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삼성 라이온즈의 2024시즌] (하) 여름에 강했던 사자군단, 더위 뚫고 비상할까
예전 삼성 라이온즈는 무더위에 강해 '여름성(여름+삼성)'이라 불렸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가 안방인 구단다운 별명. 아직 그 이미지가 남아 있다. 삼성이 프로야구 2024시즌 하반기를 맞아 무더위를 뚫고 비상을 준비한다.
전반기 삼성은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는 일이 잦았다. 5월 25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4연패한 뒤 5연승을 질주했다. 그러다 바로 또 4연패로 헤맨 뒤 갑자기 상승세를 타 5연승을 기록했다. 가파르게 솟구치다 급격히 떨어지는 '롤러코스터' 같았다.
이는 선발투수진이 불안했던 탓이 크다. 원태인이 꾸준했을 뿐 두 외국인 투수, 특히 코너 시볼드의 투구는 들쭉날쭉했다. 베테랑 좌완 백정현은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올 시즌 선발로 전환한 이승현이 호투, 가까스로 선발투수진이 붕괴하는 건 막았다.
결국 '이길 수 있을 듯한' 경기에 불펜을 집중 투입, 승수를 쌓았다. 타선이 뒷받침되지 않았지만 '지키는 야구'를 앞세워 버텼다. 그러다 불펜이 지치면 연패에 빠졌다. 그동안 불펜이 한숨을 돌려 힘을 다시 비축하면 다시 연승의 발판을 마련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2~4일 삼성은 안방에서 KIA 타이거즈에게 전반기 최종 3연전을 모두 내줬다. 앞선 경기 패배를 더하면 5연패. 임창민, 김재윤, 오승환이 모두 무너졌다. 이 3연전은 삼성이 하반기에 더 좋은 결과를 얻겠다면 풀어내야 할 숙제를 보여준 경기기도 했다.
코너가 안정감을 찾고 백정현이 복귀한 건 하반기 호재. 전반기 막판 신예 황동재도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흔들린 불펜 필승조를 재정비해야 한다. 앞문 걱정을 덜었나 싶더니 뒷문 빗장이 말썽인 셈이다.
오승환과 김재윤은 묵직한 직구가 주무기. 하지만 최근 구위로는 타자를 압도하기 어렵다. 특히 김재윤은 자신감마저 떨어진 모양새다. 불펜 필승조의 체력도 문제다. 만 나이로 김재윤은 33살, 임창민은 38살, 오승환은 41살이다. 무더위 속에 등판을 이어가기엔 부담이 따른다.
불펜 필승조가 제 모습을 찾을 동안 김태훈, 최지광, 우완 이승현 등이 뒤를 받쳐줘야 한다. 반가운 소식도 있다. 이달 중순 강속구를 뿌리는 김윤수가 상무에서 전역, 합류한다. 김윤수를 포함해 투수진 전체를 두고 불펜을 재편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전반기 불펜에 부하가 걸린 건 불안했던 타선이 침묵했던 탓도 크다. 선발이 잘 던져도 타선이 제때 점수를 뽑지 못해 매번 접전을 벌여야 한다면 불펜이 버텨내기 어렵다. 삼성의 전반기 팀 득점은 10개 구단 중 9위(412점). 팀 타율은 꼴찌(0.260)로 1위 KIA(0.296)와 3푼 이상 차이가 났다.
구자욱과 김지찬 등이 버티고 있으나 화력이 약하다. 상위권 싸움을 하려면 타격감을 좀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부진한 베테랑 박병호의 활용도도 재검토해야 한다. 전반기 막판 부상으로 빠진 신예 거포 김영웅이 복귀하면 타선에 좀 더 힘이 실린다.
외국인 타자도 고민거리다. 타율(0.294)에 가려 있지만 데이비드 맥키넌의 활약은 아쉬움이 크다. 장타율(0.386)이 외국인 타자 중 꼴찌다. 전체 선수 중에서도 43위에 그친다. 함께 갈지 결단해야 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