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제2의 이종범' 김도영, 선배 이종범을 넘어선다

[카토커] '제2의 이종범' 김도영, 선배 이종범을 넘어선다

맛돌이김선생 0 61

'3할-30홈런-100도루' 대기록 향해 쾌속 질주
"이종범이 화려함 그 자체였다면, 김도영은 조용하게 화려함 뽐내"


'류거이'. 프로야구 팬들이라면 알 만한 단어다. '류현진을 거르고 이재원을 택했다'는 줄임말이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 때 당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는 1차 지명으로 동산고 좌완투수 류현진을 거르고 인천고 포수 이재원을 택했다.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을 한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류거이'의 결과는 모두가 안다. 류현진은 한화 이글스에 2차 1순위로 지명됐고, 신인 데뷔 해(2006년)에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탈삼진·평균자책점 1위)을 달성하면서 리그 역대 최초로 정규리그 최우수 신인왕과 더불어 최우수선수(MVP)상까지 휩쓸었다. 인천 출신의 류현진에 대한 연고권을 갖고 있었던 SK 구단이나 SK 팬들은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공교롭게도 현재 이 둘은 다 같이 한화에 몸담고 있다. 이재원이 지난 시즌 이후 SSG에 방출을 요구해 연봉 5000만원에 한화에 새롭게 둥지를 틀었고,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국내로 돌아오면서 둘이 한솥밥을 먹게 됐다.

4월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SSG 랜더스의 경기에서 KIA 김도영이 3점 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문거김' 택한 KIA, 김도영 활약에 '활짝'

'류거이' 이후 요즘 야구팬들에게 종종 회자되는 말은 '문거김'이다. KIA 타이거즈는 2021년 1차 지명 때 진흥고 출신의 우완투수 문동주를 거르고 동성고 출신 내야수 김도영을 택했다. 문동주는 시속 155km를 던지는 '파이어볼러'였고, 김도영은 공·수·주 모든 능력을 갖춘 '5툴 플레이어'였다. 

KIA의 선택은 의외였다. 보통 비슷한 능력치라면 투수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당시 KIA는 "김도영은 정확한 타격 콘택트 능력은 물론 빠른 발, 안정적 수비력까지 갖춘 '완성형 내야수'"라는 평가를 했다. 김도영의 고교 3학년 시절 성적은 타율 0.451(82타수 37안타), 1홈런 18도루. OPS(출루율+장타율)는 1.128에 이르렀다. 2학년 때도 주전 유격수로 뛰면서 타율 0.457(92타수 42안타), 1홈런 22도루를 기록했다. '제2의 이종범'이라는 수식어도 김도영에게 따라붙었다. KIA가 김도영을 택하면서 문동주는 2차 1번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1~2년 차 때 김도영의 활약은 미미했다. 1년 차 때는 프로 적응기가 필요했고, 2년 차 때는 발가락 부상 탓에 시즌 초반을 거르면서 84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대부분 24세 이하 선수로 구성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2023년 9월 개최) 국가대표팀에도 뽑히지 못했다. 같은 기간 문동주는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구속(시속 160.1km)을 찍고,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1선발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거김'이라는 말이 김도영에게 주홍글씨처럼 따라붙었다.

김도영은 2023년 마무리도 아쉬웠다. 11월 열린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 10회초에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쪽 엄지 인대 파열과 골절을 당했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에 감행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었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후 수술과 재활에 4개월이 소요된다는 진단이 있었지만 김도영은 엄청난 회복력을 보이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팀 스프링캠프에 동행했다. 그의 워크에식(직업의식)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6년 4월2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기아-LG 경기에서 이종범이 2루로 슬라이딩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상만 없다면 남은 시즌 홈런 13개 무난

2024 시즌 출발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개막달(3월) 타율이 0.154(26타수 4안타)에 불과했다. 하지만 4월에 급반등했다. 31경기에서 타율 0.385(104타수 40안타) 10홈런 14도루를 기록했다. KBO리그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리그 월간 MVP로도 선정됐다.

타격에 사이클이 있듯이 5월에 잠깐 주춤(23경기 타율 0.326, 3홈런 11타점 4도루)했으나 6월 들어 다시 제 궤도에 진입했다. 18일까지 15경기에서 타율 0.368, 4홈런 11타점 4도루를 기록 중이다. 6월21일 현재 시즌 성적은 타율 0.334(287타수 96안타), 19홈런 55타점 22도루. 출루율(0.398)과 장타율(0.599)을 합한 OPS는 1에 근접(0.997)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0.348)은 시즌 타율보다 높다. 수비(3루수)에서도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다.

김도영의 가치는 팀이 어려울 때 더욱 도드라진다. 최형우, 나성범이 주춤했을 때 제자리를 지키면서 필요할 때 안타·홈런을 터뜨려주고 있다. 김도영은 6월18일까지 결승타를 6차례 터뜨렸다. 최형우, 최원준과 같은 수치다. 타자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은 3.24로 KT 로하스(3.48)에 이어 제일 높다. 올해 비로소 '제2의 이종범'다운 잠재력을 터뜨린 모양새다.   

김도영의 가장 큰 변화는 홈런 생산 능력이다. 1년 차 때 3개(103경기), 2년 차 때 7개(84경기)를 뿜어냈는데 올해는 반환점도 돌기 전에 벌써 17개(69경기)를 터뜨렸다. 지난겨울 몸집을 키운 것도 아닌데 공을 담장 밖으로 날리는 횟수가 늘어났다. 공인구 반발력이 높아졌다 해도 괄목할 만한 홈런 수 변화다. 박용택 KBS 해설위원은 "김도영은 몸 스피드가 워낙 좋아서 그동안 하드 히트가 많이 나왔는데 발사각은 너무 낮았다. 이범호 KIA 감독이 김도영에게 무조건 공을 띄우라고 말했다고 하던데, 올려 치면서 스트라이드 하는 앞발(왼발)에 여유가 생겼다. 방망이가 작년보다 공의 아래쪽에 접근하면서 타격 마지막 때는 귀 위로 넘어간다"고 했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고 부상만 없다면 김도영은 시즌 '3할-30홈런-30도루' 기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선수가 3할-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것은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 유니콘스 소속)이 마지막이다. 타이거즈 선수로는 이종범(1997년), 홍현우(1999년)가 3할-30홈런-30도루를 완성해 냈다. 이범호 감독은 "장마와 여름 더위가 찾아오면 갈수록 체력 부담이 심해질 텐데 김도영은 정확하게 치려고 노력하는 타자이기 때문에 남은 시즌 홈런 13개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와 같은 시대에 야구를 했던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이종범과 김도영을 비교하면서 "이종범은 화려함 그 자체였는데, 김도영은 조용하게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고 했다. 이종범이 임팩트 강한 야구를 했다면, 김도영은 소리 없이 강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생인 이종범은 광주일고-건국대를 거쳐 23세에 프로에 데뷔했다. 2003년생 김도영은 동성고 졸업 후 19세에 프로 무대를 밟았고 지금 21세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야구 전문가들은 "해당 나이 때 둘을 비교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이종범의 잠재력은 1994년, 24세 때(타율 0.393, 19홈런 84도루) 터졌다. 김도영의 22세, 23세, 24세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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