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정상재등극 노리는 저승사자, 도전자 자격 보여줄까?
[UFC 체급별 구도를 말한다 19] 미들급(2)
▲ 로버트 휘태커(사진 왼쪽)는 상대의 빈틈을 뚫어내는 날카로운 펀치를 갖추고있다. |
ⓒ UFC 한국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제공 |
약 5~6년 전만 해도 UFC 미들급(83.9kg)을 대표하는 선수하면 '저승사자' 로버트 휘태커(34·호주)가 꼽혔다. 이전까지 오랜 독주체제를 이어오던 '스파이더' 앤더슨 실바의 시대가 끝난 후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든 경쟁구도에서 이를 정리하고 챔피언까지 등극한 인물이 바로 휘태커였기 때문이다.
2009년 데뷔 후 7연승을 달리다 한국인 파이터 김훈에게 서브미션으로 커리어 첫 패배를 당한 것으로도 유명한 휘태커는 잘하긴 했지만 대단한 선수로 평가받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2014년을 계기로 파이터 인생이 확 바뀌어버린다. 감량의 어려움을 들어 웰터급에서 미들급으로 월장을 한 게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가 됐다.
이전까지는 종합격투기 선수에게 월장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체급의 이점을 얻기 위해 억지로 감량하는 것을 선호한 반면, 체급을 올린다는 것은 자살 행위처럼 여겼다. 그만큼 체중 차로 인한 경기력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휘태커는 감량의 부담이 적은 미들급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했고 결과적으로 챔피언까지 등극한다. 휘태커의 성공 이후 파이터들 사이에서는 월장이 널리 애용되기도 했다.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혈통의 휘태커는 어린 시절부터 가라데와 합기도로 자신을 단련했다. 2004년부터 종합격투기에 관심을 가지고 훈련을 시작했고, 2009년 프로에 데뷔했다. 2012년 TUF 더 스매시 우승 후 옥타곤에 입성했고 앞서 언급한데로 미들급으로 체급을 넘기면서 잠재력이 터졌다. 체급을 올렸음에도 스피드와 움직임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노련미까지 붙었다. 승률은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 유라이어 홀, 데릭 브런슨, 호나우도 소우자 등 상대 스타일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승(?)으로 끌고 갔다.
휘태커를 상대로 빈틈을 노출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휘태커의 최대 장점은 빈틈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빠른 스텝과 기민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쉴 새 없이 전진하면서 압박한다. 기회가 오면 작은 틈도 놓치지 않고 결정타를 날린다. 다운을 당하면 신속하게 따라 들어가 큰 궤적으로 후려치는 파운딩도 무시무시하다.
2016년 11월 있었던 브런슨전은 휘태커의 존재감을 UFC 팬들에게 제대로 알린 한판이었다. 연승을 거듭하며 주목받는 신예로 알려져 있기는 했으나 선수층이 두꺼운 미들급이라 체급 판도를 흔들 선수로까지는 평가받지 않았다. 브런슨은 휘태커 만큼 정교하지 않지만 특유의 파워를 앞세운 투박한 압박이 위력적이다. 휘태커 역시 경기 초반 무서운 기세로 몰아치는 브런슨의 기세에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초반 분위기만보면 브런슨이 흐름을 잡는 듯했다.
휘태커는 브런슨의 뜨거운 돌격에도 냉정함을 유지했다. 압박 중 위험한 정타도 허용했지만 차분하게 다음 플레이를 이어갔고, 펜스에 기대 묵직한 테이크다운까지 잘 막아냈다. 그러한 상황에서 빈틈이 보이면 사이드 스텝으로 거리를 두고 빠져나가거나 날카로운 펀치를 연신 꽂아 넣었다.
브런슨의 거친 압박 속에서도 빈틈을 노리는 휘태커의 눈빛은 살아있었다. 계속된 압박 시도에 다소 지친 브런슨이 또다시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달려드는 과정에서 정확하게 카운터 펀치를 맞췄다. 뒤로 빠지면서 치기는 했지만 타이밍이 좋아 브런슨도 큰 충격을 받았다. 휘태커는 이를 놓치지 않고 하이킥과 어퍼컷 연타를 작렬해 끝냈다.
