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희노애락 다 봤다” 사직 뒤집은 롯데·KIA의 역대급 명승부

[카토커] “희노애락 다 봤다” 사직 뒤집은 롯데·KIA의 역대급 명승부

조아라 0 107

“정신병 걸리는 줄 알았어요.”

“야구에서 맛볼 수 있는 희노애락은 다 보여줬다.”

지난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 KIA와 롯데의 역대급 명승부에 야구 팬들은 뜨거운 감상평을 쏟아냈다. 특히 롯데를 응원하는 홈 팬들은 선발 투수 나균안의 최악의 부진으로 시작하는 지옥에서 불붙은 타선이 13점차를 뒤집은 천국, 이어 지리한 연장전 끝에 15대15의 무승부로 끝난 이날 경기를 두고 “평생 잊지 못할 경기”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에서 6회 KIA 김도현 상대 3점 홈런을 날린 롯데 정훈./ 부산=송정헌 스포츠 조선 기자
이날 경기는 1회초부터 심상치 않았다. 롯데 선발 나균안이 시작부터 KIA 타선에 난타당하며 5점을 내줬다. 1회말 롯데가 레이에스의 적시타로 1점을 따라붙었지만 2회초 나균안이 또 무너졌다. 2아웃을 잡은 상태에서 볼넷과 폭투를 남발하더니 적시타를 맞으며 또 3점을 내줬다. 결국 나균안은 2회를 채우지 못하고 불펜 현도훈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나균안이 마운드를 내려갈 때 사직구장에선 이례적으로 야유가 터져나왔다. 지난 24일 밤부터 야구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균안이 선발 전날임에도 늦은 밤까지 술자리에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술집에서 나균안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촬영된 사진이 유포된 것. 롯데 측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했지만, 올 시즌 계속해서 부진했던 나균안이 이날도 맥없이 무너지자 홈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4회초가 되자 경기는 맥없이 KIA로 기우는 듯 했다. KIA 타선은 롯데 불펜 현도훈을 상대로 3회 1점을 내고 이어 4회 다시 서건창과 소크라테스의 적시타와 수비 실책으로 5점을 몰아내며 14-1로 앞서나갔다. 사직에는 패배의 구름이 짙게 드리웠다.

그런데 4회말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KIA의 특급 외인 에이스 선발 네일을 상대로 롯데 타선이 불을 뿜었다. 3루수 땅볼 실책으로 선두 타자 나승엽이 출루하자 이정훈과 정훈, 박승욱의 연속타가 터지며 2점을 따라붙었다. 이어 황성빈의 2루타와 윤동희의 볼넷으로 2사 만루 상황에서 3번 타자 고승민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14-7. 롯데는 5회에도 네일을 상대로 박승욱과 황성빈의 적시타로 2점을 더 뽑아내며 14-9 5점차로 따라붙었다.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 4회 KIA 네일 상대 만루홈런을 날린 롯데 고승민./부산=스포츠조선 송정헌 기자
KIA가 6회말 네일을 내리고 불펜 김대유를 투입했지만 불붙은 롯데 타선은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고참 정훈이 3점 홈런을 터트리며 14-12로 추격했다. 7회말에는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최항이 안타로 출루하더니 황성빈의 안타와 고승민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14-14. 13점차로 벌어진 경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레이예스 대신 타석에 선 김동혁의 투수 앞 땅볼을 잡은 KIA 불펜 곽도규가 2루에 악송구를 하면서 병살 찬스가 도리어 1아웃 2,3루 위기가 됐다. KIA 벤치는 불펜 곽도규와 포수 한준수를 빼고 불펜 김사윤과 포수 김태군을 바꾸는 강수를 뒀지만 이정훈이 희생플라이를 치면서 3루 주자가 홈인, 롯데가 결국 15-14로 경기를 뒤집었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롯데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13점차 경기를 역전해서 승리할 경우 지난 2013년 5월 8일 SK(현 SSG)가 두산을 상대로 10점차를 뒤집은 최다 점수차 역전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KIA가 다시 저력을 발휘했다. 8회초 롯데는 불펜에서 가장 믿음직하다고 평가받는 김상수를 올렸는데, KIA의 선두타자 이창진이 안타로 출루한 뒤 희생번트에 이어 홍종표가 적시타를 터트리면서 다시 경기를 15-15 원점으로 돌렸다. 8회는 김상수, 9회는 김원중으로 승부를 끝내려던 롯데의 승리 전략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 10회 실점 위기를 넘긴 KIA 장현식./부산=송정헌 스포츠조선 기자
8회말부터는 KIA 불펜 장현식의 눈부신 호투가 펼쳐졌다. 7회말까지 날뛰던 롯데 타선을 장현식은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와 포크, 슬라이더로 완전히 잠재워버렸다. 7회말까지 대타와 대수비 등을 전부 투입한 롯데 입장에서는 장현식을 공략할 대타를 더 내기도 어려웠다.

10회말이 고비였다. 선두타자 나승엽이 안타로 출루한 뒤 이정훈의 희생번트와 오선진의 안타로 장현식은 1사 1,3루 끝내기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9번 서동욱을 삼진, 1번 황성빈을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롯데의 역전을 필사적으로 막았다. 장현식은 연장 10회말까지 3이닝 동안 2피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롯데도 김원중과 구승민이 9회부터 12회까지 KIA 타선을 묶어냈지만, 결국 이날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연장 12회말까지 5시간 19분. 올 시즌 최장 시간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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