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삼성생명의 새로운 선장, 하상윤 감독이 꿈꾸는 'Bad Girls' 변신

[카토커] 삼성생명의 새로운 선장, 하상윤 감독이 꿈꾸는 'Bad Girls' 변신

현대티비 0 70

WKBL 용인 삼성생명의 사령탑이 9년 만에 바뀌었다. KBL 현대모비스에서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한 뒤 아마농구를 거쳐 팀 코치로 경험을 쌓은 하상윤 감독이 주인공. 우승까지 거머쥐며 장수했던 임근배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하 감독은 과연 어떤 구상과 함께 팀을 이끌까? 



*본 기사는 루키 2024년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아마에서만 11년, WKBL의 문을 두들기다

군산고와 경희대를 거쳐 프로에 입성한 하상윤 감독은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진가를 발휘했던 선수였다. 어떻게 보면 탄탄한 수비가 기반이었던 강팀 현대모비스의 컬러와 어울렸던 선수. 현대모비스에서 10년을 뛰고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하 감독은 광신중과 광신방송예술고에서 코치를 맡으며 경험을 쌓았다.

"현역 은퇴를 36살에 했는데 사실은 더 할 수도 있었어요. 다른 팀에서 오퍼가 오기도 했는데 나도 그렇고 어머니나 유재학 감독님도 코치를 하고 싶으면 자리가 났을 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셨어요. 이 정도면 후회는 없었고 섭섭한 것 없이 담담하게 은퇴했습니다."

"은퇴하고 마침 광신중학교에서 지원을 한 번 해보라는 이야기가 있었고 광신중이 모교이신 임근배 감독께서도 권유하셨어요. 어떻게 보면 여자농구 쪽에서 정상급 선수를 제외하면 경기를 많이 못 뛰는 저연차 선수들은 남자 중학교와 기량이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여자농구에 와서 지도할 때도 많이 도움이 됐죠."

기본기를 강조하는 가운데 대회 성적에만 얽매이지 않고 선수들에게 다양한 역할을 시켜보면서 성장의 폭을 넓혔다. 어린 선수들에게 필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중학교 가서 초창기 때는 선수들의 마음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부장 선생님께서 조언도 해주시면서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농구 쪽으로는 기본기 위주로 많이 가르쳤습니다. 1년 정도는 다른 시도도 많이 해봤는데 쉽지 않았어요. 현실적으로 드리블이 안 되는 친구들 데리고 전술이 큰 의미가 없었어요. 드리블, 패스, 피벗, 골밑슛 네 가지는 시합 전날까지 했어요."

"자부심을 갖는 게 지도자 선배들께 '기본기를 배우려면 상윤이한테 가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 나이에 그걸 하지 않으면 나중에 할 시간이 없어요. 그걸 알고서도 성적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저는 학교하고도 잘 맞은 거죠. 중학교에서는 기본기 위주로 하고 그 친구들이 고등학교 올라가서 성적 내길 원하셨어요. 실제로 고등학교에 가서 성과를 내기도 했죠."

"5~6년 하면서 방법을 터득하니까 개성이 있는 선수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그런 친구들이 끼가 있고 잘 컨트롤해주면 선수로 성장할 확률이 높더라고요. 가르칠 때 성적을 못 내더라도 프로에 꼭 보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어요. 그래서 연습 때 센터라도 돌아가면서 가드도 시켜보고 했는데 의외로 재능이 보이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시켰던 것 같아요."

아마농구에서만 10년 넘게 힘을 쏟았던 하 감독은 2022년 삼성생명 코치로 부임하며 프로 세계에 발을 들였다. 과거 코치와 선수로 한솥밥을 먹었던 임근배 감독의 제안이 있었다. 이후 코치로 두 시즌을 소화한 하 감독은 임 감독이 물러난 삼성생명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커리어 첫 프로 감독 부임이다.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임근배 감독님께서 제안을 해주셨어요. 하루 정도 생각을 해봤는데 한 번 정도는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죠. 사실 여자농구는 처음이라 주변에 어떠냐고 물어도 봤죠. 농담처럼 힘드니까 보험 들어놓으라는 말도 있었는데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인성적으로 참 괜찮은 선수들이에요."

"지금도 임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이 있죠. 더 도와드리지 못했다는 자책도 있었고 감독이 됐어도 임 감독님 생각이 나서 1주일 동안은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도 격려해주시고 잘할 수 있을 거라고 힘을 주셨어요. 학교 들어갈 때도 마찬가지고 임 감독님께서 저를 코치로 써주시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가 오기 힘들었을 건데 저한텐 굉장한 은인이시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주신 분은 누가 뭐라고 해도 임 감독님이에요."



배드걸스 변신 준비!

삼성생명은 지난 두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챔프전엔 오르지 못했다. 벽을 뛰어 넘기 위해 하 감독이 생각한 것은 '배드걸스'라는 단어였다.

"코치 첫 시즌에 키아나 (스미스)랑 (이)주연이가 다쳤을 때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래도 저는 (조)수아랑 (신)이슬이가 능력이 있다고 믿어서 걱정하지 않았고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줬어요. 실제로 자기 역할을 잘해줬죠. 제가 볼 때는 경기를 못 뛰는 선수들도 1~2번은 기회가 있는데 그걸 잘 살려야 팀도 좋고 본인도 좋은 거예요. 8명이 주로 뛴다고 했을 때 2~3명은 더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걸 2년 동안 코치하면서 느꼈어요."

