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내일 결정"…'1500만원' 시라카와, '13억' 엘리아스 밀어내고 대반전 드라마 쓰나

[카토커] "내일 결정"…'1500만원' 시라카와, '13억' 엘리아스 밀어내고 대반전 드라마 쓰나

조아라 0 94
▲ SSG 랜더스 시라카와 케이쇼 ⓒ SSG 랜더스
▲ SSG 랜더스 시라카와 케이쇼(왼쪽)와 포수 이지영 ⓒ SSG 랜더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내일(1일) 정도는 내가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SSG 랜더스가 가능한 미뤄두려 했던 시간이 다가왔다. 일본 독립리그 에이스 출신으로 한국에서 성공적인 6주를 보낸 시라카와 케이쇼(23)의 거취를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달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아마 내일 정도는 내가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주말까지는 생각하고, 내일은 프런트와 이야기를 해서 결정하려 한다"고 이야기했다.

SSG는 시라카와를 처음 영입했을 때 결별의 순간이 이토록 힘들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SSG는 기존 외국인 투수였던 로에니스 엘리아스(36)가 복사근 부상으로 6주 이탈 진단을 받자 지난 5월 24일 대체 외국인 선수로 시라카와를 영입했다. 시라카와가 6주 동안 받기로 한 금액은 180만엔(약 1500만원)이었다. 6주 임시직이라고는 하지만, KBO리그에서 뛰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과 비교하면 매우 저렴한 금액이었다.

올해 엘리아스가 SSG와 재계약할 때 총액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사인했다. SSG는 당연히 시라카와가 엘리아스를 밀어내는 상황을 처음부터 계산하지 않았고, 시라카와가 6주 공백을 잘 채워주기만 하면 다행이라 여겼다.

그런데 시라카와가 마운드에 오를수록 SSG 관계자들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시라카와가 이 정도로 KBO리그에서 잘 버틸 줄은 몰랐기 때문. 시라카와는 5경기에 선발 등판해 2승2패, 23이닝, 평균자책점 5.09를 기록했다. 지난달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⅓이닝 8실점(7자책점)으로 한 차례 무너지는 바람에 평균자책점이 5점대로 치솟았지만, 나머지 4경기는 모두 5이닝 이상 버티면서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일본 독립리그 출신이라고 무시하기 어려운 구위를 보여줬다. 직구 구속은 시속 150㎞를 웃돌고, 결정구로 활용하는 포크볼은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은 시라카와가 SSG에서 방출될 경우 영입을 고려하고 있는데, 두산은 시라카와의 포크볼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야구는 팀스포츠이다 보니 워크에식을 무시할 수 없는데, 시라카와는 지난 6주 동안 팀에도 잘 녹아드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문화권이기도 하고, 시라카와의 성격 자체가 밝고 낙천적이다 보니 선수들과 잘 어울렸다.
 

▲ SSG 랜더스 시라카와 케이쇼 ⓒ SSG 랜더스
▲SSG 랜더스 로에니스 엘리아스 ⓒSSG 랜더스



프로 선수로서 중요한 스타성도 갖췄다. SSG 팬들은 시라카와에게 '감자'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큰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구단 TV 영상에 시라카와가 나오면 조회수가 폭발한다. 마케팅적 측면에서도 시라카와는 SSG가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선수가 됐다.

엘리아스는 올해 부상도 있지만, 부진했다. 7경기에서 2승3패, 40이닝, 평균자책점 4.73에 그쳤다. 대신 엘리아스는 지난해 10월 22일 NC 다이노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이닝 4피안타(1피홈런) 무4사구 6탈삼진 2실점 투구로 큰 경기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5강 경쟁을 펼치고 있는 SS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을 때를 고려하면 건강한 엘리아스는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카드다.

그렇다고 시라카와의 손을 들자니 확신이 서지 않는다. 6주는 시라카와가 한국에서 통하는지 판단하기는 분명 짧은 시간이다. 시라카와는 KBO리그 5개 구단(KIA, kt, NC, 롯데, 키움)을 한 차례씩 상대한 게 전부다. 나머지 5개 구단을 상대했을 때는 어떤 투구를 펼칠지, 또 이미 만났던 구단들이 시라카와를 면밀히 분석하고 다시 붙었을 때 견딜 수 있을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게 많다. SSG가 지금까지 고민은 거듭하는 이유다.

시라카와의 계약 기간은 오는 4일까지다. 어쨌든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감독은 "어떤 결정을 하든, 어떤 선수든지 다른 팀에 가더라도 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우리랑만 안 붙었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섞으며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렸다.

이 감독은 "내일 정도에는 결정할 것이다. 엘리아스를 선택하면 시라카와는 창원에서 한번 더 던지게 할 생각이다. 선수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한번이라도 던지고, 좀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엘리아스가 나가게 되면 던지지는 못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좋게 보내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시라카와는 2일 또는 3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등판할 준비를 한다. 창원 경기 투구 결과가 시라카와와 SSG의 동행 여부를 결정하진 않는다. 시라카와가 창원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준비를 할지, 대체 선수가 아닌 정식 선수로 SSG와 시즌 완주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딜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시라카와가 엘리아스를 밀어낸다면 올해 전반기 최고의 반전 드라마로 기록될 전망이다.
 

▲ SSG 랜더스 시라카와 케이쇼 ⓒ 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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