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유로.1st] 중동에서 뛴다고 내가 퇴물인 줄 알았어? '레전드'는 실력으로 항변한다
은골로 캉테(프랑스 축구대표팀). 유로 2024 공식 X 캡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뛰다 온 핵심 선수들이 경기력을 잘 유지한 나라가 유로 2024에서 승리한다.
모든 본선 참가팀이 한 경기씩 소화한 19일(한국시간) 보이는 양상이다. 컨디션 유지를 잘 한 선수는 39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표적이다. 이날 포르투갈은 F조 1차전에서 체코에 2-1 신승을 거뒀다.
호날두가 골을 넣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신체능력과 경기감각에 문제가 없다는 건 확인시켰다. 호날두는 아슬아슬하게 오프사이드에 걸리거나 선방에 막혀 득점은 실패했지만 특기인 침투와 러닝점프에 이은 헤딩으로 공격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슛 5회 중 유효슛이 3회, 동료에게 제공한 키 패스(슛으로 이어진 패스)가 2회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게티이미지코리아
호날두는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곤살루 하무스에게 대표팀 주전 자리를 내줬다. 선발 출장한 한국전에서 오히려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면서 한국인이나 다름 없다는 별명 '한반두'가 생기기도 했다. 이후 유럽 빅 리그를 떠나 사우디의 알나스르에서 1년 반 뛴 호날두는 최상위권 축구에서 멀어진 듯 보였다. 그럼에도 호날두를 주전 기용한 로베르토 마르티네스 감독의 선택은 현재까지 납득할 만하다.
선발 과정부터 논란이 일었던 선수도 있다. 프랑스의 33세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는 사우디의 알이티하드에서 뛰고 있다.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져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수순을 밟는 줄 알았는데 유로 본선을 앞두고 디디에 데샹 감독이 왕년의 월드컵 우승 공신을 다시 불러들였다. 이미 레알마드리드 소속 오렐리앙 추아메니, 에두아르도 카마빙가를 중심으로 재편 중인 프랑스 중원에 한물 간 노장이 왜 필요하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세르비아). 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러나 데샹 감독은 기어코 캉테를 선발 기용했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18일 D조 1차전에서 프랑스가 오스트리아에 1-0으로 어려운 승리를 거뒀는데 가장 돋보인 선수가 캉테였다. 캉테는 전성기 모습 그대로 경기장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상대를 압박하고, 흘린 공을 주워 공격권을 빼앗고, 공을 몰고 직접 올라가는가 하면 패스를 받기 위한 움직임까지 취했다. 캉테의 경기력은 화제를 모을 정도로 좋았다.
그러나 이 두 선수가 활약했다고 해서 사우디행이 정답인 건 아니다. 노장들이 한결 경쟁이 덜한 중동에서 컨디션을 잘 관리하고 온 것과 달리, 오히려 더 젊은 '중동파' 선수들의 경기력은 아쉬웠다. 그들을 중용한 나라들의 승률도 낮은 편이었다. 세르비아는 공격의 핵심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와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가 모두 사우디의 알힐랄에서 뛰고 있는데, C조 1차전에서 잉글랜드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1로 패배했다. 크로아티아는 핵심 수비형 미드필더 마르첼로 브로조비치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았고, 팀 전체의 경기력 난조가 겹치면서 B조 1차전에서 스페인에 0-3 대패를 당했다. 야닉 카라스코가 있는 벨기에, 잭 헨드리가 있는 스코틀랜드도 팀 구성상 이들을 선발 기용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패배했다.
뛰는 무대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다. 선수가 원래 가진 실력, 그리고 끝없는 자기계발이 더 중요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