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3연패→4위 추락' 두산, 삼성전 1승 8패 절대 약세...이러다 '사자 공포증' 생길라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약해도 너무 약하다. 두산 베어스가 삼성 라이온즈와 맞대결에서 치명적인 3연패를 당하며 4위로 내려앉았다.
두산은 지난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더블헤더(DH) 경기에서 1차전 4-7, 2차전 4-10으로 2경기를 모두 내줬다. 21일(4-7) 경기까지 3연전을 모두 내준 두산은 5연승을 질주한 삼성(43승 1무 32패 승률 0.573)에게 2위 자리를 내주고 4위(42승 2무 35패 승률 0.545)로 내려앉았다. 삼성과의 3연전이 시작되기 전 두산은 선두 KIA를 2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 삼성에게 덜미를 잡히며 자리를 맞바꿨다.
21일 최준호(4⅔이닝 6실점), 23일 DH 1차전 브랜든 와델(2이닝 1실점)과 2차전 김동주(3이닝 4실점)까지 3경기 모두 선발투수가 제몫을 하지 못했다. 타선 역시 삼성의 마운드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하고 애매한 추격전만 펼치는 데 그쳤다.
올 시즌 두산은 지독한 '사자 공포증'을 겪고 있다. 9번 맞붙어서 1승 8패로 절대적인 열세에 몰려있다. 1위 KIA(5승 1무 6패), 3위 LG(4승 4패) 등 상위권에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다른 팀들과는 호각지세를 이루고 있지만, 유독 삼성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두산은 '삼성 레전드 출신' 이승엽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삼성과 맞붙을 때마다 '이승엽 더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1년 차 사령탑'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친정팀 삼성을 상대로 11승 5패의 압도적 우위를 점하며 '이승엽 더비' 첫 시즌 승자가 됐다.
그러나 올해는 완전히 상대전적이 뒤집어졌다. 지난 4월 16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첫 맞대결부터 출발이 좋지 않았다. 두산은 1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팔 피로감으로 등판을 거르면서 대체선발 박소준이 삼성 1선발 코너 시볼드와 맞붙었다. 박소준은 4이닝을 책임졌지만 5실점하며 삼성 타선을 막아내지 못했고, 결국 두산은 5-7로 패했다.
다음날(4월 17일) 경기 역시 두산은 최상의 선발 카드를 꺼내들지 못했다. 브랜든이 경기 준비 과정에서 몸을 풀다 허리 통증을 느꼈고, 결국 선발투수가 김호준으로 급하게 교체되는 상황을 맞았다. 급하게 선발 임무를 맞은 김호준은 1⅔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고, 두산은 초반 대량 실점을 극복하지 못해 2-9로 패했다. 이어 4월 18일 3차전은 믿었던 곽빈(5이닝 5실점)마저 흔들리며 삼성과 시즌 첫 3연전에서 스윕패를 당했다.
2주 뒤 4월 30일 잠실로 삼성을 불러들인 두산은 설욕에 성공했다. 곽빈의 6⅓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4-0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 승리는 현재까지 두산의 올 시즌 삼성전 유일한 승리가 되고 있다. 5월 1일 경기는 5회까지 1실점 호투하던 브랜든이 6회 수비의 2실책으로 한 번에 무너져(5이닝 5실점 1자책) 2-9로 패했다. 다음날(5월 2일) 두산은 최원준(5이닝 2실점)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타선이 원태인(6이닝 1실점 비자책)에게 꽁꽁 묶여 2-4로 졌다.
한 번 얽히기 시작한 실타래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이번 3연전 역시 로테이션상 첫 경기에 등판해야 했던 곽빈이 휴식 차원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최준호가 빈자리를 메웠다. 최준호는 21일 경기서 4⅔이닝 6실점으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3일 DH 1차전 선발로 나섰던 브랜든은 2회까지 4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순항했지만, 3회 선두타자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준 뒤 다음 타자 전병우에게 초구를 던지고 어깨에 불편함을 호소해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급하게 등판한 이영하는 ⅓이닝 3볼넷 2실점(1자책)으로 흔들렸고, 홍건희까지 조기투입 했지만 이미 승부는 뒤집힌 후였다.
삼성과 만날 때마다 선발투수 쪽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서 시작부터 불리한 싸움을 펼친 두산은 9경기에서 단 1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남은 7경기를 모두 이겨야 겨우 8승 8패로 맞대결 승률 5할의 균형이 맞춰진다.
'이승엽 더비'라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두산은 삼성전 열세를 극복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직접적인 상위권 경쟁 상대라는 점이다. 지난해는 삼성이 다소 부진하며 8위로 내려앉아 두산의 직접적인 순위 경쟁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KIA가 독주 체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삼성, LG, 두산이 2~4위에서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고 있다.
치열한 상위권 다툼 속에서 패배는 단순한 1패 이상의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을야구에서 만나게 된다면 상대전적 열세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될 수도 있다. 두산이 남은 맞대결에서 삼성전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사자 공포증'은 더 큰 트라우마로 자리 잡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