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3명 방출' GS칼텍스의 위태로운 세대교체
[여자배구] 19일 문명화-윤결-김민지와 결별하면서 5명째 은퇴 및 방출세대교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GS칼텍스가 또 한 번 선수단 정리를 단행했다.
GS칼텍스 KIXX 구단은 19일 공식 SNS를 통해 미들블로커 문명화와 윤결, 리베로 김민지가 팀을 떠나게 됐다고 발표했다. 2023-2024 시즌이 끝난 후 정대영과 한수지가 현역 은퇴를 선언한 GS칼텍스는 FA시장에서 강소휘(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 한다혜(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 최은지(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차례로 이적을 선택하면서 비 시즌 동안 전력손실이 가장 큰 팀으로 평가 받았다.
GS칼텍스는 이에 그치지 않고 정대영, 한수지 은퇴 후 팀 내 최고참이 된 문명화와 2022-2023 시즌 전체 6순위로 입단해 프로에서 두 시즌을 보낸 윤결, 그리고 2023-2024 시즌 원포인트서버로 활약했던 김민지까지 팀을 떠나게 됐다. 특히 베테랑 미들블로커들이 대거 은퇴한 상황에서 189cm의 장신 미들블로커 문명화가 팀을 떠나게 된 것은 이영택 감독 부임 후 세대교체에 대한 GS칼텍스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리그 전체가 주목하던 미들블로커의 실업행
▲ 189cm의 장신 미들블로커 문명화는 GS칼텍스 이적 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다가 팀을 떠나게 됐다. |
ⓒ GS칼텍스 KIXX |
김연경(흥국생명)을 비롯한 많은 배구선수들은 이미 초등학교 때 배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장시기가 조금 늦은 선수들 중에는 중학교 입학 후에 배구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김희진과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의 정호영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진학 후에야 뛰어난 신체조건이 지도자의 눈에 들어온 문명화는 고교 1학년이 끝날 무렵에 엘리트 배구를 시작했다.
물론 기본기를 익히기 위해 1년을 유급했지만 선수생활을 시작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문명화가 2014-2015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4순위로 KGC 인삼공사에 지명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189cm의 신장 때문이었다. 문명화는 루키 시즌 28경기에서 100득점, 2015-2016 시즌 30경기에서 121득점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성장했지만 한수지의 미들블로커 변신 이후 기회가 줄었다가 2017년 6월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로 이적했다.
문명화는 GS칼텍스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7-2018 시즌 세트당 0.49개의 블로킹과 함께 30경기에서 133득점을 기록하며 GS의 주전 미들블로커로 자리 잡는 듯 했다. 하지만 2018-2019 시즌 피로골절 부상의 여파로 21경기 출전에 그친 문명화는 2019-2020 시즌 12경기에서 8득점에 그쳤다. GS칼텍스가 '트레블'을 차지한 2020-2021 시즌에는 세트당 0.52개의 블로킹을 기록하고도 18경기에서 55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문명화는 2021-2022 시즌 개막 직전 연습경기 도중에 손가락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19경기 출전에 그쳤고 2022-2023 시즌에는 30경기에 출전해 세트당 0.31개의 블로킹과 함께 44득점을 올렸다. 2023-2024 시즌 베테랑 정대영까지 가세하면서 더욱 팀 내 입지가 줄어든 문명화는 어깨 부상까지 당하면서 2경기 출전에 그쳤다. 결국 3월 15일 흥국생명전이 문명화가 GS칼텍스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가 되고 말았다.
GS칼텍스를 나온 문명화는 이진, 한지현, 이예솔 등 프로 출신 선수들이 속해 있는 실업팀 대구시청에 입단했다. 물론 실업무대에서의 좋은 활약을 통해 프로로 복귀하는 선수도 있고 실업에서 오래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문명화의 실업배구 진출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한 때 양효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을 위협할 미들블로커 유망주로 불리던 문명화의 이른 프로무대 퇴장은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GS 칼텍스 급진적인 시대교체의 결과는?
▲ 베테랑 선수들의 은퇴와 이적으로 유서연이 안혜진과 함께 GS칼텍스의 최고참 선수가 됐다. |
ⓒ GS칼텍스 KIXX |
GS칼텍스는 2020-2021 시즌 트레블을 달성한 후 2021-2022 시즌 정규리그 3위(코로나19로 시즌 조기종료), 2022-2023 시즌 정규리그 5위, 2023-2024 시즌 정규리그 4위로 두 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에 실패했다. 물론 GS칼텍스는 2023-2024 시즌 득점(1005점)과 공격성공률(46.8%),서브(세트당0.36개) 부문 1위에 오른 외국인 선수 지젤 실바의 맹활약에 힘입어 아시아쿼터의 활약 없이도 승점 50점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사실 2023-2024 시즌 확실한 하향세를 경험한 최고령 선수 정대영의 은퇴는 어느 정도 예상된 부분이었다. 하지만 2022-2023 시즌 커리어 첫 블로킹 1위(세트당 0.83개)에 올랐던 한수지의 은퇴는 GS칼텍스를 당황하게 하기 충분했다. 물론 한수지 역시 만35세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비슷한 또래의 김수지(흥국생명), 양효진, 배유나(도로공사) 등이 여전히 팀의 핵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수지의 은퇴는 다소 이른 감이 있다.
내부 FA 3명을 놓친 것도 치명적이었다. 지난 16일 일정을 끝낸 2024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던 강소휘는 GS칼텍스에게 그야말로 대체불가 자원이다. GS칼텍스는 새로 영입한 김주향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지만 김주향은 아직 풀타임 주전 경력이 부족하다. VNL 예선에서 디그 부문 8위(경기당 9.67개)를 기록했던 한다혜 리베로가 떠나면서 GS칼텍스에 리베로 자원은 한수진과 이제 막 루키 시즌을 보낸 유가람 밖에 없다.
GS칼텍스는 2023-2024 시즌과 비교해 5명의 선수가 은퇴 및 방출로 팀을 떠났고 2명의 현역 국가대표가 2명의 유망주로 바뀌면서 선수층이 크게 얇아졌다. 물론 재계약한 외국인 선수 실바와 195cm의 신장을 자랑하는 아시아쿼터 스테파니 와일러가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다가올 2024-2025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GS칼텍스의 갑작스럽고 급진적인 세대교체가 다소 위태로워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