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토커] 문동주는 왜 덜컹거릴까… 김경문과 레전드의 같은 진단, 안우진도 4년 걸렸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 선발진은 리그 최고를 다툴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휩싸였다. 한화가 5강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장 중요한 근거였다. 그 기대에는 류현진(37)이라는 거물의 복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문동주(21)가 더 성장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고교 시절부터 시속 150㎞대 중반의 강속구를 던지며 큰 기대를 모았던 문동주는 한화의 철저한 관리를 거쳤다. 2022년 1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5.65를 기록하며 첫 걸음을 뗀 문동주는 지난해 23경기에서 8승8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하며 우완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유감없이 내비쳤다. 시속 160㎞라는 꿈의 구속을 기록하기도 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사실상의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하며 심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런 문동주에게 올해 규정이닝 진입과 두 자릿수 승수를 바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제약 없이 달릴 수 있는 첫 해이기에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실망도 더 크다. 문동주는 시즌 11경기에서 56⅓이닝을 던지며 3승4패 평균자책점 6.55로 성적이 많이 처졌다. 피안타율이 0.345에 이른다. 볼넷도 적지 않게 내줘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2군에 다녀온 뒤 반등하는 기미가 있었다. 그러나 직전 두 번의 등판에서 모두 부진해 다시 고민을 안기고 있다. 8일 NC전에서 5⅔이닝 11피안타 4실점, 14일 SSG전에서 6이닝 10피안타 8실점으로 부진했다. 한때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몸에 큰 문제가 없다. 구속이 지난해보다 평균 1㎞ 정도 떨어지기는 했지만 트랙맨 기준으로 여전히 평균 151.6㎞를 찍는 상황에서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일까. 김경문 한화 감독은 문동주에 대해 "아직 3년차"라고 감쌌다. 김 감독은 "우리 한화의 장점은 투수진이다. 지금 용병이 조금 빠져 있고, 수술한 친구(김민우)가 있기도 하지만 이 친구들이 내년에 다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류현진에 용병 둘이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문동주가 3년 차에 타자들에게 조금 많이 맞고 있지만 동주도 좋은 공을 가지고 있다. 다만 아직 배울 것은 많다. 지금 모든 게 정상은 아니다. 더 배워야 한다"고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 뜻을 드러냈다.
아무리 공이 좋아도 타자들을 상대하는 요령에 따라 그 공이 더 위력적으로 발휘될 수 있고, 또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 김 감독은 오히려 이 시기가 문동주라는 큰 그릇을 차분하게 채울 수 있는 성장의 발판이 된다고 본다. 매번 좋을 수는 없는 만큼 나빴을 때의 경험도 중요하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아마 보고 느낀 것이 많았을 것. 본인이 느껴야 한다"면서 문동주가 차분하게 경기를 복기하길 바랐다.
전설적인 레전드 투수인 서재응 SPOTV 해설위원 또한 문동주의 현재 문제를 구위보다는 경험에서 찾았다. 서 위원은 "타자와 싸우는 방법을 경험하며 정립해 나가는 중이라고 본다. 류현진이야 처음부터 그랬지만 워낙 특별했던 선수"라고 짚었다. 그 시기, 그맘때 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을 문동주도 겪고 있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문동주도 3년 차라 이제 타자들에게 익숙한 선수가 됐다. KBO 타자들의 패스트볼 대처 능력도 수준급에 이른 상황이라 힘으로만 몰아붙이면 공략이 쉽지 않다. 맞으면서 느끼고,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패턴을 연구하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어차피 큰 그릇은 채우는 데 오래 걸린다. 문동주와 같은 파이어볼러 선발이라면 더 그렇다. 리그 최고 투수라는 안우진(키움)도 그릇에 물을 채우는 데 4년이 걸렸다. 올해 성적이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넓은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느린 속도도 아니다. 김 감독의 말대로 경험을 쌓으며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