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이게 얼마 만이죠?" 김광현도 간절했던 승리, 'ERA 11.50' 천적 LG 상대라 더 기뻤다…
SSG 김광현이 5일 잠실 LG전을 승리로 이끈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이게(수훈선수 인터뷰) 도대체 얼마 만이죠?"
단 1승이지만, 오랜 부진의 터널을 뚫고 온 SSG 랜더스 에이스 김광현(36)에게는 간절했던 순간이었다.
김광현은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1만 2115명)에서 선발 투수로 나와 6이닝 5피안타 4볼넷 6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에이스의 역투에 힘입은 SSG는 올 시즌 마지막 잠실 LG전에서 4-2로 승리 3연패를 탈출하고 7위로 올라섰다.
SSG에는 참 간절했던 승리였다. 최근 SSG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 악재 속에 2주 만에 5위에서 8위로 추락하는 등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 전적 3승 1무 10패의 천적 LG를 상대하는 SSG는 김광현을 내보냈다. 하지만 김광현도 LG가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경기 전까지 김광현은 4경기 동안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11.5를 기록했다. 올 시즌 개인 최다 실점 경기도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달 17일 잠실 LG전이었다.
경기 후 만난 김광현은 "LG전 내 평균자책점이 얼마인 줄 아시나요? 나만 아는 줄 알았는데 다들 아신다"고 농담하면서 "참 힘들었다"고 씁쓸히 웃었다.
그런 만큼 이날 김광현은 더욱 이를 악물고 던지는 모습이었다. 삼진, 수비 하나에도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고 그러면서 팀 내 사기를 끌어 올렸다. 그는 "정말 이번만큼은 이기고 잘 던지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그래서 감정 표출도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저번 잠실 LG전에서 내가 8점을 줬는데 그때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라이너성으로 잡혔다. 근데 그 타구가 잡히니까 타자가 화를 내더라. 그걸 보고 '내 공이 그만큼 치기 좋았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힘들었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고 팀도 안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어서 LG전은 꼭 한 번 등판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오늘 비록 완벽하게 막아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아직 괜찮다고 느꼈다. 남은 시즌 LG 상대로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이 있으니까 더 준비하려고 한다. 올해 특히 왼손 타자들을 상대로 좋지 않았는데 앞으로 그에 대해 대비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SSG전이 지난 7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SSG 선발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직구처럼 쓰는 시속 140㎞ 전후의 슬라이더가 관건이었다. 전력 분석팀과 함께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했고 지난달 29일 KIA전부터 힌트를 얻었다. 김광현은 "KIA가 좋은 좌타자들이 즐비해서 그 선수들에게 슬라이더를 던지면 어떻게 스윙이 나오는지 많이 확인했다. 거기서 감을 잡고 오늘도 상대한 것 같다"며 "초반에는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던졌고 경기 후반부터는 느린 변화구를 쓴 것이 주효했다. 요새는 피치컴으로 내가 사인을 내고 있는데 그걸 통해서도 많이 배우고 있다. 머리가 복잡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내가 낸 사인으로 타자를 잡으면 쾌감이 또 있다"고 웃었다.
사실 김광현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2022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왔을 때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에 더 열심이었고, 슬라이더를 2~3개로 나눠 던지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 그런 김광현이었기에 이숭용 감독도 별 터치 없이 믿고 기다렸다.
김광현은 "요즘 전력 분석을 정말 집중해서 듣고 있다. 등판에 앞서 그 전 경기들을 다 찾아보고 있다"며 "내 승리로 팀 분위기도 전환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려고 일부러 더 표현한 것도 있다. 사실 팀 분위기가 부상자도 많고 많이 다운돼 있는 것이 사실인데 분위기를 올려서 잘해보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라고 하지 않나. 이제 부상자들도 돌아올 일만 남았으니까 오늘 경기를 기점으로 팀 분위기가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