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누가 우리한테 기대하겠나. 그래도 부딪혀 본다" 유럽 무대 도전 앞둔 한국 3x3 언더독들
현실의 벽은 높지만 부딪혀 보겠다는 의지는 대단하다.
한국 3x3 역사상 최초로 유럽에서 열리는 3x3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홍천'의 남궁준수, 이정제, 한정철, 전정민 등 4명의 선수가 22일(한국시간)부터 시작되는 FIBA 3x3 오를레앙 챌린저 2024 출전을 앞두고 첫 연습을 진행하며 현지 적응에 나섰다.
프랑스농구협회와의 교류를 통해 이번 대회 출전 티켓을 확보한 KXO(한국3x3농구연맹)는 국내 3x3 선수들 중 출전 가능한 선수들을 추려 최종 출전 명단을 확정했다. 팀을 꾸리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이미 FIBA 3x3 시즌이 시작돼 선수들이 소속된 팀에서 이탈할 수 없는 상황에서 KXO는 다양한 선수들과 접촉한 끝에 프랑스행이 가능한 4명의 선수를 확정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뭉친 4명의 선수는 지난 19일 프랑스 파리에 입국해 21일 대회가 열리는 오를레앙으로 이동했다. 프랑스 입국 후 홍천 선수단은 생각보다 빨리 친밀감을 쌓았고, 21일 오를레앙에 도착 후 시작된 첫 연습부터 활발하게 본 경기를 준비했다.
홍천에 운도 따랐다. FIBA의 관리 감독 하에 진행되는 3x3 국제대회에선 각 팀별로 정해진 공식 연습 시간이 있다. 이 외에는 공식 코트에서의 연습이 불허된다. 대회 개최 하루 전부터 공식 연습이 진행돼야 했지만 지난 20일부터 FIBA 3x3 오를레앙 우먼스 시리즈 2024를 개최하고 있는 주최 측은 오를레앙 챌린저 참가 팀들의 공식 연습을 대회 개최 당일 오전부터 진행한다고 통보했다.
홍천에게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한국에서부터 14시간을 이동해 시차 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았고, 호흡을 맞춰볼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에 연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홍천이었다. 연습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KXO 관계자는 휴식을 권유했지만 선수단은 코트 주변에서 스트레칭이라도 하겠다며 경기장으로 나섰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KXO 관계자를 알아본 FIBA 관계자는 KXO 관계자의 읍소에 특별히 연습 코트 사용을 허락했고, 홍천 선수단은 2시간여 가량 코트에서의 연습을 진행했다. 연습이 부족한 홍천에게는 큰 행운이었다.
연습 분위기는 진지했다. 4명의 선수는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패턴 등을 마련했고, 자신들이 최약체 임을 인정하며 강팀들을 상대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과묵한 캐릭터의 이정제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며 팀에 융화되는 모습이었다.
막내 전정민은 "사실 평소 깊은 친분이 있던 형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걱정도 했는데 형들이랑 3일가량을 같이 지내다 보니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웃음). 형들이 굉장히 진지하게 의견을 내주셔서 오늘 경기가 기대된다"고 말하며 "우리가 최약체인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형들이랑 연습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KXO에서도 안 되는 연습 일정을 잡아주실 만큼 많이 도와주셔서 이번 대회를 향한 동기부여가 크게 생겼다"고 말했다.
이번 참가 선수단 중 유일한 비선출인 한정철은 "내가 커리어가 제일 떨어지는 데도 동료들이 내 의견을 경청해 주셔서 감동받았다. 팀에 하나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상대 팀들 경기를 많이 찾아보면서 분석했다. 그 내용을 팀에 전달했는데 바로 반영하면서 공략법을 만들고자 많은 이야길 나눴다. 결과를 떠나 이런 과정들이 나에게는 코트에서 한 발이라도 더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라며 이번 대회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전자랜드 출신으로 이번 대회에서 처음 합을 맞춰보게 된 남궁준수와 이정제는 "프로 출신이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하고자 한다. 동생들이 워낙 열정적으로 준비해 주고 우리에게 다가와 줘 더 책임감이 생겼다. 몸 상태가 안 좋은 부분도 있지만 동생들과 유럽 강팀들을 괴롭혀 보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홍천은 한국시간 23일 오전 12시 15분과 오전 3시 45분에 라우돈바리스(리투아니아), 플런지(리투아니아)를 상대한다. 이번 대회에선 조 2위에게까지 8강 진출 티켓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