"선수들이 작년에 임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배드걸스'가 되면 이기든 지든 더 좋은 경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실제로 그런 경기를 할 때는 굉장히 경기력이 좋았다가 그게 안 되면 와르르 무너졌거든요. 제가 최근에 학교 때 제자였던 (민)기남이를 만났는데 '선생님, 그때 우리는 상대 팀이 다 두려워했어요'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삼성생명이랑 하면 '저 팀 짜증나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고 싶어요. 팀의 기복을 줄이고 싶은 거죠. 그러기 위해선 터프하고 활동량 넘치는 수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은행 같은 경우는 선수 숫자가 부족해도 그게 되니까 항상 상위권에 있었고 옛날 모비스도 공격을 설사 못하더라도 수비만 해주면 어느 정도는 성적이 나왔거든요."

"임 감독님의 농구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오래 하셨고 제가 그걸 벗기기는 쉽지 않아요. 감독님께서 이끄실 때 좋았던 점도 당연히 살리고 모든 선수가 터프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임 감독님도 배드걸스가 되자고 강조하셨는데 제 탓도 많이 있었어요. 코치의 잘못이 없다고 할 순 없고 그걸 다시 해보자는 것이죠."

WKBL은 FA 시장을 통한 선수들의 이적으로 대격변을 맞았다. 디펜딩 챔피언 우리은행은 우승 주역들이 대거 빠졌고, KB 또한 국보 센터 박지수가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평가. 그런 상황에서 삼성생명을 우승 후보로 꼽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사실 우승 후보 평가가 부담스럽긴 하죠.(웃음) 그래도 부담은 가지지만 좋은 거잖아요. 나중에 훈련할 때 선수들에게 우승이 목표라고 할 것이고 이뤄야 할 일이에요. 어차피 이 자리에 선 이상 우승해야 한다고 봐요."

"팀들의 전력이 이렇게 변하면서 장단점이 생겼어요. 그동안엔 리그에 한 번 해도 조금 편하게 할 수 있는 팀도 있었는데 없어졌고 (박)지수가 가면서 어렵겠다는 팀도 없어졌어요. 역대급으로 전력 차가 크지 않다고 보고 앞으로도 이런 구성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선수들이 적극성만 유지한다면 어딜 만나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봐요."

우승 후보로 지목되고 있지만 삼성생명은 성장 단계의 잠재력 넘치는 영건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성적과 성장의 조화를 잘 이루는 것도 하 감독에게 내려진 미션. 

하 감독이 주목한 선수는 역시 신입선수 선발회 1순위 출신 포워드 이해란이었다. 해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제는 유망주 딱지를 떼고 에이스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생각한 계획이 있습니다. 이주한 인스트럭터 코치가 저연차 선수 육성 계획을 잡고 있어요. 선수들이 몸이 올라오고 잘 만들어서 이번 시즌에 투입되면 동기부여도 되겠죠. 3년 차까지는 따로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어요. 그리고 (김)단비나 (배)혜윤이 말고는 선수들이 젊잖아요. 위기관리 능력이 조금 떨어지긴 해요. 중요할 때 해줄 수 있는 부분을 키워야 하고 특히 (이)해란이가 스텝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려고 해요."

"해란이가 어떻게 보면 유망주, 나이로 보면 아래에 속하지만 농구는 아니잖아요. 이제는 점점 에이스로 가는 방향이 좋겠죠. 아직 김단비 같은 언니들처럼 1대1로 해서 제치는 능력은 많이 부족하고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그런 쪽으로 갈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해란이의 성장이 있어야 말씀하신 우승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단숨에 배부를 수는 없어요. 조금씩 젊은 선수들이 발전하고 쌓이면 꼭 올해가 아니라도 좋은 결과가 올 거라고 봐요"

"예전에 해란이가 WNBA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러려면 수비를 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어요. 가드 막는 수비를 할 수 있으면 국가대표에서도 주전으로 뛸 수 있다고 말해줬어요.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그 친구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겠죠. 그리고 경기를 막 조율하는 가드는 아니어도 지금 멤버 구성에 (이)주연이가 있긴 한데 (신)이슬이가 빠지면서 가드 쪽에서 살짝 뜨는 부분이 있어요. 역할을 누가 할지 모르겠지만 볼 들고 넘어올 때 해란이가 하는 구상도 있거든요. 우리가 최고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해란이가 기복 없이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일단 목표는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잡았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팀 컬러 변화였다. 하 감독은 앞서 언급했던 활동량 넘치고 터프한 농구의 이식을 다시 강조했다. 

"지도 철학이요? 사실 그런 걸 엄청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냥 이런 거죠. 각자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잖아요. 선수가 12명이면 12번째 선수가 에이스보다 잘하는 게 있을 겁니다. 그러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이죠. 그걸 철학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돼야 개인도 살고 팀도 사는 겁니다. 팀에서 뭔가 부족한 게 있으면 틈새 공략을 해주길 바라고 자기 걸 특화해서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일단 챔프전 진출이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야겠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삼성생명 팀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어요. 착하다, 순하다, 누구는 공주농구를 한다는 말도 하더라고요. 근데 그걸 활동적이고 액티브해졌다는 말로 바꾸는 게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팀의 업다운을 줄여야죠."

"팬들이 항상 응원 많이 해주시고 많이 찾아와주시면서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저도 거기에 어긋나지 않게 하는 게 뭐일까 생각해보면 사실 성적이었어요. 성적을 내는 과정에서 조금 더 부지런함과 터프함이 있어야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기든 지든 '야 정말 열심히 뛰었다'는 말을 팬들에게 듣고 싶고 앞으로 지금처럼 열성적으로 응원해주시면 꼭 좋은 경기력과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하상윤 감독 프로필>
생년월일 : 1976년 10월 27일
포지션 : 가드
출신교 : 군산초-군산중-군산고-경희대
프로 선수 경력 
1999~2011 : 부산 기아 엔터프라이즈-울산 모비스 피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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