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고교선수 한 팀 韓6명 VS 日30명’ 박신자컵 결승전에 한국팀 없는 이유
[OSEN=아산, 서정환 기자] 한국농구는 양과 질에서 모두 일본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차이가 벌어졌다.
본래 2군들의 무대였던 박신자컵은 2023년부터 최상의 전력으로 출전하는 국제대회로 격상됐다. 올해는 WKBL 6개 구단에 일본 3개팀과 대만 1개팀이 출전해 최다규모로 열렸다.
올해 대회서 일본과 한국의 벌어진 격차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4강서 하나은행을 75-53으로 대파한 도요타는 4승 1패로 결승에 진출해 대회 2연패를 노린다. 첫 참가한 후지쯔는 4강서 BNK를 82-70으로 눌렀다. 후지쯔는 5전 전승으로 결승에 올랐다. 박신자컵 결승전이 일본팀들의 대결로 압축됐다.
한국대표팀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일본과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는 무리였다. 4강 1경기에서 하나은행은 도요타에게 53-75로 졌다. 국가대표 센터 진안과 양인영이 뛰는데도 리바운드서 26-33으로 밀렸다.
신장 큰 선수는 오히려 한국이 많았다. 기본기 차이가 심했다. 일본선수들은 슛, 드리블, 패스 등 기본기가 탄탄했다. 누가 공을 잡아도 양손 드리블과 방향전환이 자유자재였다. 여자선수가 원핸드 풀업점프슛으로 3점슛도 가볍게 꽂았다. 센터들도 3점슛은 기본으로 장착했다.
도요타는 3점슛 11/30으로 3/15의 하나은행을 양과 질에서 압도했다. 엄청난 백코트 압박으로 10개의 스틸을 얻었고 하나은행 15개의 턴오버를 유발했다. 에이스 야스마는 15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전천후 활약을 했다.
경기 후 야스마에게 들은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일본농구는 한국농구와 양과 질에서 비교자체를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야스마는 “일본에 여자고교농구부만 몇 백 개다. 내가 중고교때는 한 팀에 30명 정도 있었다. 남자농구부의 경우 90명이 있어서 A, B, C팀으로 30명씩 나누는 학교도 있다”고 전했다.
한국농구의 경우 한 팀에 가용인원이 5-6명인 팀도 있고, 선수가 부족해 아예 대회에 불참하거나 경기 중 몰수패도 종종 일어난다고 전했다. 일본선수들은 그들대로 한국의 실상을 듣고 문화충격을 받았다.
농구계에서 ‘여자선수들은 왼손 레이업슛만 할 줄 알아도 연봉 1억 보장’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런데 일본선수들은 왼손으로 플로터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얼마나 연습해야 이렇게 기본기가 완벽할 수 있나 궁금했다.
야스마는 “초등학교 때 는 핸들링 훈련을 많이 했다. 하루에 기본 2-3시간 정도는 했다. 더 하고 싶어도 체육관을 쓸 시간이 부족했다. 고교때는 체육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더 했다”며 웃었다.
단체훈련 외 개인 훈련량이 많은 것도 놀랍지만, 그 힘들고 지루한 기본기 훈련을 자발적으로 더 하고 싶었다는 것도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최근 한국은 학생선수의 학습보장권이 대두되면서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루 단체훈련 2시간도 하기가 힘든 구조다. 체육관이 비어 있어도 남는 시간에 자발적으로 개인훈련을 하는 선수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쯤되니 일본 정상급 프로팀이 한국에 와서 상대를 해준 것만 해도 엄청난 기회인 셈이다. 오가 유코 감독은 2000년대 일본대표팀의 주전포인트가드로 뛰었다. 일본선수 두 번째로 WNBA까지 진출한 레전드다.
오가 감독은 “기본기가 안되면 스킬 능력 향상이 안된다. 일본에서 감독은 선수가 알아서 상황판단을 할 수 있게 많이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일본선수는 이미 아마추어에서 기본기는 완벽한 상태니 프로에서 창의적인 농구를 주입하는 것이다. 프로에 와서 그제야 부족한 체력과 기본기를 다시 훈련하는 한국선수와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일본여자농구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며 결실을 맺었다. 세계최강 미국과 붙으며 자기 색깔을 내는 일본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당시 주역이 후지쯔의 주전가드 마치다 루이다. 마치다는 도쿄올림픽 대회 베스트5에 올랐다.
마치다는 “일본농구는 모든 선수가 스피드와 3점슛 등 스킬에 장점이 있다. 일본은 경기에 나가는 선수마다 팀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플레이하는 강점이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자신있게 싸울 수 있는 요소다. 코트위에서 잘 표현이 되고 있다. 그래서 세계최강 미국과 싸워도 우리 색깔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레전드 오가 감독은 “농구라는 승패의 세계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승리할 때까지 지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많다. 내가 현역 때 후배였던 다카다 마키 등이 지금 올림픽에서 베테랑으로 뛴다. 계속 경험이 쌓이면서 일본이 은메달을 따는 원동력이 됐다”고 전했다.
한국여자농구도 84년 LA올림픽 은메달,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강, 2007년 인천 아시아선수권 금메달 등 빛나는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선배들의 빛나는 경험은 후배들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영광을 맛 본 김단비도 이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일본을 당연하게 이겨왔던 한국선수는 이제 없다.
일본과 근본적 저변의 차이와 이미 벌어진 기량은 어쩔 수 없다. 박신자컵을 통해 한국이 일본과 교류하며 소중한 경험을 얻은 것은 큰 소득이다.
박정은 감독은 “일본선수들이 코트에서 집중력이 좋다. 우리에게도 연습이 잘됐다. 높이가 있는 일본팀도 있고 조직적인 팀도 있다. 정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대회 성과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