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투수→타자 전향' 장재영은 왜 중학생 이후 한 적 없던 유격수를 꿈꿨나
장쟁영이 외야 수비에 나섰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최근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한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22)이 성공적인 야수 데뷔전을 치렀다. 프로 데뷔 4년 차에 처음으로 1군 무대에 야수로 모습을 드러낸 그의 첫 포지션은 중견수였다.
장재영은 지난 20일 청주야구장에서 펼쳐지는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를 앞두고 첫 1군에 등록, 9번 타자 및 중견수로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 2볼넷 1삼진 1득점을 기록했다.
갈산초-서울신월중-덕수고 졸업 후 2021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키움에 투수로 입단한 지 3년 만이다. 덕수고 시절 투·타 모두에 재능을 드러낸 장재영이 처음 선택한 건 투수였다.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포기할 수 없었고 프로 무대에서도 그 공을 던지며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제구가 문제였다. 1군에서 3년간 56경기 1승 6패 평균자책점 6.45, 103⅓이닝 109사사구(97볼넷 12몸에 맞는 볼) 100탈삼진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서도 36경기 5승 7패 2홀드 평균자책점 5.15, 106⅔이닝 122사사구(110볼넷 12몸에 맞는 볼) 113탈삼진으로 마찬가지였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제구에 키움 구단과 장재영은 올해 5월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MCL)가 70~80% 파열됐다는 소견이 나오자, 수술이 아닌 재활, 투수가 아닌 야수로 전향을 전격적으로 선택했다. 프로 입단 4년 만에 방망이를 잡은 것치곤 성과가 나쁘지 않았다. 퓨처스리그 19경기 타율 0.232(69타수 16안타) 5홈런 13타점 12사사구(10볼넷 2몸에 맞는 볼) 26삼진, 출루율 0.346 장타율 0.464로 약점도 보였으나, 일발장타로 그 재능을 뽐냈다.
결국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키움 구단이 마음을 돌렸고 20일 청주 한화전에서 첫선을 보였다. 1군 데뷔 첫 경기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문동주를 상대로 2루타를 뽑아냈고 이후 두 차례 볼넷을 골라 나가며 나쁘지 않은 선구안을 보여줬다. 가장 우려됐던 중견수 수비에서도 두 차례 안정적인 포구를 보여 합격점을 받았다.
키움 홍원기 감독도 "지금으로서는 이제 한 경기를 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볼넷이 인상적이었고 수비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긍정적인 부분만 봤다"고 데뷔전에 호평을 남겼다.
키움 장재영이 21일 고척 롯데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21일 롯데전 만난 장재영도 "아직 내가 뭘 느꼈다고 하기엔 이제 한 경기를 했기 때문에 큰 사고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퓨처스리그에서도 어느 정도 타격에서 재능을 뽐낸 가운데 가장 큰 관심사는 그의 포지션과 수비였다. 장재영은 지난달 야수 전향 발표 당시 구단에 유격수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고, 구단은 중견수를 권한 바 있다. 이에 지난 11일 홍 감독은 "선수 본인은 아마추어 때부터 해왔던 유격수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하지만 일단 팔꿈치 부상으로 투수를 접은 상태고 내야수는 어떤 보직보다 공을 많이 던지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외야부터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장재영이 중학생 이후 한 적 없던 유격수를 꿈꾼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장재영은 유격수를 고집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신월중까지 투수와 유격수를 병행했고 덕수고 진학 후에는 야수로 뛸 때는 주로 1루수로 뛰었다. 2019년 세계야구연맹(WBSC)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야구 월드컵)에서 이승현(22·삼성)과 함께 둘뿐인 2학년 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4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장해 타율 0.300(30타수 9안타)을 기록한 바 있다.
장재영은 "구단에 무조건 유격수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린 건 아니었다. 어쨌든 그동안 야수를 할 때 내야수를 많이 봤기 때문에 적응하는데도 내야수가 더 빠르지 않을까 해서 말씀드린 거였다. 유격수가 정말 어려운 포지션이지만, 외야수 자체도 (내게는) 너무 어려운 포지션이었기 때문에 몸은 힘들지 몰라도 도전하는 폭을 조금 더 넓히고자 말씀드린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키움은 장재영에게 중견수와 유격수 훈련을 같이 시키면서 공식 경기에는 지명타자와 중견수로만 내보내고 있다. 장재영은 "2군에서는 유격수와 중견수를 거의 반반씩 연습했다. 시합에만 외야로 나갔기 때문에 아직 타구 판단이나 스텝을 밟는 데 있어 어려움이 있다. 어깨가 강하다고 송구가 잘 가는 게 아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이어 "쉬운 타구도 내게는 아직 어렵다. 야간 경기 자체도 이번이 처음이라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최대한 빨리 적응하는 게 첫 번째 과제인 것 같다. 그만큼 수비 시간을 코치님께 부탁드려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신경 써서 연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재영은 두 번째 1군 경기였던 21일 고척 롯데전에서도 5회 초 머리 뒤로 오는 손성빈의 타구를 잘 쫓아가 잡아내는 등 나쁘지 않은 수비를 보여줬다. 앞에 오는 타구에 다이빙 캐치를 한다거나 적극적인 시도는 없었지만, 초보 중견수로서 무난한 수비였다.
장재영은 "이제는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도전이기 때문에 정말 후회 없이 열심히 하려고 한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연습이나 실전 경험이 많이 없다. 그만큼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목표는 없다. 올 시즌은 최대한 1군에 적응을 잘해서 다른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경쟁력 있는 선수로 마무리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그래서 내년 스프링캠프에서는 1군에 합류하고 개막 엔트리에도 드는 등 하나씩 해 나가는 게 우선인 것 같다. 그렇게 지금은 큰 목표보다는 다른 외야수들과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