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김기동 감독은 "정말 안 좋았는지 묻고 싶다" 말했을까

FC서울 김기동 감독이 4월에 생각처럼 결과를 내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흐름에 답답함을 호소했다. 다만 포항 원정에서 패배한 후 가장 먼저 나온 말은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였다.
FC서울은 2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K리그1 10라운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0-1로 졌다. 쉽지 않은 포항 원정길에서 승점을 노렸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포항전까지 미끄러지면서 울산HD(0-0 무), 대전하나시티즌(2-2 무), 광주FC(1-2 패), 포항스틸러스(0-1 패)전까지 4경기 동안 승리를 낚아채지 못했다.
포항전에서 나름 최정예를 꺼냈지만 재빠른 카운터 어택에 골망을 허락했다. 이후 린가드를 중심으로 포항을 꽤 몰아쳤는데 효과는 없었다. 경기 후 4경기 무승에 실망한 팬들은 FC서울에 야유를 보냈고 김기동 감독도 씁쓸한 표정으로 라커룸에 들어갔다.
포항에 승점 3점을 잃은 뒤 기자회견에서 "최근 경기력이 좋지 않다. 다음 라운드에는 변화 폭을 크게 가져갈 생각인가"는 질문에 "아직 생각하지 않았다"라면서 "졌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골이 안 들어갔다 뿐이지 경기 내용이 지금까지 안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우리 경기 내용이 나빴다고 보셨는지 나도 되묻고 싶다"라고 호소했다.
김기동 감독이 발끈한 이유는 명확했다. 경기 전 만난 자리에서 "초반에 왜 FC서울을 우승 후보라고 주위에서 그래서 (부담이 있었다). 아직 선수 스쿼드나 모든 게 갖춰지지 않았다. 5년 동안 힘들었는데 작년에 조금 나아졌다. 이제 계속 좋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유의 너스레로 위트있게 말했지만, 완벽하게 자신의 축구를 구현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아직 팀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을테다. 결과보다 팀 경기력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실제 FC서울이 매년 시동이 늦게 걸리는 점에 대해서도 "올해는 잘하고 싶었다. 사실 선수들이 매번 바뀌는 과정이다. 팀의 문화도 바뀌고. 작년 하반기에 좋았던 선수들이 나가고 새로운 선수들이 영입됐다. 서로 추구했던 것들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지금은 조금씩 맞춰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김기동 감독 마음 속에는 FC서울을 다시 톱 팀으로 만들려는 자신이 있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팀들이 유럽 정상급 선수를 데려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동아시아 팀을 '박살'내고 있는 상황. 다음 시즌 아시아 무대에 도전장을 내미는 FC서울 입장에서 부담일텐데 "좋은 팀이 다 이기라는 법은 없다. 우리가 월드컵을 나간다고 브라질이나 좋은 팀에 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며 두 눈을 반짝였다.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포항전에서 패배한 이후 가장 먼저 나온 말은 "멀리까지 시간 내서 온 팬들한테 정말 할 말이 없다"였다. 팬들의 야유에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자비와 시간을 들여 원정까지 오셨다. 우리가 승리로 보답하지 못했다. 모든 건 내 책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경기 후 라커룸을 떠난 선수들 표정도 무거웠다. 그러나 부주장 김진수는 팬들에게 다가가 사인을 했고 어린 팬들에게는 사진을 같이 찍자며 끝까지 팬 서비스를 했다. 포항전 패배에 아쉬웠던 팬들 마음도 조금이나마 누그러졌을 수 있다.
물론 FC서울의 향후 여정은 쉽지 않다. 당장 주말에 홈에서 전북현대를 만나야하고 3일 뒤에 FC안양 원정길을 떠난다. 이후에도 대전하나시티즌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김기동 감독은 "포항전은 지난 경기다. 빠른 시간에 조속히 팀을 재정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