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김태형 감독 폭발' 수비방해 논란, 쟁점은 '고의성' 아닌 '강정호 룰'이다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김태형 감독을 폭발하게 만든 '수비 방해' 판정은 과연 오심이었을까.
20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롯데 김태형 감독은 비디오 판독 결과에 항의하다 퇴장을 당했다.
상황은 이러했다. 롯데가 4-5로 뒤진 8회 초 1사 1루에서 서동욱의 유격수 방면 땅볼 타구 때 1루 주자 김동혁이 2루로 진루하는 과정에서 KT 2루수 신본기와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병살을 시도하던 신본기의 1루 송구가 빗나가 타자 주자 서동욱은 세이프가 됐다.
그러자 KT 이강철 감독이 2루에서 일어난 상황에 대해 수비 방해가 아니냐며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그 결과 정상 판정했던 원심이 뒤집혀 수비 방해가 인정됐다.
박종철 주심은 마이크를 잡고 "2루에서 아웃된 주자(김동혁)의 발이 (위로) 들려서 수비수의 몸에 닿은 관계로 방해로 인정, 타자 주자까지 아웃으로 선언한다"고 설명했다.
판정이 뒤집히자 롯데 김태형 감독은 만류하는 김광수 수석코치를 뿌리치고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했다. 이날 경기 내내 롯데가 중요한 찬스를 잡았을 때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와 심기가 불편했던 김태형 감독은 퇴장을 불사하고 격하게 어필했다. 결국 비디오 판독 결과에 어필한 김태형 감독은 퇴장을 당했다.
전준호 KBSN 해설위원은 "(김동혁이) 정상적인 슬라이딩 이후에 오른발이 위로 올라가면서 신본기의 송구를 방해했다 (심판이)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다. 여기서 쟁점은 고의성이 있느냐 없느냐 그것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논란의 장면에서 쟁점은 '고의성' 아닌 '정당한 슬라이딩'인가 여부다. 2024 공식야구규칙 6.01(j) 더블 플레이 시도 시 슬라이딩 항목에는 '주자가 더블 플레이 성립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당한 슬라이딩이 아닌 방식으로 야수에 접촉하거나 접촉을 시도할 경우 6.01에 따라 해당 주자에게 방해가 선고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당한 슬라이딩'은 (1) 베이스에 도달하기 전에 슬라이딩을 시작(몸이 지면에 닿아야함)하는 경우 (2) 손과 발로 베이스에 도달하려고 하는 경우 (3) 슬라이딩 후 베이스(홈 플레이트 제외)에 머무르려고 하는 경우 (4) 야수와의 접촉을 목적으로 주로를 변경하지 않고 베이스에 도달하는 슬라이딩을 하는 경우까지 총 4가지다. '정당한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주자는 6.01에 따라 방해가 선고되지 않는다.
다만, '정당한 슬라이딩'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예외의 경우도 있다. 6.01(j) 항목 마지막 부분에는 '상기 예외 규칙에도 불구하고, 주자가 롤블록을 하거나 야수의 무릎 위로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차는 경우 또는 팔이나 상체를 던져 고의적으로 접촉할 경우(또는 시도할 경우)에는 '정당한 슬라이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김동혁의 슬라이딩은 달려오던 속도를 이기지 못해 발이 2루 베이스에 걸리면서 다리가 들렸다.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자연스러운 동작이었지만, 야수의 무릎 위로 다리가 올라가 '정당한 슬라이딩'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심판원이 주자가 6.01(j)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경우 주자와 타자 모두에게 아웃을 선고한다. 단, 주자가 이미 아웃이 된 경우에는 수비 측이 플레이를 시도하려고 한 주자에게 아웃이 선고된다'는 내용이 적용돼 수비 방해로 타자 주자의 아웃이 선언됐다.
이 규정은 이른바 '강정호 룰'로 잘 알려진 2루 충돌 방지법이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이던 2015년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 병살 수비를 하던 중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큰 부상을 입어 시즌을 마감했다.
이와 같이 병살 처리 과정에서 주자의 위험한 슬라이딩이 문제가 되자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2016년부터 '정당한 슬라이딩(Bona Fide Slide)' 규정을 추가했다. 병살타를 방지 위해 거친 슬라이딩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2루 충돌 방지' 규정은 2019년 KBO리그에도 도입됐다.
수비 방해과 관련해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규정은 기존에도 있었다. 6.01(a) 항목에는 '주자가 병살을 하지 못하도록 명백한 고의로 타구를 방해하거나 타구를 처리하고 있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때 심판원은 방해한 주자에게 아웃을 선고하고 타자주자에게도 동료선수의 방해에 의하여 아웃을 선고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다만, 수비 방해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비디오 판독 대상 플레이가 아니다. 2024 KBO 리그 규정의 3. 비디오 판독 대상 플레이 ⑧ 더블 플레이 시도시 슬라이딩 규정 항목에는 '공식야구규칙 6.01(j)에 대한 심판의 결정만 비디오 판독 대상이 되며 더블 플레이의 방해가 6.01(a)(6) 또는 (7)에 해당할 경우 이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만약 KT측에서 6.01(a)(6)에 해당하는 '고의로 병살을 방해한 경우'를 어필한 것이라면 비디오 판독 자체가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 '정당한 슬라이딩' 여부를 판단하는 6.01(j)에 해당하는 비디오 판독 신청은 가능하며, 이러한 경우 심판이 판독 결과에 따라 판정을 번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