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또 한 번 2군행…수장의 고민 “조금 더 심사숙고를”
“조금 더 심사숙고해야할 것 같다.”
베테랑 잠수함 투수 박종훈(SSG)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올 시즌 9경기서 1승4패 평균자책점 7.71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5이닝을 넘긴 기억 자체도 두 차례 불과하다. 직전 경기였던 16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2⅔이닝 4피안타 2볼넷 1몸에 맞는 볼 3실점(3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벌써 네 번째 2군행이다. 이숭용 SSG 감독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을 터. “조금 더 심사숙고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훈은 리그를 대표하는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다. 릴리스 포인트가 극단적으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때때로 땅을 스칠 정도였다. 기본적으로 커맨드를 유지하기 어려운 폼이지만, 그것마저 감수할 만큼 희소성이 컸다. 전신 SK 시절이었던 2015년 중반부터 꾸준히 선발로 뛰었다. 2017~2020년 4년간 47승을 신고했다. 낯선 투구 폼은 국제대회에서도 중용됐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2019년 세계야구소프트볼(WBSC) 프리미어12 등에 나섰다.
박종훈을 막아선 것은 부상 악재다. 2021년 수술대에 올랐다. 팔꿈치가 더 이상 버티질 못한 것. 힘겨운 재활 과정을 거쳐 이듬해 복귀했으나 쉬이 예전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 부분 높아지면서 장점이 옅어졌다. 2년 연속 평균자책점 6점대에 머물렀다.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다. 지난 비시즌 휴식도 반납하고 구슬땀을 흘렸다. 체중도 14㎏나 감량했다. 퓨처스(2군)에서 5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1.80을 작성하며 반등을 예고하기도 했다.
노력의 무게를 알기에 안타까움은 더 크다. 이숭용 감독은 “본인이 제일 안타까울 것”이라고 운을 뗀 뒤 “2군에서 잘했다. 주변 사람 모두가 (박)종훈이가 잘하길 기원했다.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덤비는 걸 봤기 때문”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서 뒤를 돌아볼 여유 따윈 없다. 이숭용 감독은 “수장으로서 팀이 이기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날카롭게 말했다. 고민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