이어서 있었던 소우자전은 정상에 도전할 자격을 검증받는 최후의 관문이었다. 소우자는 그동안 싸웠던 다른 상대와 격이 다를 만큼 빅네임 파이터였다. 세계 최고의 주짓수 실력에 레슬링, 타격까지 꾸준히 발전시켜나가며 상위권에서 활약했다. 이름값과 기량에서 당장 챔피언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만한 강자였다.
휘태커는 소우자의 그래플링 공격을 비교적 잘 막아냈다. 연이은 테이크다운 시도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았으며 옥타곤 바닥에 등이 닿으면 최대한 빨리 탈출했다.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자 소우자의 게임 플랜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고, 휘태커는 날카롭고 단단한 타격으로 승리를 따냈다.
이후 휘태커는 당시 미들급 최고의 괴물로 불리던 '신의 병사' 요엘 로메로(47·쿠바)와의 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실바의 뒤를 이어 미들급을 장기집권할 제왕 후보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황은 그렇게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않아 '더 라스트 스타일벤더(The Last Stylebender)' 이스라엘 아데산야(35·나이지리아)라는 강력한 스트라이커가 등장했고 휘태커는 맞대결에서 KO로 무너지며 정상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카운터 펀처 휘태커에게 짐승같은 반사신경에 사이즈, 테크닉까지 고루갖춘 아데산야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2022년 2차전에서 다시 한번 맞붙어 나름 선전하기는 했으나 승부를 뒤집지는 못한다. 아데산야는 장기집권에 성공했고 이후 알렉스 페레이라(37·브라질), 아데산야, 션 스트릭랜드(33·미국), 드리커스 두 플레시스(30·남아프리카 공화국)로 타이틀이 오가며 다시금 전국시대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8월 17일에 있을 UFC 305대회서는 챔피언 플레시스와 도전자 아데산야가 타이틀전을 벌일 예정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휘태커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30대 중반의 나이인지라 충분히 다시 한번 벨트를 차지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직전 경기에서 만만치않은 강자 파울로 코스타(33 브라질)를 잡아내며 예열을 마쳤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타이틀 전선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네 차례 컴뱃 삼보 세계 챔피언을 지낸 이크람 알리스케로프(사진 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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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눈앞의 상대부터 물리칠 필요가 있다. 휘태커는 오는 23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덤 아레나서 있을 'UFC 파이트 나이트: 휘태커 vs. 알리스케로프' 대회에서 네 차례 컴뱃 삼보 세계 챔피언을 지낸 이크람 알리스케로프(31·러시아)와 격돌한다. 알리스케로프는 식중독으로 인해 빠진 함자트 치마예프(30·UAE)를 대신해 경기 9일 전 긴급 투입됐다.
휘태커는 5년 전 뺏긴 타이틀을 되찾길 원한다. 이를 위해 신예를 상대로 다시 한번 연승을 노린다. 알리스케로프는 전 챔피언을 꺾고 자신이 미들급의 세대 교체를 가져올 새로운 피라는 걸 입증하려 한다. 서로간 물러설 수 없는 진검승부가 예상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 UFC 파이트 나이트: 휘태커 vs 알리스케로프 대진
메인카드 (tvN SPORTS/TVING 오전 4시)
[미들급] 로버트 휘태커 vs 이크람 알리스케로프
[헤비급] 세르게이 파블로비치 vs 알렉산더 볼코프
[웰터급] 켈빈 게스텔럼 vs 대니얼 로드리게스
[미들급] 샤라 마고메도프 vs 안토니우 트로콜리
[라이트헤비급] 조니 워커 vs 볼칸 우즈데미르
언더카드 (UFC 파이트 패스 오전 1시)
[라이트급] 나스랏 하크파라스트프 vs 재러드 고든
[페더급] 무하마드 나이모프 vs 펠리피 리마
[웰터급] 리나트 파흐레트니노프 vs 니콜라스 달비
[밴텀급] 강경호 vs 무인 가푸로프
[라이트헤비급] 마고메드 가지야술로프 vs 브렌드송 히베이루
[밴텀급] 샤오롱 vs 이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