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손아섭 1위 등극, 그러나 박용택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 훈장… 하지만 그것도 곧 깨진다?

[카토커] 손아섭 1위 등극, 그러나 박용택이 여전히 가지고 있는 훈장… 하지만 그것도 곧 깨진다?

조아라 0 65
▲ 성실한 자기 관리와 뛰어난 기량으로 KBO리그 역대 순위표 판도를 바꿔놓고 있는 최정 ⓒSSG랜더스
▲ 여전히 뛰어난 기량을 자랑 중인 최정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최고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랜 기간 리그를 대표하는 안타 기계로 이름을 날린 손아섭(36·NC)은 지난 6월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장면을 만들었다. 바로 이날 안타 하나를 추가해 개인 통산 2505번째 안타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KBO리그 역대 최다 안타 신기록을 가지고 있던 박용택(2504안타)을 넘어 역대 1위로 올라서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손아섭의 기록 경신이 다가오자 NC의 경기를 따라다니던 박용택 해설위원은 밝은 미소로 손아섭을 축하했다. 자신의 기록이 깨진다는 것에 대한 섭섭함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기록을 넘어 3000안타 이정표를 향해 나아가는 후배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2500안타는 15년 동안 꾸준하게 평균 167개의 안타를 쳐야 달성 가능한 기록이다. 보통 한 시즌 167안타는 리그 안타 부문에서 최상위권 기록, 때로는 안타왕 레이스에도 가세할 수 있는 기록이다. 손아섭은 그 기록을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꾸준히 내왔다. 뛰어난 기량은 물론 철저한 자기 관리가 동반되었기에 달성할 수 있었던 대기록이다. 손아섭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은, 그가 3000안타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는 명제에 의심을 달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용택이 아직 반납하지 않은 '훈장'도 하나 있기는 하다. 박용택은 LG, 오직 한 팀을 위해서만 2504개의 안타를 바쳤다. 손아섭은 롯데에서 2077안타를 기록했고, 그 다음은 NC에서 채웠다. 사실 손아섭이 롯데에 남기만 했어도 박용택이 가지고 있는 '원클럽 최다 안타' 기록 경신은 뻔한 일이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그렇게 마음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1차 FA 당시 롯데와 계약했던 손아섭은 2차 FA에서는 롯데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결국 NC와 계약했다. 손아섭도, 롯데 팬들도 아쉬웠던 이적이었다.

프리에이전트(FA) 제도가 활성화되면서 팀을 대표하던 간판 스타들의 이적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 팀에서 15년, 20년을 뛰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기량도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상황적인 측면도 같이 맞물려야 하는 게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의 숱한 전설들도 사실 원클럽맨 이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우리보다 먼저 FA 제도가 활성화됐고, 우리네 상식에서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빅 트레이드도 이뤄진다. 명예의 전당에 갈 때 어느 팀 모자를 쓰는지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다.

다만 박용택의 이 기록도 곧 깨질지 모른다. 뒤를 쫓는 유력한 후보자가 있기 때문이다. SSG의 심장이자, 이미 KBO리그 역대 홈런 1위 자리를 차지한 최정(37·SSG)이 그 주인공이다. 2005년 SK의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최정은 지금까지 단 하루도 팀을 떠나지 않으며 그 화려한 기록을 모두 인천과 인천 팬들에게 바쳤다. 최정은 24일까지 통산 2229경기에 나가 477홈런, 1516타점, 그리고 2201안타를 기록했다.

손아섭의 기록과 자기 관리에 찬사를 보낸 이숭용 SSG 감독은 최정 또한 박용택의 기록을 넘어설 것이라 장담한다. 현재 약 300개의 안타가 남았는데 최정의 현재 기량과 몸 상태를 고려하면 충분히 경신이 가능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 이 추세라면 최정은 박용택이 가지고 있는 한 구단 소속 최다 안타 기록도 충분히 경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SG랜더스



이 감독은 이 가능성에 대해 "내가 봤을 때는 충분하다"고 단언하면서 "내가 봤을 때는 미국이나 일본이나 '원클럽'에 대한 프라이드를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고 모든 매스컴에서도 인정을 해주는 것 같다. 흔치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이 감독은 최정의 기량에 대해 평소부터 "3년은 더 거뜬하다"고 장담한다. 단순히 선수 생명이 3년 남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기량을 3년은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다.

박용택의 한 구단 소속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할 선수는 당분간은 최정밖에 없다. 역대 안타 3위인 최형우도 삼성과 KIA를 거쳐 기록이 쪼개졌고, 역대 4위인 김현수 또한 두산과 LG를 거쳤다. 역대 5위부터 12위 중 최정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은퇴했다. 당분간은 최정의 단독 레이스다. 올 시즌 뒤 세 번째 FA 자격을 얻는 최정이지만, SSG는 최정을 놓아줄 생각이 없고 최정 또한 인천을 떠날 생각이 없다. FA 계약이 한 번 더 잘 이뤄진다면 또 하나의 값어치 있는 기록이 만들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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