서 롯데와 맞붙은 결과 '사직예수' 애런 윌커슨을 상대로 5개의 안타를 뽑아냈으나, 단 한 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등 9개의 삼진을 당하며 올 시즌 첫 번째 '완봉승'의 제물이 됐다. 그리고 이튿날(5일) 경기에서는 '주장' 나성범이 롯데 빅터 레이예스의 뜬공 타구를 잡아낸 뒤 아웃카운트를 착각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뒤늦게 아웃카운트가 남아 있다는 것을 인지한 나성범이 후속 플레이를 이어갔으나, 당시 2루 주자였던 고승민이 홈까지 파고들면서 득점을 만들어냈고, 결국 나성범의 본헤드 플레이는 실점으로 연결됐다.
이에 이범호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꺼내기도 했다. 본헤드 플레이를 저지른 나성범을 다음 수비가 시작될 때 대수비로 교체한 것. 다음날 이범호 감독은 "'메시지를 전하겠다. 주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플레이에 대한 확실한 반성이 필요했다. (나)성범이의 플레이는 개인이 아닌, 전체 선수들이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플레이였다고 생각한다. 팀의 주장을 교체하게 된 것도 그 플레이를 잘못했기 때문에 뺀다는 것보다 우리가 전체 선수들이 집중을 해줘야 하는 시기고,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미스를 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며 고참급 선수들과 미팅의 시간을 가진 사실을 밝혔다.
2017년 이후 2478일 만에 롯데를 상대로 5연패에 빠진 KIA는 6일 경기는 치혈한 혈투 끝에 잡아냈으나, 당시 경기에서도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선수단에게 메시지를 보낸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롯데 박승욱의 평범한 뜬공 타구를 잡아내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이범호 감독은 나성범 때와 마찬가지로 다음 수비가 시작될 때 곧바로 소크라테스를 교체했다. 그리고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최근 롯데와의 경기 내용이 좋지 못해 팬들에게 정말 죄송했다"며 승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웃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악몽'에서 벗어나는 듯했던 KIA. 하지만 더큰 악몽은 26일 사직 롯데전으로 이어졌다.
KIA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롯데 선발 나균안을 폭격했다. KIA는 1회 선두타자 서건창이 볼넷으로 물꼬를 트자, 소크라테스가 선제 투런포를 터뜨리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후 김도영과 최형우, 나성범, 이우성까지 네 타자 연속 안타를 바탕으로 두 점을 더 달아났고, 박찬호까지 적시타를 뽑아내며 1회에만 5점을 쓸어담았다. 그리고 1회말 수비에서 한 점을 내줬으나, 2회초 공격에서 다시 3점을 보태며 8-1까지 간격을 벌렸다. KIA의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KIA는 3회 소크라테스의 2루타 등으로 마련된 찬스에서 나성범의 적시타, 4회 롯데의 바뀐 투수 현도훈을 상대로 최원준-한준수-박찬호-서건창-소크라테스까지 다섯 타자 연속 안타 등으로 5점을 더 달아나면서 승기를 잡았다.
4회초 KIA의 공격이 끝났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KIA가 승리할 것으로 보였던 경기는 4회말부터 묘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4회말 수비에서 나승엽의 평범한 땅볼 타구에 김도영이 실책을 저지르면서 선두타자가 출루했다. 이후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이정훈에게 2루타를 맞으면서 만들어진 1사 2, 3루에서 박승욱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2실점째를 기록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분위기에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황성빈에게 2루타, 윤동희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만루 위기를 자초하더니, 고승민에게 그랜드슬램을 허용하면서 간격이 14-7까지 좁혀졌다. 갑자기 사직구장의 분위기는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흐름은 롯데 쪽으로 조금씩 넘어갔다.
네일은 5회말 수비 시작부터 이정훈과 정훈에게 연속 안타를 맞는 등 2점을 내주면서 스코어는 14-9. 이에 KIA는 6회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그러나 이또한 무용지물이었다. 바통을 넘겨받은 김대유가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잘 잡아낸 뒤 나승엽, 이정훈에게 연속 안타를 맞게 됐고, 이에 KIA는 김도현을 투입했는데, 정훈에게 스리런홈런을 맞았다. 이에 간격은 어느새 14-12까지 좁혀졌다. 그리고 KIA는 곽도규를 투입해 7회를 넘어서려 했으나, 오히려 아웃카운트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바뀐 투수 김사윤이 고승민에게 동점 적시타를 허용한 뒤 이정훈에게 희생플라이까지 맞으면서 점수는 14-15로 뒤집어졌다.
KIA는 8회초 공격에서 가까스로 동점을 만들어냈고, 이후 연장 승부에서 실점 없이 롯데 공격을 막아내고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며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하지만 KIA 입장에선 결코 웃을 수 없는 경기였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큰 점수차가 뒤집힌 경기는 지난 2001년 8월 6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클래블랜드 인디언스(現 가디언스)의 맞대결로, 당시 클래블랜드가 12점차를 뒤집고 승리했고, 일본에서는 2017년 7월 26일 야쿠르트 스왈로스가 주니치 드래건스를 상대로 10점차 열세를 엎고 승리했으나, 13점차 리드를 빼앗긴 것은 KIA가 전세계 최초였다. 하마터면 KIA는 역사적인 패배의 희생양이 될 뻔했다.
물론 KIA가 고전했던 것에는 이유가 있다. '마무리' 정해영이 최근 염증 증세로 전열에서 이탈하게 됐고, '필승조' 최지민과 전상현이 있었으나, 지난 23일 한화 이글스와 더블헤더에 모두 등판했던 까닭에 마운드에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KIA는 어쩔 수 없이 경기 막판 최지민이란 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마무리가 없고,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도 선발 네일이 강판된 후 5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올해 롯데만 만나면 많은 것이 꼬이는 KIA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