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오타니, 극적으로 추신수 넘고 亞 신기록… LAD, 100마일 좌완에 당하고도 셧아웃 승리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6월 중순 이후 타격감이 폭발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팀 부동의 리드오프였던 무키 베츠가 골절상으로 이탈하자 리드오프 자리를 맡아 대활약했다. 홈런을 치는 리드오프였다. 최근 7경기에서 타율 0.407, 4홈런, 11타점, 출루율 0.529, 장타율 0.963으로 폭발했다.
다저스는 오타니의 활약에 힘입어 베츠의 공백을 지우고 순항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타니는 23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 경기에서 시즌 23번째 홈런으로 타점을 추가하면서 7경기 연속 타점이라는 개인 신기록을 이어 갔다. 일본인 메이저리그 선수로서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종전 기록은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가 가지고 있던 6경기였다. 일본인 역대 최고 선수라는 스즈키 이치로도 5경기가 최장 기록이었다.
오타니는 내친 김에 이 부문 아시아 타자 신기록도 노렸다. 종전 아시아 기록은 추신수(42·SSG)가 가지고 있었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소속이었던 2012년 시즌 막판 7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한 바 있다. 오타니는 일단 추신수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고, 2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경기에서 타점을 추가하면 새로운 아시아 기록을 쓰는 상황이었다.
타점이라는 게 앞에 주자가 있어야 가능한 경우가 많다. 다저스 하위타선은 타율 2할이 안 되거나 2할 수준인 선수들이 많아 시즌 내내 고민이다. 베츠라는 뛰어난 리드오프 뒤에서 2번을 쳤던 시기와, 1번을 치는 지금 시기의 타점 생산 난이도가 같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오타니는 자력으로 타점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선수다. 홈런포였다. 그래서 기대가 더 컸다. 그런 오타니를 막아선 선수가 있었으나 9회까지는 던지지 못했고, 오타니는 추신수를 넘어서는 극적인 희생플라이를 기록하며 아시아 신기록을 썼다.
오타니는 25일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 개런티드 레이트 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경기에 선발 1번 지명타자로 출전했으나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머물며 최근 좋았던 감이 한 차례 쉬어갔다. 계속 오르던 오타니의 시즌 타율은 종전 0.321에서 0.318로 조금 떨어졌고, OPS도 종전 1.030에서 1.023으로 소폭 하락했다. 오타니가 무안타에 그친 건 6월 16일 캔자스시티와 경기 후 처음이다. 다만 9회 희생플라이로 타점 하나를 추가하며 8경기 연속 타점으로 아시아 타자 신기록을 새로 썼다.
올 시즌 리그 최악의 팀인 화이트삭스지만, 이날 선발은 주목할 만했다. 개럿 크로셰(25)가 다저스 타선을 막기 위해 등판했다. 2020년 화이트삭스의 1라운드(전체 11순위) 지명을 받은 크로셰는 그간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펜으로 뛰었지만 올해 선발로 전향해 가공할 만한 위력을 선보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16경기에서 88⅔이닝을 던지며 6승6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9이낭당 탈삼진 개수가 12.6개에 이를 정도의 압도적인 구위를 자랑했다. 좌완으로 시속 100마일(161㎞)의 공을 던지는 선수였다.
화이트삭스는 이미 포스트시즌을 포기한 팀이고, 이 때문에 선발 보강이 필요한 많은 팀들이 크로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부상으로 이탈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다저스도 그중 하나였다. 그래서 그런지 크로셰의 이날 구위는 더 대단했다. 다저스 강타선을 꽁꽁 묶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다저스는 이날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윌 스미스(포수)-프레디 프리먼(1루수)-앤디 파헤스(중견수)-미겔 로하스(유격수)-미겔 바르가스(좌익수)-키케 에르난데스(3루수)-크리스 테일러(2루수)-제이슨 헤이워드(우익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좌완인 크로셰를 맞이해 그래도 우타자들을 최대한 많이 넣은 것이다. 그러나 크로셰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타니와 크로셰의 맞대결은 현지에서도 화제였다. 하지만 1회부터 크로셰가 기선을 제압했다. 초구 97마일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이끌어낸 크로셰는 2구째 98.2마일짜리 포심은 한가운데 찔러 넣는 기백을 발휘했다. 이어 2B-2S에서 5구째 높은 쪽 커터로 파울팁 삼진을 잡아냈다. 화이트삭스 홈팬들이 큰 박수로 즐거워했다.
다저스는 1회 2사 후 두 명의 주자가 출루했지만 선취점을 뽑지 못해 어려운 경기가 이어졌다. 2회에도 크리스 테일러가 병살을 쳤다. 오타니는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두 번째 타석을 맞이했으나 이번에도 안타를 치지 못했다. 초구 커터에 헛스윙을 한 오타니는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쳤지만 유격수 땅볼에 그쳤다. 다저스는 3회 2사 후 윌 스미스의 몸에 맞는 공과 프레디 프리먼의 안타로 기회를 잡았으나 앤디 파헤스가 범타로 물러나 다시 선취점 기회를 놓쳤다.
다저스는 4회에도 키케 에르난데스의 병살타가 나오며 기회가 무산됐고, 오타니는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세 번째 타석을 맞이했으나 또 삼진에 그쳤다. 1B로 출발했으나 2구째 커터를 지켜봤고, 3구째 비슷한 위치에 커터가 들어오자 방망이를 냈지만 파울에 그쳤다. 그리고 4구째 한가운데 98.9마일 패스트볼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크로셰의 기백을 느낄 수 있는 승부였다.
하지만 그런 다저스가 리드를 뺏기지 않았던 건 화이트삭스 방망이도 만만치 않게 답답했기 때문이다. 다저스 선발 제임스 팩스턴은 5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3개를 내주면서 득점권 위기를 몇 차례 허용했으나 노련한 위기관리능력으로 버텼다. 실점 없이 불펜에 마운드를 인계한 가운데, 크로셰도 5⅔이닝 5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으로 힘을 냈다. 다만 승리투수 요건 없이 마운드를 넘겼다.
0의 행진은 7회 깨졌다. 다저스는 7회 선두 미겔 로하스가 2루타를 치고 나갔고, 개빈 럭스의 1루 땅볼 때 1사 3루가 됐다. 여기서 키케 에르난데스가 적시 2루타를 치면서 드디어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크리스 테일러가 상대 실책으로 출루하는 행운 때 2루 주자 에르난데스가 홈을 밟으며 2-0으로 앞서 나갔다. 오타니는 이어진 네 번째 타석에서는 볼넷을 골랐으나 후속타 불발로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저스는 팩스턴이 5회까지 던진 이후 다니엘 허드슨, 요한 라미레스, 에반 필립스, 알렉스 베시아로 이어지는 불펜 투수들을 동원해 화이트삭스의 추격을 막았다. 그리고 2-0으로 앞선 9회 선두 크리스 테일러의 안타, 폭투 후 1사 3루에서 오타니가 희생플라이 타점을 기록하면서 3-0으로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